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코로나19와 선거

korman 2020. 4. 13. 22:22




코로나19와 선거


직장인처럼 시간에 얽매이지 않으니 15일 정식 투표일 보다는 사전투표일을 택하는 게 좋을 듯하여 그리 하였다. 코로나사태로 인하여 투표일에도 거리두기를 하고 투표소 위생에 적극 신경을 쓴다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당일보다는 사전투표일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첫날 아침 이른 시각에 투표소가 있는 학교에 들어섰다. 그런데 요새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아니면 내 생각과 같은 사람들이 많았음인지 남녀노소 고루고루 섞여 2층에서 시작된 투표소의 줄이 운동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물론 간격을 넓게 선 이유도 있었지만 그 시각 많은 사람들이 투표소를 찾았기 때문이겠다. 이틀간의 사전투표율이 꽤 높았다는데 높은 이유를 각 정당이 내 마음은 모르고 각자의 바람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투표일을 3일간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신분이 계신데 이게 3일 하는 것 아닌가? 설마 연달아 3일을 투표휴일로 하자는 건 아니었겠지? 투표소가 있는 학교 담장에 동네 다른 곳에는 걸려있지 않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코로나 때문에 고생한 시민들에게 선별하여 얼마씩 줄 예정이라는.......아직 이에 따른 후속 이야기는 없지만.


2층에 투표소가 있다 보니 안내하는 사람은 줄 간격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마스크는 다 착용하였는지, 타지에서 온 투표인은 없는지 등등을 체크하느라 내가 서있는 동안 2층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다. 요새 코로나로 인하여 거리두기, 모임 안 하기 등을 하면서 ‘확찐자’가 많다고 하는데 이 안내하는 분은 사전투표 2일 동안 ‘확빠진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우선 체온계를 든 사람이 다가왔다. 그녀가 스치고 지나가자 이어 손세정제를 뿌려주는 분이 손을 벌리라 했다. 그러고 나서 다른 분은 1회용 비닐장갑 한 켤레를 꺼내 손에 들려주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자 비닐장갑을 벗어 플라스틱 통에 담으라 하고는 또 손세정제를 내밀었다. 1회용 비닐장갑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사람에게 얼마짜리냐고 물었다.

“저건 큰 회사에서 나온 거고 두꺼워서 비싼 거야”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도장을 찍고 나오는 시간이 30여초 될까? 그 시간에 공동으로 쓰는 도장 한 번 잡기 위해서 비닐장갑을 저렇게 버려야 할까? 15일까지 전 투표인에게 그리하면 버려지는 멀쩡한 비닐장갑이 한라산 높이는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와서 세정제로 손을 다시 문지르면 될 것을 코로나로 인해서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취지라면 모를까 과연 코로나 위생상 순간을 위한 비닐장갑 한 켤레가 꼭 필요한 것인가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지난번 투표 때까지는 투표인 명부에 적혀있는 내 이름을 빨리 찾으려면 투표통지표가 필요하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번호가 적힌 부분을 오리고 신분증을 챙겨갔다. 선거인명부를 확인하고 명부에 서명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안내하는 분이 몇 번으로 가라고 해 그 앞에 오려온 종이쪽지와 신분증을 내 밀었다. 쪽지는 필요 없다고 하며 신분증만 전자 기계에 넣었다. 그랬더니 기표용지가 기계에서 쭉 뽑혀 나왔다. 누구 말 대로 정당투표용지는 좀 보태면 키 작은 사람 키만큼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기계에서 순간적으로 빠져나온 이 투표용지가 개표기에는 사용하지 못하여 손으로 눈으로 일일이 개검표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투표용지야 다량으로 사전인쇄가 가능하지만 진작 기계작업이 필요한 개표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이 황당한 일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까 생각하니 ‘참’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지난번 총선에도 정당투표는 있었다. 그리고 연관된 비례대표도 있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투표용지가 그리 길어져야 했는지 물으면 여의도분들께서는 뭐라고 답하실까? 난 그 비례대표제도의 근본조차 이해를 못하겠다. 국회의원수가 더 필요하면 국민이 직접 더 뽑으면 되지 않나? 그게 그 분들이 꿈에서도 되뇌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아니겠나? 자신의 당에 한 사람이라도 더 들이겠다고 법을 바꾸는 데 일조를 하신 어느 분이 분리한 입장이 되자 뒤통수를 맞았다느니 새로운 국회에서 제일 먼저 폐기하여야 하는 법이라느니 하는 좋은 말씀을 하셨다. 몸에 좋다고 본인이 먹으려고 쓴 약 다렸으면 적어도 냉수 입가심은 해 보고 그런 말씀 하셨어야 하는데 입에 넣어보자 마자 쓰다고 너무 일찍 뱉어버리셨다. 과연 이런 게 늘 여의도에서 조잘대는 “국민을 위한 길”인지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허뭐시기당이 있다. 공약이 코미디보다 더 웃긴다. 장난이 아니라도 여기에 찍는 사람들이 있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8억이 넘는 선거자금이 국고에서 지불되었다고 한다. 여성후보를 많이 내보내서 그리 되었다고 들었는데 요새 거리두기 때문에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여 웃을 일이 별로 없거늘 코미디를 보면서도 잘 웃지 않는 내가 지금 선거철에 코로나를 뛰어 넘는 코미디에 ‘참 내’를 연발하고 있다.


투표소를 나오며 집사람에게 건넨 말, “정치하는 X들만 정신 차리면 참 좋은 나라인데....”


2020년 3월 13일

하늘빛


* 이 글을 쓰고 나서 저녁 인터넷뉴스를 보았더니 환경단체에서 선거 후 버려질 비닐장갑 높이가     63빌딩 7개 높이(1716m)가 될 것이라 하였다고 한다. 실제 내가 생각한 한라산 높이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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