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지평선을 바라본다.
12개의 객실을 달고
시간을 먹으며 쉼 없이 달리며
긴 세월의 터널에
객실을 하나씩 떼어버리던 세월열차가
마지막 역 초입에 들어섰다.
이제 곧
하나 남은 칸도 미련 없이 버려질 테지.
세월열차에 무임승차한 사람들은
종착역에 가까워지는 열차 안에서
어떤 이는 느리광이 완행임을 안타까워하고
어떤 이는 총알보다 빠르다고 어지러워한다.
그러나 열차에서 내릴 수 없는 것은
모든 승객에게 주어진 공통운명이다.
열차는 객실을 모두 떼어버리는 종착역에도
정차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문에 내리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승객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배웅도 마중도 없는 덩그런 승강장의
시계탑에서 울리는
12번의 종소리를 들으며
또 다른 12칸의 새 열차에 갈아타는 것 뿐
정거장과 정거장을 이어온
시간의 가락국수조차 생각 속의 사치일 뿐이다.
세월열차라는 놈은 그러나
새로운 아침의 노을을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희망이라는 새 끈을 만들게 한다.
그리고 승객들은
진작 세월열차에서는 내리지도 못하면서
그 끈을
새로운 12칸마다에 매듭지어 놓는다.
그리곤
무정차역 마다에
그 희망의 매듭 하나씩을 풀어놓겠지.
이제 이 마지막 칸의 난간에서서
우두커니 먼 곳을 바라본다.
저녁노을이 살아지는 곳과
아침노을이 피어나는 곳
그 먼 세월의 지평선을.
2016년 12월 1일
하늘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