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문화의 차이

korman 2020. 5. 3. 22:44




문화의 차이


4월은 잔인한 달, 그 저자는 ‘동토를 깨고 순이 돋고...’ 등등 이유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 하였다는데 올해는 4월이 말 그대로 잔인한 달이 되긴 하였다.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수그러지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코로나가 활개를 친 때문이다. 절대로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코로나의 횡포는 그러나 4월을 지나면서 봄의 새순과 나무뿌리에 동토가 깨지듯 수그러져 갔다. 아직 조심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봄이 무르익으면서 사람들의 가슴앓이도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 겨울에 만났던 친구들을 지난 초하루에 만나 오랜만에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종묘를 산책하고 소주도 한 잔 하였다. 물론 사람들이 적게 모이는 곳에 가기는 하였지만 두꺼운 겨울옷 입고 만났던 친구들을 봄옷도 덥게 느껴지는 날 보았으니 코로나로 잃어버린 시간이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아직도 그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린이 날, 어버이 날’이 도래하였다고 아들, 딸네 손주들까지 모두 어디서 밥은 같이 먹자고 하니 그거야 못하겠나 싶다.


그간 코로나로 인하여 대통령보다도 더 유명해진 분이 있다. 고된 일에도 자신의 피곤함보다는 국민의 안녕을 먼저 걱정하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다. 그녀는 처음보다 지금이, 누구나 그리 느끼고 있을 테고 뉴스에서도 그리 이야기 하였지만, 얼굴이 많이 핼쑥해진 모습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좀 피곤해 한다거나 과로로 인한 흐트러진 모습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의 모습 그대로 늘 그리고 오늘도 브리핑 단상에 섰다. 여자들은 화장을 잘 한다던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느냐에 따라서 그 모습이 많이 달라진다. 그녀도 처음에는 말쑥한 정장차림이었지만 그 옷은 곧 민방위복으로 바뀌었고 얼굴에 남아있던 화장기도 살아져갔다. 주어진 심각한 일 때문에 스스로를 가꿀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을 테지만 아마 그런 모습이 우리 국민들에게는 코로나에 대한 용기를 갖는 절실한 매개체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도 정은경 본부장 같은 역할을 하는 여인이 있다. 트럼프가 브리핑을 할 때면 항상 45도 뒤에 바짝 붙어 있는 화려한 여인, 면역학자 출신인 ‘데버라 벅스’, 코로나19TF 조정관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올해 64세이고 별명은 ‘스카프 닥터’라고 한다는데 내가 뭐 그녀의 이름이나 나이까지야 알 건 없지만 방송에 나오는 그녀의 모습은 스카프치장과 화려한 화장으로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매우 곱상하고 우리의 눈높이에서 보면 코로나 때문에 연일 국민들이 너무도 많이 죽어나가는 미국에서 실무관이 저렇게 화려하게 하고 대중 앞에 나타나도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누가 질문을 하였는지 그녀의 대답은 “국민들에게 밝은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고 답하였다니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 칙칙한 옷차림보다는 밝고 화사한 것이 희망을 준다는 그녀의 대답도 그들의 문화에서 본다면 일리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 미국 담당관의 “국민에게 희망”발언을 읽으면서 미국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으니 우리나라와 어찌 비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만일 우리의 ‘정은경 본부장’이 미국의 그녀처럼 짙은 화장에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매일 다른 현란한 스카프로 치장을 하며 브리핑 단상에 선다면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녀를 바라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부터 “나라가 이 꼴인데 저러고 나와도 되는 거야?” 할 테고 인터넷에는 아마 서버 용량을 넘어선 댓글이 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의 그녀에게 자신의 모습에 대한 것을 묻는다면 “이 난시에 국민들과 고통을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라고 대답하여야 우리만의 정답이 될 테지만 여긴 한국, 거긴 미국, 문화의 차이는 그렇게 나타나는 모양이다.


어떤 모습이었던 간에 우리의 그녀는 우리나라의 국민적 영웅을 뛰어넘어 전 세계가 주목한 코로나와의 전쟁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것을 희생한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여 또 다른 찬사를 받았다. 이것도 노파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그녀에 대한 걱정이 생겼다. 그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여태까지 국민들에게 이름이 좀 알려지고 방송을 탄 사람들에게는 그런 사례가 많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게 정계라면 본인이 솔선해서 원하지 않는 한 이런 분들은 국민적 영웅으로 남아 국민들에게 오래 기억되게 해 주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2020년 5월 3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The Most Beautiful Classical Guitar Music Solo, Relaxing Music, Sleep Music)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비 내리던 날  (0) 2020.05.24
오월엔  (0) 2020.05.09
바구니차와 전기톱에도 봄은 온다  (0) 2020.04.28
왕관의 무게를 벗길까  (0) 2020.04.14
코로나19와 선거  (0) 2020.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