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오가는 그대 악수나 합시다

korman 2016. 12. 29. 22:18




오가는 그대 악수나 합시다


그대 가십니까?

만나는 사람마다

그대를 본 사람은 없건만

모두 그대가 간다고 합니다.

어디로 가십니까?

하늘로 가십니까?

바다로 가십니까?

산으로 가십니까?


가는 그대도 섭섭하겠습니다.

그대가 가는 길목에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밤거리를 밝히고 종을 치고

난리를 벌리지만

그건 그대를 보내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대를 밀어내는

새해라는 놈 때문입니다.

새것이 온다고

그리 난리를 피우지요.

그래서 진작 그대가 살아질 때는

사람들이 그대를

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웃으십니다.

왜 웃으십니까?

난리치는 사람들이 웃긴다고요?

진작 보이지도 않는 것에

사람들이 새것이라 목맨다고요?

새것 좋지 않습니까?

더 웃으십니다.

왜 그럽니까?

예?

새로 오는 것도 갔던 그대라고요?

본초자오선에 두발 걸치듯

타종줄에 두 다리 갈라 걸쳤다가

종소리 들으며 한 발 거둔다고요?


그럼 사람처럼

몸은 하나인데 발은 두 개입니까?

아! 연말연시에만!

사람들이 오고 간다고 할 때만?

보이지 않는다고 사람 조롱하십니까?

진작 가는 것은 그대가 아니라고요?

아! 가는 건 사람이고

오는 건 그대라고요?

안 보이는 그대 어찌 보아야 합니까?

거울을 보라고요?

귀신도 안 보인다는 거울에 그대가 있습니까?

그렇군요.

거울 속 내 모습이 그대 모습인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찌 되었건

막걸리 한 잔 앞에 놓고

오가는 악수나 나누십시다.


2016년 12월 30일

하늘빛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 아직 한 살 더 안 먹었다  (0) 2017.01.01
Happy New Year  (0) 2016.12.31
당신의 나무가 되리라  (0) 2016.12.25
세월의 앨범을 꺼냅니다  (0) 2016.12.20
사랑이어라  (0) 2016.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