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배움이 좋을시고

korman 2022. 2. 8. 15:16

Yahoo USA 이미지 발췌

배움이 좋을시고

 

문득 컴퓨터가 놓인 책상 옆에 붙어있는 작은 책장을 바라보았다. 거기 제일 하단에 책장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 한 권 있다. 초록색 플라스틱 표지를 한 책, “성문기초영문법”이다. 새해가 들면서 적어도 한 달에 책장에 있는 책 한 권은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고 목표는 세웠지만 다시 읽는 계획 속에 이 책은 들어있지 않았다. 그건 공부라는 개념이 들어있어 매우 부담이 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나와 가까운 시절에 영어를 배운 사람이면 누구나 필수적으로 읽고 또 읽은 명서이기는 하였지만 지금 세대에도 전해지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요새 와서 자꾸 눈에 밟힌다.

 

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학교에서 정식으로 영어를 배운다. 물론 그 이전에 거의 모든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영어 학원에 보내는 것 같다. 올해 6학년과 5학년으로 올라가는 내 손녀들도 학원이 아니라도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 가끔씩 할아비에게 영어문장으로 카톡을 보내기도 하고 길거리에 있는 안내판이나 표지판 같은 것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많아졌다. 할아비 집에 올 때는 가끔 숙제를 가져와 모르는 게 있으면 할아비에게 묻는다. 그런데 문제는 학년이 올라가고 또 학원에서의 수업단계가 올라가면서 이 할아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자꾸만 좁아진다는 것이다. 아직 초등학생이니 회화라면, 내가 하는 회화가 영어권 국가들 초등학생 실력도 안 되겠지만, 어찌어찌 해 보겠는데 문법이 시작되고 동사 형용사가 어떻고 형식이 어떻고.... 엄마 아빠는 뭐라더냐고 물으면 할아버지에게 여쭈어보라 하였다고 한다. 자기들도 곤란하니 할아비에게 미루는 것이다.

 

어느날 점심을 마친 큰 녀석이 요새 자동차 뒤에 많이 붙어있는“Baby in Car"라는 게 영어 표현으로 맞는 거냐고 물어왔다. 대체적으로 아이를 가진 젊은 층에서 몰고 다니는 자동차 뒷유리를 보면 뭐가 많이 붙어있다. 대개는 아이가 타고 있다는 문구가 많다. 아이들의 혈액형까지 붙여놓고 다닌다. 아이가 타고 있다고 표시하는 것은 아이 때문에 조심운전 하는 것이니 방해가 되더라도 좀 양해해 달라거나 무슨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하여 아이의 존재를 뒤차에 알리는 것이다. 따라서 정중한 내용의 문구이어야 하는데 어찌하라는 것인지 모를 내용이나 장난기 어린 내용도 많다. 특히나 영어로 "Baby in Car" 또는 다른 영어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일은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고 타인에게 부탁하기 보다는 완전히 자기 멋인 것 같다. 운전을 하고 다니는 모두가 그런 외국어 광고물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큰손녀에게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겠냐고 물었다. 그녀석 왈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쓰여진 영어가 문법에 맞냐고요?”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뭔가 부자유스러운 것 같기는 하지만 신문의 헤드라인 같은 것도 차 띠고 포 띠고 간략히 문법과 상관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스티커 글귀가 맞는다고 해야 하나 틀리다고 해야 하나 참 고민이 되었다. 오래 되기는 하였어도 미국이나 캐나다에 출장을 다니면서도 그런 문장의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차를 본 기억이 없으니 자신 있게 맞는다고 해야 할 대답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나온 답이 “문법상으로 따지면 그게 맞는 것 같지는 않지만 간단한 표현의 스티커 문장으로 생각한다면 할아비가 그게 맞다 틀리다 결정적 대답은 못하겠으니 그냥 멋으로 붙이고 다닌다고 네가 이해 하거라. 아이를 보호하려는 사람이면 영어로 그리 붙이고 다니지는 않겠지”였다. 그리고 표현을 제대로 하려면 어찌 해야 하는지 문장을 만들어 보게 하였다. 할아비에게서는 잊혀진지 오래된 Be동사 따지고 정관사 부정관사 뭐 그런 걸 따지더니만 맞는 문장 하나를 만들어 놓았다.

 

작은 손녀가 한 마디 거들었다. “언니! 우리 할아버지는 우리만 잘 태우고 조심해서 다니시면 돼.” 그 말이 맞다. 내가 앞차의 그런 영어까지 읽고 이해해 가면서 그 차 운전자의 의도를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젊은 층들이니 나보다 현실적으로 영어공부도 많이 하였을 텐데 스티커를 붙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어떨는지. 비단 영어 스티커가 아니라도 유사한 스티커 모두 내 느낌에 그 의도가 뒤차에 부탁하거나 양해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내 차안에 내 귀한 아이가 타고 있으니 뒤따라오는 차량들은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명령어 같기 때문이다. 아이가 타고 있는 자기 차가 잘못되면‘내 탓이오’가 아니라 뒤에 오던 차량에 대한‘네 탓이오’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같이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미국 Yahoo와 영어 검색판 Google의 스티커 이미지를 찾았더니 미국에도 여러 가지 디자인으로“Baby in car'라고 적힌 스티커를 판매하는 인터넷 상점이 있었다. 그러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틀렸다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렇게 해서 그 스티커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락되었지만 손녀들이 툭툭 던지는 질문을 감당하려면 그 영문법 책을 꺼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은 사라지질 않는다. 우리말 문법도 잘 모르는데... 아마 중학교에 가면 문법 공부가 많아질 테고 그러면 문법에 대한 질문은 할아비에게 별로 하지 않겠지만 대답도 못하면서 그나마 아이들 질문이 없어지면 아마 좀 섭섭해질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아무튼 할아비의 대답은 신통치 않아도 아이들의 배움이 좋을시고.

 

2022년 2월 6일

하늘빛

 

 

음악: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YgPlIAzZWrg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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