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당신의 나무가 되리라

korman 2016. 12. 25. 16:17




오늘은 크리스마스. 무신론자에 가까운 내가 즐겨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손주들에게는 즐거운 싼타할아버지가 되어야 하는 게 할아비의 의무 아니던가. 


크리스마스이브라는 핑계로 아이들과 길 건너 감자탕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으며 한잔 하였기로 얼큰한 김에 컴퓨터를 열고 자판을 두들기기는 하였는데 아침 눈을 뜬 잠자리에서는 그저 뭘 썼다는 기억뿐 맨 위의 두 줄밖에는 생각나는 게 없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강한 아침 햇살을 맞으며 커피 한 잔 들고 화면에 띄운 어제의 글. 몇 줄 되지도 않는데 그리 기억이 감감해서야.......마음이 부족했나? 




당신의 나무가 되리다


예전에도 지금처럼 생각했나요?

지금도 예전처럼 생각하나요?

아침의 베갯닢에 보이는 얼굴

그대 모습 바라보며 내게 묻네요.


이렇게 산 세상 저렇게 산 세상

내 인생 후회 없이 살아왔으니

재미없다 하여도 그대 탓 아니거늘

내 세월만 산 것 같아 그대에게 미안하오.


그대와 내가 쓰는 인생의 연속극은

서른 하고도 일곱 해를 넘기는데

동녘 햇살의 내 가슴속 당신 모습은

풋사랑 수줍던 그 모습 그대로세.


지금이나 예전이나 변한 건 주름살 뿐

세월은 흘렀으되 마음은 한 가지요

그대의 마음이 내 것이고 내 것이 그대의 것

세월이 흘렀다 어찌 다르다 하겠오.


묵은해가 지고 새 해가 온다 한들

앞으로나 뒤로나 노을색은 같은 것을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날 짧은 인생에

한 그루 곧게 뻗을 그대의 나무가 되리다.


2016년 12월

크리스마스이브에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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