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내가 마시는 물에 땅꺼짐이 없기를

korman 2021. 8. 10. 20:19

야후 자연의 물 이미지 중에서

내가 마시는 물에 땅꺼짐이 없기를

 

해외소식이라고 TV에 비쳐지는 장면 중에 ‘땅꺼짐’이라는 게 있다. 방송에서는 어떤 날은 외국어 쓰는 게 미안한지 ‘땅꺼짐’ 이라고 했다가 또 어떤 날은 ‘싱크홀’이라고도 한다. 멀쩡하던 땅이 갑자기 푹 꺼지면서 지나가는 사람도 빠지고, 자동차도 빠지고, 건물도 붕괴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처럼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가끔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한다. 집이 가라앉는 장면을 보면서 ‘영화로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였는데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그 ‘싱크홀’을 주제로 한 영화가 나왔다는 소식이다. 집들이 하는 날 빌라 전체가 500m 땅속으로 사라지는 영화가.

 

바다는 제쳐두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위에는 자연적으로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물이 돌아다니는 물길도 있다. 이런 곳은 지하에도 지상과 같이 존재한다고 한다. 비가 내리면 빗물은 땅 속으로 스며들고 땅 속의 공간이 빗물을 다 간직하지 못하거나 어떤 움직임에 의하여 힘이 가해지면 땅 속의 물은 샘이라는 숨구멍을 통하여 지상으로 오르거나 땅속 물길을 흐르다 땅 위와 맞닿은 물길의 끝을 만나면 땅 위에 못을 만들고 호수를 만들고 내를 만들고 강을 만들어 결국엔 바다로 흘러간다. 물론 이 바다로 가야하는 물의 일부는 인간들이 중간에서 가로채기도 한다.

 

땅꺼짐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서 땅속 물을 강제로 과다하게 뽑아내는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한다. 사실 어찌 생각하면 땅 속의 물이라는 게 자연이 만들어준 가장 큰 혜택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지구상의 동식물 모두는 땅 위에 있던 땅 아래 있던 물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 인간을 제외한 동식물들이야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고 진화하며 살아가지만 사람들은 영특하게도 자기가 살고 있는 근처의 땅 위에 적절한 물이 없을 경우에는 땅 속에서 물을 찾고자 집 뒷마당에 혹은 마을 공동으로 땅 속을 헤집었다. 물론 인간의 문명이 강을 끼고 탄생하고 발전되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강가에서 조차 우물은 존재하였고 또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땅 위로 흐르는 강물 옆에서조차 인간들은 땅 속의 물을 탐내었다.

 

자연의 물은 땅 속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땅위로 솟구치기도 하며 서로의 물길을 주고받는다. 필요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라고 자연이 그렇게 만들어 주었지만 인간들은 그 자연의 물길도 댐이다 저수지다 농수로다 등등 핑계로 서로 통하기 어렵게 하고 콘크리트며 아스팔트로 땅을 덮어 물이 순환되어야 할 곳들을 많이 막아버렸다. 땅위의 물은 이런 인위적 장벽 때문에 땅 속으로 충분히 스며들지 못하고 있으나 인간들은 건강에 좋은 물을 마셔야 한다며 여기저기서 마구잡이로 땅 속의 물을 퍼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하여 땅 속의 물이 빠져나간 자리는 다른 물로 충분히 채워지지 못한 채 빈 공간으로 남아있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땅 위에 설치되는 그런 인위적 장벽은 또한 비가 많이 오면 땅위에는 물이 넘쳐 해가되고 가물면 땅위의 물이 말라버려는 결과를 초래하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치산치수(治山治水)라는 게 넘치거나 모자라는 물로부터 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땅위와 땅속의 물에 대한 균형을 맞추어야 하고 그를 위해서 물을 간직해야 하는 산과 나무를 다스려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가르침이 아닐까?

 

그 양쪽 물의 균형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전 세계에서는, 땅 위의 물이 넘쳐나는 나라에서들조차도, 땅 속의 물을 퍼 올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땅 위로 오르는 물이 아니라 모두 강제로 끌어 올려지는 물이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취수원’아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 셀 수 없이 많다. 하다못해 ‘심층수’라는 이름으로 바다 깊숙한 곳에까지 집수파이프를 꽂고 있으며 이렇게 퍼 올려진 물은 환경을 어지럽힌다는 플라스틱병에 담겨져 방방곡곡으로 전달되고 있다. 수도가 잘 보급된 지역에서조차 사람들은 별도의 경비를 지불하면서도 이런 땅 속에서 올라온 물을 선호하고 있다. 수돗물을 불안하게 만드는 당국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사람들은, 나부터라도, 당국의 믿음직스럽지 못한 발표보다는 민간 회사들이 온갖 위생검사를 마치고 ‘생수’라는 이름으로 공급하는 땅속 물을 더 신뢰하고 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더욱 잦아지는 땅꺼짐이 땅 속의 물을 자꾸 퍼 올려서 생긴다고 하니 그 물을 마시면서도 때로는 좀 언짢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우리나라가 비싼 값을 지불하고 수입하는 원유 또한 땅속에서는 물처럼 별도의 공간에 존재한다고 한다. 이런 원유를 생산하는 회사원에게 그렇게 퍼 올리면 원유가 있던 땅 속은 큰 공간이 될 텐데 땅이 푹 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하였더니 그는 그렇게 생긴 공간은 지하수가 채워주기 때문에 땅이 꺼지는 일은 없다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물을 너무 많이 퍼 올려 물이 있던 공간이 꺼지고 있다. 그러니 기름을 퍼 올린 공간은 물 없이 무엇으로 채워져 땅거짐을 막을까? 원유가 다시 그곳을 채우려면 억겁의 시간이 자나야 하거늘. 디행이 우리나라엔 원유로 인한 공간은 없을 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땅 속의 물을 과도하게 퍼 올림으로 인한 땅꺼짐에는 늘 경계가 필요한 듯싶다.

 

한편, 땅 위로 올라온 땅 속의 물에는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빈부의 격차가 적용된다. 예로부터 지역마다 우물의 물맛이 다르듯 병속에 담겨 있는 물의 물맛도 취수원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고 맛이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어떤 물이 어떤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느냐 까다롭게 따지지도 않을 것인데 물 값은 판매회사마다 다르게 매겨져 있다. 심지어는 같은 지역에서 취수했다는 물에도 회사마다 값이 다르고 같은 회사 같은 브랜드인데도 취수지역이 다르다고 값이 두 배나 되는 경우도 있다. 원가를 많이 들여 외국에서 수입한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생산된 같은 양의 물이 지역이나 회사에 따라 이렇게 많이 차이나는 현상을 어찌 해석해야 좋을까? 특색 있는 공산품처럼 각 브랜드마다 생산에 특별한 노하우비용을 넣어야 하는 건 아니고 그저 모두 같은 방법으로 물을 찾아 땅 속에 파이프를 넣고 모터로 물을 강제로 끌어 올려 입병하면 되는 것 아닌가!. 물 값도 취수지역의 땅 값에 비례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비싼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선호도와 지역의 인지도를 내세우기 좋아하는 우리의 특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땅 값이 비싸다고 물이 좋은 것은 아닐 텐데 나도 그 땅속 물을 마시고 있으니 단지 아무 곳에서도 취수로 인한 갑작스런 땅꺼짐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성철스님의 가르침이 아니라도 그저 싸도 물이요 비싸도 물인 것을....

 

2021년 8월 9일

하늘빛

음악: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77ZozI0rw7w 링크
Soothing Relax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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