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20-230108
버리고 떠나기 - 법정 - 샘터
특정 종교에서는 인간을 포함하여 만물은 신이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과학적인 진화론을 믿는 사람 중에 하나지만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였을 때, 그렇다면 ‘인간은 신이 만든 실패작 중의 하나가 아닐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신이 만든 세상을 가장 어지럽히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욕’이라는 것은 인간이 부여 받은 핵심적인 불량요소이다. 인간의 온갖 나쁜 점들은 모두 그 과욕과 연계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물들에게서도 물론 그 욕심은 나타난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들은 한 번 배부르면 다시 배가 고파질 때가지 다른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자기의 영역을 침범당하면 싸움을 불사하는 동물이지만 과욕적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한 싸움은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들은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고 곳간에는 넘쳐나는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갖겠다고 형제간의 싸움은 물론 이상한 논리를 앞세워 다른 나라에 시비를 걸고 전쟁도 불사하는 나라도 있다. 인간이 가진 ‘과욕’이라는 것이 원인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성과 도덕과 윤리와 상식이라는 기본적 삶의 테두리를 지켜가고 있긴 하지만 또한 많은 사람들이 떠날 때가 되어서야 자신의 과욕을 위하여 일생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는지 느끼리라 생각된다. 떠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한다. 버리고 떠나는 게 아니고 못가지고 떠나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 ‘버리고 떠나기’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이야기 하는 듯하다. 그러나 내용은 그렇지가 않다. 물론 이 책에서도 중간 중간 간간이 인간의 지나친 소유욕을 거론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종교에서 조차도 욕심을 거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종교는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 종교에 지배를 당해서는 안 되며 여러 종교가 존재하는 것과 한 종교 내에서 여러 파로의 갈림 또한 인간이 버리지 못하는 욕심에서 비롯됨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이름 있는 승려로써 많은 혜택을 받고 지낼 수 있었음에도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들만 챙겨 화전민이 버리고 떠난 산속의 오두막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행하며 버리고 살고 있는 이유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버리고 살아가는 삶의 표준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는 80년대에 쓰인 글도 있고 그 이후에 혹은 책이 발간될 즈음에 써진 글들이 뒤섞여있다. 큰 단원과 단원 속 소제로 나누어 엮어진 책 속의 어떤 글들은 저자의 다른 책에서 아니면 다른 글에서 같은 것들이 거론된 것을 읽은 기억도 있다. 그러나 이런 책의 장점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일고 또 읽어도, 모두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활에서 늘 대입해야 할 중요 요소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물론 두 번째 읽는 것이지만 신간을 읽는 것처럼 새롭기만 하다. 그만큼 따라야 할 좋은 문장이 많기 때문이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좋아하는 요소들이 다르지만 나의 경우, 가을 산야의 모습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여도 그 보다는 여름의 우거진 녹음을 좋아한다. 그러나 저자는 가을이 지나며 잎이 떨어지고 앙상하게 가지가 드러난 나무를 좋아한다고 하였다.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에는 가지가지 사이로 공기와 바람이 통하고 나무에는 여백이 있어 좋다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의 삶에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겠다. ‘버리고 떠나기’라는 제목은 적게 가진 삶을, 과욕을 부리지 않는 삶을,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이치에 맞는 삶을 강조하는 것임을 책을 읽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이 가진 장점 중의 하나가 ‘망각’이라는 것이라 한다. 머리를 비우는 것이다. 저자도 꽉 찬 머리를 비워야 또 새것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야 좋은 글과 말도 새로 입력하고 시대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 테니까. 또 그래야 ‘꼰대’나 ‘라떼’ 소리도 듣지 않을 테니까.
이 책의 앞면에는
“단순하고 소박하게, 적게 가질수록 사랑할 수 있다. 어느 날엔가는 적게 가진 그것마저도 다 버리고 갈 우리 처지 아닌가”
라고 적혀있다. 여백을 만들고 그 속에 삶의 사랑을 채우라는 가르침으로 받아드린다. 스님께서 쓰신 책이라 그런지 책의 제목과 내용에 걸맞게 다행이도 이 책에는 다른 책에 다 쓰여 있는 “책 내용을 무단 인용하면 저작권법의 저촉을 받는다”라고 강조하는 글귀는 없어 끝맺음으로 한 줄 인용한다.
2023년 1월 9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rc_Wed9wjRg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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