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영어사전, 그 아픔의 시작이여!

korman 2019. 1. 26. 16:55



         사진: 야후

영어사전, 그 아픔의 시작이여!


늘 하던 버릇이 있어 요새도 아침 남들이 일하는 시간이 되면 커피 한 잔을 들고 사무실처럼 쓰고 있는 공간에 놓여있는 컴퓨터 앞에 자동적으로 앉게 된다. 모니터를 올려놓은 책상 바로 옆 책꽂이에는 아직은 간직해야 할 각종 지난 업무용 자료들과 참고 서적이 꽂혀있다. 의자에 앉으면 모두 한눈에 드는 것들이다. 아쉬움에 여태 가지고는 있지만 볼 때마다 저걸 아직 간직해야 하나 하는 것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각종 사전들이다.


무슨 공부나 사업을 그리 열심히 하였다고 책꽂이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오래된 크고 작은 여러 사전들, 영한, 한영, 영영, 국어, 한자사전, 심지어 영작문사전, 전기용어사전, 화학용어사전, 영문계약서 샘플사전 등등, 손에 쥐어지는 사전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지 대형인 한영대사전까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학창시절부터 내 비즈니스를 할 때까지 내 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 것들이지만 전자사전이 나온 후 부터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들이다. 요새는 스마트폰에도 사전이 설치되고 모든 포털사이트에서 각종 어학사전은 물론 백과사전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이젠 오래전 장만하였던 전자사전마저도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다.


큰 손주가 신학기에 3학년이 된다. 요즈음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정규과목으로 가르친다고 하니 그 아이도 이제 사전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 학교 선생님이 종이사전을 가지고 오라 할지 아니면 전자사전이나 스마트폰사전을 사용하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 문제로 난 가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사전 찾는 방법을 물어오면 뭘 가르쳐주어야 할까 하는 것이다. 컴퓨터 자판 치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으니 그와 유사한 전자사전이나 스마트폰사전을 찾는 방법은 부가설명 외에 달리 가르치는 것은 별로 의미 없게 되었지만 과연 종이사전을 찾는 방법도 알려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것은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되었다.


요즈음 선생님들은 각종 사전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지는 모르겠다. 영어의 경우 발음기호를 가르쳐야 하니 사전에 대하여 설명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아무리 종이사전을 사용하지 않는 시대라 하더라도 이 기초적인 문제는 선생님에게도 좀 생각을 가져다 줄 것처럼 느껴진다. 저녁에 아비와 함께 온 녀석에게 내가 간직하고 있던, 중학생용 영한,한영 종이사전과 전자사전을 내어 주었다. 사용방법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지만 전자사전에는 금방 적응을 하였다. 그저 전자사전을 다루는 방법만을 설명하고 내가 한 말은 어느 사전을 사용할지는 영어선생님께서 하라는 대로 하라고만 이야기하였다. 그 때 가서 이 녀석이 뭘 물으면 가르쳐줘도 되니까 나도 잠시 눈치를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전 찾는 방법이야 제 어미 아비도 다 잘 알고 있으니 할아비한테까지 미루지는 않겠지만.


중학생용사전은 딸아이가 중학교 때 무슨 상으로 탄 것이었는데 이미 다른 사전이 있었기로 사용하지 않고 그냥 새것으로 간직하였고 이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자사전으로 대체하여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좀 두꺼운 사전들은 나를 거쳐 큰 아이가 사용하기는 하였지만 그것도 곧 전자사전으로 대체되어 책꽂이에 장식용으로만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 전자사전들도 스마트폰에 사전이 탑재되고 인터넷으로 모든 사전이 제공되면서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다. 더욱이 스마트폰에 제공되는 사전은 영문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는 페이지를 바꾸지 않고도 바로 검색하게 되어 있어 다른 사전을 생각하게 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공부 열심히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참 좋은 세상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단어를 외우고 사전의 그 페이지 찢어 입으로 집어넣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곧 종이사전이라는 게 무엇이냐고 물어올 아이들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사전 찾는 방법을 알아야 할까 하는 문제는, 내 세대에서는 당연히 알아야 할 문제지만, 요즈음 아이들에게는 불필요한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미 종이 사전을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그러니 책방에서 종이사전은 곧 사라지게 될 테니까. 내 자식들 집 책꽂이에서도 종이사전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종이사전 찾는 방법을 손주에게 가르쳐야 할까 생각하는 것은 이 할아비의 기우일지도 모르겠다.


책꽂이 구석에 초록색 표지가 보인다. ‘성문기초영문법’이다. 이 책은 어떨까? 손주가 필요할 때까지 간직하고 있어야 할까? 그 보다는 내가 한 번 더 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 몇 마디 지껄인다고 영문법이 해결된 것은 아니니까. 영어사전, 그 아픔의 시작이여!


2019년 1월 25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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