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소한 명령어가 나오면서 친구들 모임도 하지 않고, 동네 모임도 없어지고, 다른 사회적 모임도 모두 미루어지니 컴퓨터에 기대거나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었다. 컴퓨터야 늘 가까이 두고 있는 거지만 TV의 경우 평소에 즐기던 스포츠 생중계가 없으니 맥 빠지고 자연다큐멘터리 또한 재방송만 되니 김빠지고 뉴스는 온통 코로나 사태와 싸움질하는 정치인들 이야기뿐이니 금방 실증이 난다. 손주들이 학교에 못가니 자식들에게서 부탁받은 문제집 풀이라도 좀 가르쳐 줄라치면 여태 입학식도 못한 외손자 초등학교 1학년 문제부터 생각이 막힌다. 개학을 안 하니 아직 4학년으로 올라가지도 못한 손녀를 불러다 물어보면서 할아비가 그 문제를 풀지 못하는 핑계거리를 찾아야 한다.
“할아비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이런 거 없었단다.”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손주들 앞에서 이런 핑계 대고 있나 속으로 씁쓸해 하면서....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새롭게 알게 된 종교단체가 있다. ‘신O지’. 여기서 파생된 짝퉁, ‘새O지’도 있다고 하는데, 교계에서는 이단이라고 한다. 하기야 신O지 및 그와 관련된 사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감염자 숫자는 절반 이하로 낮아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들이 사태 초기에 스스로 방역당국에 거짓 없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였다면 더 큰 불행을 막을 수도 있었던 일이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면서 정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욱 강조하게 되었고 아이들 등교도 요원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정부의 부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현장에서 모임을 갖는 유사 단체들이 존재한다. 이런 단체들을 보면서 종교라는 것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종교’라는 단어는 연일 듣는 것이지만 그저 생각하고 있는 ‘천주교, 불교, 개신교, 이슬람교 및 이와 유사한 단체들이 종교 아닌가’ 하는 것 외에 딱히 정확한 의미를 모르니 사전에는 어찌 나와 있나 찾아보았다.
‘초자연적인 절대자의 힘에 의존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 애니미즘이나 토테미즘과 같은 원시 종교를 포함하여,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 등과 같은 세계 종교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가 있다.’
그런데이 사전적 의미는 철학을 내포하고 있어서인지 나에게는 이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가 미신이라고 부르는 것들까지 종교의 의미에 포함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하기야 예전 미국인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종교가 있느냐는 질문에 “네가 생각하는 통상적 종교는 없지만 난 내 조상이 너의 종교처럼 나를 지켜 줄 거라 생각한다.”라고 대답하자 그는 “그러면 그게 네 종교다.”라는 대답을 하였다. 그가 사전적 의미를 미리 이야기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종교, 宗敎, 그 한자적 의미만 따지면 ‘높은 곳에서의 가르침’이라고 해석하면 될까? 그렇다면 그 높은 곳에 계시는 분들의 인간에게로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저 단순하게 ‘스스로 사람답게 살라’는 것이 아닐는지. 그럼 인간은 그 분들로부터 무엇을 얻을까? 그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그 분들의 가르침으로 스스로 위안을 얻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아닐까? 선생님께 배우는 학생들의 기본자세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장로인 내 친구가 한 때 나에게 자신의 종교를 권유한 적이 있다. 내 대답은
“종교가 올바른 삶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나는 상식과 윤리와 도덕과 법률에 입각하여 살려고 노력하니 그게 그거 아닌가?”
라고 답하였다. 그러나 그는 나의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종교계에서도 법회나 미사를 미루는 등 교계 및 산하 단체가 모두 공동으로 사회의 안정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계는 단위교회에서 행할 문제라 하며 교계 전체 차원에서 이에 응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급기야 관련법으로 강제하겠다고 하자 ‘종교탄압’이라 한다. 강제하기 이전에 스스로 하는 것을 ‘자율’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종교가 누리는 자유와 혜택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자율’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 자율이라는 것은 위에 계시는 분들의 기본적인 가르침 아닌가? 우리나라의 모든 종교 시설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영토 안에 있다. 그리고 그곳에 드나드는 분들은 대한민국국민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속한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협조해야 할 사항이 생기면 나라의 강제 이전에 그들이 우선 자율적인 ‘솔선수범’을 해야 하는 것 아닐는지.
예수는 당신의 이름으로 모이면 그곳이 곧 교회라 하였다고 한다. 이 어려운 시기엔 집에서 가정예배를 보는 것도 교회에 가는 것과 같지 아니한가! 높은 데 계시는 분들의 말씀은 나도 좋아한다. 단지 인간이 만들어 놓은 핑계를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이단이던 삼단이던 이런 시국에 국가와 사회에 스스로 협조가 되지 않으면 다 그게 그거 한통속 아닌가? 대구에서 의료 자원봉사하는 분들의 모습과 파출소나 소방서에 마스크 몇 장이라도 기증하는 분들을 보며 누가 천사이고 누가 천당에 갈지는 분명해 진다. 위에 계시는 분은 모이지 말라는데 굳이 당신을 핑계대고 모이는 분들과 스스로 천사가 되는 분들 중 누구를 더 좋아하실까? 엊그제 미국에서 당국의 지시를 어기고 현장예배를 보던 목사가 체포되었다고 한다. 미국은 늘 우리가 지목하는 민주주의의 상징이고 종교의 자유가 많은 나라이다. 그리고 개신교도들이 85%쯤 된다고 한다. 그런 나라에서 현장예배 목사를 체포하였다. 미국인들도 종교탄압이라 외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