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운전면허 갱신

korman 2022. 10. 24. 18:53

10월의 아름다운 하늘

운전면허 갱신

동네 모임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분께서 아주 기쁜 얼굴로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괜한 수고를 덜었다”고 하였다. 무슨 일이냐고 물은즉 운전면허 갱신을 하러 갔는데 만75에서 하루가 모자라 75세부터 주어지는 특별교육을 면제 받았다는 것이었다. 고령자에게 실시하는 교육이라 하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운전면허를 갱신하라는 문자와 우편물을 받았는데 올해 안에만 갱신하면 되기 때문에 미적미적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 제도가 있었나? 나야 이직 그 나이에는 이르지 않았으니 교육은 없을 것이므로 좀 더 있다가 신청을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관계기관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11월, 12월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므로 10월중으로 갱신하라는 독촉 문자였다.

운전면허증을 들여다보니 지난 번 갱신한 때가 10년 전이었다. 그 당시 새 면허증을 받아 들고 나서 좀 까칠하게 글을 썼던 게 기억났다. 당시 신청서 제출 시 사진이 두 장 필요하다고 해서 현장 사진 찍는 곳에서 즉석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을 9장이나 인화하고는 그 값을 모두 받았다. 사진을 왜 이렇게 많이 인화했느냐는 물음에 기본이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기본은 누가 만들었는지 의아해 하면서 그 중 두 장의 사진을 제출하였더니 한 장은 신청서에 붙이고 다른 한 장은 스캔을 하는 것이었다. 새 면허증에 붙이기 위함이었다. 바로 옆이 사진 촬영소인데 사진을 인화하고 그걸 스캔하여 새 면허증에 붙이려면 차라리 촬영소에서 사진 파일을 직접 받으면 될 텐데 왜 저런 수고를 할까 또 의아해졌었다. 10년 전 사진 9장 중 나머지 7장은 아직 서랍에서 잠자고 있다. 지금보다 10년은 젊은 모습으로.

10년 전에는 면허증 갱신에 3시간이 걸렸다. 신체검사까지 현장에서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고 국민건강보험에서 받은 정기검사가 유효하면 그것으로 대치한다고 하며 운전면허시험장은 물론 경찰서에서도 갱신이 가능하다 하여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겠구나 생각되었다. 독촉 문자를 받은 김에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도 사진 두 장이 필요하다하여 동네 사진관을 찾았다. 면허증용 사진이라 하였더니 기본 5장에 2만원이라 하였다. 여기도 기본 숫자가 있었다. 아마도 사진을 수정 할 테니 뽀샵기술료까지 포함된 금액이겠지만 인터넷으로 갱신 신청을 하면 사진을 안 뽑아도 파일만 있으면 되겠기에 파일만 핸드폰으로 보내달라고 하였다. 그랬더니만 시진을 안 뽑아도 기본 2만원에 파일 전송비 3천원을 더 요구하였다. 차라리 집에 가서 내가 스캔하지 하고는 사진 5장을 들고 나온 김에 집에서 가까운 면허시험장을 찾았다. 현장에서 직접 신청하면 파일은 없어도 어차피 사진 2장을 건네주면 될 것이므로.

역시 현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번호표를 뽑고 5분정도 걸려 신청서를 작성하여 첫 번째 장소에 제출하였다. 신청서를 받아든 분은 컴퓨터에 내 신상을 넣고 조회를 하더니 건강보험의 검사가 아직 유효하고 시력 등이 면허갱신에 부합한다고 내 신청서 상에 기술하고는 큼직하게 자기 싸인을 하고는 내게 되돌려주며 두 번째 제출 창구에 가라고 하였다. 그곳에서는 신청서와 사진 두 장을 제출케 하고는 잠시 그 앞에 대기하라고 하였다. 내 앞의 몇 사람이 새 면허증을 받아간 후 내 이름이 불려졌다. 10년 전에는 3시간이 걸렸던 게 이번에는 신청에서 발급까지 30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을 하고 갔다면 시간은 더 짧아졌을 것이다. 그만큼 세상은 좋아졌다. 건물 밖으로 나와 눈에 뜨이는 현장 사진관 앞에는 “운전면허증사진 만원”이라는 입간판이 놓여 있었다. 동네 사진관에는 왜 들어갔을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새 면허증을 살펴보았다. 10년 전보다 얼굴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다음 갱신 시까지의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었다. 세월을 몸으로 품은 대가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5년 후 다시 갱신을 할 때는 나에게도 고령자특별교육이 주어지겠구나 생각되면서 내가 운전면허증을 반납해야 할 적절한 시기는 언제가 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한편, 우리나라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운전대를 잡으면 양보라는 게 별로 없이 자기우선주의로 급하게 운전을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새 면허를 가져가라고 이름이 불리면 운전하는 것처럼 창구로 그리 급히 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이름이 몇 번 반복된 후에야 어슬렁거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느릿느릿 창구로 향하고 있었다. 운전하는 것과 운전면허 받는 것에 대한 운전자들의 속도의 차이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2022년 10월 24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h2zH48YVLO8 링크

What a wonderful world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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