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드라마, 그 화려한 이면에

korman 2015. 10. 4. 14:22

 

 

 

 

드라마, 그 화려한 이면에

 

우리 시간으로 10월이 시작되는 날, 그리고 그들의 시간으로 9월의 마지막 날, 버지니아 공대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 많은 학생들이 죽거나 다쳤다. 사상자의 숫자만 다를 뿐 총기류 소지가 자유로운 그들에게는 늘 있어왔던 일이거늘 버지니아 공대 사건 이후로 유사한 사건만 일어나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몇 해 전 만난 나이 지긋했던 신사 한 분과의 대화와 ‘조승희’라는 애처로운 한국이름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버지니아 공대 사건 이전에도 미국에서는 총기류로 인한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었다. 단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느냐에 따라 사람들과 뉴스의 관심도가, 지금도 그렇지만, 달라질 뿐이었다. 저녁을 같이하던 중년의 신사가 갑자기 심각한 어조로 걱정을 하였다. 자신의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왜 그리 총을 마구 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지 걱정이라 하였다. 그 때 내 대답은 “당신들 방송 드라마가 그 원인 중의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무슨 말이냐고 묻는 그에게 “당신들 드라마는 온 가족들이 밥상을 같이하는 초저녁 시간에도 무턱대고 쏴 제끼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느냐? 당신 나라에서는 총기류 소지가 자유롭고 그래서 그런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총을 가볍게 여기도록 만든다고 한다면 내 개인적인 생각이겠느냐?” 라고 대답하였던 기억이 난다.

 

남의나라 총기류 사건에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요새 연일 뉴스가 전달하고 있는 사건 사고에 만일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총기류 소지가 자유롭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이 겹쳐져 다가왔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흉기로 사람을 해하는 소식, 심지어는 자식을 걱정하고 야단치는 부모나 다른 가족에게도 해를 가했다는 소식들, 앞에 가는 차가 천천히 간다고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사람 등등. 이런 사람들의 손에 자동소총이 쥐어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10여 년 전 까지만 하여도 이런 끔찍한 사건은 어쩌다, 정말 어쩌다 일어나는 것이었지 이렇게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기억된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외출하는 자식들에게 차 조심하라는 이야기 보다는 사람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하여야 할 사회가 된 듯하다. 아니, 된 듯이 아니라 그게 사실이다.

 

난 그 때 미국 중년에게 한 대답이 지금 우리나라에도 같은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흉악한 사건을 저지른 사람에게서 간혹 드라마를 흉내 냈다는 대답이 나온다. 드라마를 재방하는 TV채널과 매체가 하도 많으니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지난 드라마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내 집사람은 특정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서 보곤 한다. 어느 날 저녁 건넌방에서 카페와 블로그에 몰두하고 있는데 집사람이 보고 있는 드라마에서 귀에 거슬리는 큰소리만이 계속 흘러나왔다. 짜증이 증폭되는지라 거 무슨 그런 드라마를 보고 있냐고 하였더니 모 방송의 일일 아침 드라마인데 늘 그렇게 가족끼리 싸우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고 하였다. 권선징악적인 드라마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아침드라마가 좀 명랑하고 희망적이고 화합적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막장 드라마가 인기인들 가족들이 늘 그렇게 싸움만 하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할까?. 집사람에게는 그런 드라마 시청 자제를 부탁하였다.

 

난 역사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전쟁장면을 많이 보게 된다. 화살을 맞고 죽는 장면이야 좀 덜하지만 시대상 칼로 사람을 베어야 하니 총을 맞고 죽는 장면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모습이 비쳐지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예전 역사극에서는 그저 보편적으로 칼을 휘두르고 쓰러지고 하면서 전투를 하는 장면이 나왔던 반면에 요새는 심심치 않게 특정 부분을 클로즈업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것들의 대부분은 잔인한 장면들이다. 피가 시뻘겋게 묻어있는 긴 칼을 카메라가 클로즈업하여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린다던가 칼끝에서 뚝뚝 피가 떨어지는 장면을 클로즈업 하는 것들이다. 그런 장면을 넣어야 드라마가 형성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것들이 드라마의 재미와 시청률을 좌우하는 것은 아닐진대 시청자들에게 잔인함에 대한 생각을 무디게 만드는 것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즉, 내가 그 미국 중년에게 한 대답이 이제 우리나라 드라마와도 무관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방송의 소재나 연출기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달라져야 하겠지만 그러나 그런 것들이 가정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사전에 좀 감안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5년 10월 4일

하늘빛

http://blog.daum.net/ring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