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너나 잘 하세요.

korman 2019. 1. 5. 19:59

 

 

 

너나 잘 하세요.

 

해가 바뀌면 빈 모니터를 바라보며 늘 올해의 첫 글은 뭘 주제로 써볼까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생각나지 않으면 지나간 해들의 1월엔 무엇을 남겼을까 컴퓨터 파일을 뒤져본다. 항상 그랬듯이 매 연말에는 세월타령을 했고 연초에는 지키지도 않는 새해의 희망이나 계획 같은 것을 이야기 하곤 하였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버릇대로 마우스가 손목을 이끄는 것이다. 

 

매 연말의 단골 단어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지난해에도 역시 각종 뉴스나 연말행사에서는 이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한자어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였다는 표현이 되겠다. 영어권 사람들은 어찌 표현하나 보았더니, 우리처럼 글자 그대로 단어들을 조합하여 비슷하게 쓰지 않을까 생각하였더니 eventful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벤트라는 것을 그저 즐겁고 좋은 쪽의 행사 같은 것으로 여기는 우리식의 생각과는 좀 다른 것 같다. 하기야 사건, 사고, 행사 등 모든 일을 이벤트라는 단어에 포함시키는 그들의 생각이라면 당연히 그리 써야겠지만 점점 더 우리식 사고방식에 절어들고 있는 나이가 되다 보니 별게 다 기이하게 생각된다. 

 

어느 특정한 해를 지적할 수는 없지만 다사다난처럼 많이 사용되던 단어가 있었다. ‘있었다’라고 과거형으로 쓰는 이유는 작년에도 반드시 나왔어야 할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한자어 가르침이 되겠는데 방송에서도 들어본지 참 오래된 것 같다. 대신 신조어 “내로남불”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느닷없는 방송을 듣고는 내로남불이 무슨 한자사자성어인지 인터넷까지 찾아보고 혼자 씁쓸해한 적도 있었다. 사람들은 내가 하고서도 잘못된 일에 대하여 다른 이유를 찾는다. 반면에 잘된 일에 대해서는 모두 내가 잘 해서 그리 된 것으로 이야기 한다. 그래서 내로남불 이전부터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내로남불의 근원적 모체가 존재하고 있었다. 내로남불처럼 사자성어로 만들면 “잘내못조”가 되겠다. 

 

내로남불이 설치고 있었다는 것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당사자들의 수신이 안 되었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누군가가 되지못하게 굴면 “기본이 안 되었다”라고 한다. 이는 결국 못되게 구는 자의 수신이 안 되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일반인들은 그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어디서부터 유행하였는지 잘 알고 있다. ‘내로남불’ 이전에 ‘잘내못조’가 유행하지 않은 것은 잘 안 된 것을 남이 아닌 자신들의 조상 탓으로 돌리기는 싫은 당사자들의 심리 때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기본이 안 된 자신들의 ‘수신’ 상태는 생각지 아니하고. 

 

올해에도 또 그곳에서 내로남불이나 잘내못조가 유행하면 일반인들은 어지럼증을 넘어 뇌질환에 걸릴 위험도가 높다. 새해 첫 주제로 이런 어려운 생각을 한 이유는 ‘치국평천하’는 나의 것이 아니니 제가라도 잘 하려면 나부터 수신이 잘 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수신을 잘 못하면 식구들이 뇌질환에 걸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평천하까지는 아니고 치국까지만 가시는 분들은 수신하고 제가까지 마쳐야 치국에 갈 수 있으니 더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 또 그런 단어를 유행시킬 것이면 차라리 내로남불보다는 잘내못조가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보다는 조상을 더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 그러면 핑계의 수위도 좀 낮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다. 좀 어려운 이야기인가? 

 

아무튼 올해는 책을 몇 권 읽고 운동을 어찌하고 등등 보다는 모두가 내로남불, 잘내못조를 없애고 글자 그대로 나는 수신제가, 더 하시는 분들은 수신제가치국, 또 그 이상 가시는 분은 자신과 나라와 국민에게 풀서비스가 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생각을 늘 간직하였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누군가가 이영애의 영화 대사처럼 “너나 잘 하세요”라고 한다면 그리 하겠다고 고개 숙여야지 별수 없겠지만..... 

 

2018년 1월 4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