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운영의 묘가 아쉽다.

korman 2016. 12. 11. 20:54




운영의 묘가 아쉽다.


내가 사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손주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동네 아이들은 물론 어린이집에서 나온 아이들도 친구들이 많으니 늘 데리러 온 어른들에게 좀 더 놀고 가겠다고 종종 떼를 쓰곤 한다. 그래서 어린이 놀이터의 등나무 그늘은 아이들을 돌보러 나온 어른들의 담소장소도 이용되고 있다.


나도 가끔씩 손주들을 데리러 그곳에 간다. 공공시설물이라고는 하지만 뒷동네라고 이야기하는 동네 골목 안쪽에 자리한 관계로 어린이집과 놀이터 앞길이라야 인도는 별도로 없고 운전을 요령 있게 잘 하는 운전자들이 승용차 2대를 겨우 교행 시킬 수 있는 폭이 좁은 길이다. 이곳에 놀이터 담장을 따라 노상주차장까지 만들어 어린이집이 끝나는 시간에 아이들 데리러 오는 자동차까지 겹치면 놀이터 앞길은 물론이고 어린이집 옆길도 모두 막혀버린다.


며칠 전 오랜만에 그곳에 갔더니만 가뜩이나 좁은 곳에 작은 빌딩을 짓는 공사장이 한 곳 생겨 철근을 비롯하여 온갖 자재를 놀이터 담장 쪽 주차장에 쌓아놓은 관계로 차량들은 주차선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좁은 길을 점령하는 바람에 자재와 사람과 차량이 참 난해한 그림처럼 얽혀 있었다. 손주들을 데리고 나오는데 어른들이야 이것저것 피해서 오가면 되겠지만 아이들은 무척 위험하게 보였다. 특히 놀이터 앞에 쌓아놓은 자재들은 날카로운 것들이 많아 놀이터를 찾는 아이들의 위험을 더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구청 민원실에 전화를 하고 상황을 설명하였다. 전화를 받는 여직원의 대응이 참 친절하였다. 그러나 내 설명을 다 들은 그녀는 자신이 민원을 접수하여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 부서로 전화를 돌려주겠다고 하였다. 새로운 사람에게 또 한 번 같은 설명을 하였다. 그러나 전화는 또 다른 부서로 돌아갔다. 난 또 똑같은 설명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설명을 절반쯤 듣더니 두말 않고 담당부서로 전화 돌리겠다고 하더니 또 다른 곳으로 넘겨졌다. 두 번째로 돌아간 전화에서부터 솟구치려는 목소리를 자제하고 있었는데 세 번 돌고 네 번째까지도 꾹 참고 녹음기를 틀고 있었는데, 전화를 받은 직원은 그곳의 주소를 대라고 하였다.


그곳은 공공시설물이다. 그리고 동네 이름도 가르쳐 주었다. 구청 직원들은 모두 컴퓨터를 한 대씩 가지고 있다. 일반 주택이라면 모르겠으나 그런 공공 시설물들은 일반인들도 컴퓨터에 이름만 넣어도 주소며 전화번호 지도까지 모니터에 뜬다. 주소를 대라고 하는데 참았던 내 목소리 톤이 좀 올랐다. 공공사설물이라 컴퓨터에 이름만 넣어도 나오는데 책상에 컴퓨터 없냐고 물었다. 대답은 “전화를 거셨으니 물어보는 거 아닙니까?”였다. 주소가 필요하면 날더러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하루 종일 그의 책상에 켜져 있었을 컴퓨터에 이름만 넣었으면 금방 대화가 이어졌을 텐데 난 그의 대답이 4번의 전화 뺑뺑이 보다 더 거슬렸다.


원래 이런 일에는 맨 나중에 전화를 받는 사람이 전화한 사람의 참았던 화를 모두 뒤집어쓴다. 한편 민원실에서 상황설명을 듣고 처음에 올바른 부서로 돌려주었으면 목소리 키울 일이 없었을 텐데 잘못은 민원실에 있는 것을 마지막 전화를 받은 사람이 4번의 뺑뺑이까지 모두 뒤집어 쓴 것이다. 일단 목소리를 좀 낮추고 뺑뺑이 때문에 그리되었는데 목소리 키워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후 담당부서가 맞는다면 한 번 살펴봐 달라고 하였다. 마지막 수화자도 내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파악을 하고는 얼른 자신들이 나가서 살피고 정리를 하겠다고 하였다. 다음날 그곳의 자재들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민원실에서는 민원인들의 전화를 다 녹음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민원실에서 내부적으로 담당부서를 분류하여 민원사항을 전달하고 처리한다면 민원인의 전화가 여기저기로 여러 차례 뺑뺑이 돌려질 일은 없을 텐데 민원실의 처사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전화를 한 사항은 아주 기본적인 제보, 신고사항이지 뭔가 부서와 부서들이 복잡하게 얽혀 민원인과 더불어 대화를 나눠야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었지 않은가.


아직도 이런 간단한 문제를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민원인이 노음기를 돌리듯 여러 번 같은 설명을 되풀이 해야 하는 형편이 요새 정국과 맞물려 머리를 무겁게 하였다. 녹음하는 민원실 운영의 묘가 아쉽다.


2016년 12월 11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