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여전히 먼 - 인천작가회의

korman 2023. 1. 16. 20:30

230114-230115

여전히 먼 - 인천작가회의 - 다인아트

해가 바뀌는 달 작년에 이웃집 시인에게서 시집 하나를 건네받았다. 내가 사는 지역의 시인들 모임에서 발간한 비매품시집. 세어보니 43명의 신작시(詩)가 들어 있었다. 아마도 지역 작가회의에 소속된 시인들이 모여 발간하는 시집인 모양이다.

작가들의 모임에서 발간하는 시집이라 일반 서점에서 판매하는 개인 시집보다 세 배 정도는 두껍지만 산문이나 소설처럼 글자 수가 많지 않으니 단지 몇 시간이면 읽을 만한 책이지만 시라는 게 좀 독특한 문장인지라 분석과 생각을 가미하며 읽으려니 처음 읽는 데 이틀이 결렸다. 그렇다 하여도 거기에 쓰인 시들을 모두 이해했느냐 한다면 그렇지가 못하다. 아마도 이해 못한 시가 더 많다고 생각하여도 될 것 같다.
 
예전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시에 대한 것들이 다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라는 게 특정한 틀, 즉 형식을 가지고 있다고 배운 것 같은데 이 책의 시에서는 그런 형식이 필요 없는 듯하였다. 또한 내가 인식하고 있는 시의 대부분이 서정적인데 비하여 여기 등재된 시들의 절반 이상은 그런 틀에서 벗어나 매우 자유로운 표현을 하고 있었다. 시대가 많이 변했으므로 틀을 가진 문학 장르가 그 틀을 벗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정치적인 요소도 시가 되고 외국 사람의 이름도 시가 되고 중국집 이름도 시가 되며 오래된 유명 약국 이름도 시로 변하여 쓰여 졌으며 시대의 변화인지 쿡쿡킥킥크크도 시가 되었고 자본주의사상도 시의 재료가 되었다. 책 이름대로 나에게는 시라는 게 ‘여전히 먼’ 것인 모양이다.

내 이웃 시인은 버드나무도 없으면서 ‘버드나무집’이라는 상호를 가지고 있는 요식업소에 대한 시를 썼다. 시인이 내세운 버드나무집은 어느 동네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버드나무집은 내게도 친근감 있는 이름이다. 내 친한 친구의 지인이 서울 모처에서 이 이름의 요식업소를 운영하였기로 여러 번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그 지인이 지금은 그 가게를 운영하지 않고 있으니 아직 그 자리에 버드나무집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왜 이름을 그리 지었냐고 물어본 일 없으니 예전 그 자리에 버드나무가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바른 말 고운 말을 잘 하려면 모국어로 된 시를 많이 읽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분이 있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아마 이런 목적으로 학생시절에 많은 시를 외우라고 하였는지 모르겠다. 한 시인의 시 제목에 ‘백령도’라는 게 있어 내가 예전에 그 섬에 다녀오면서 적어 놓은 같은 이름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나 보았더니 그 분은 백령도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그걸 느꼈는지 분단의 아품을 적었다. 나는 이름이 유래한 애틋한 사랑의 전설과 인당수 심청을 적은데 비하여.....

2023년 1월 15일
하늘빛

백령도

거친 바다를 건너
백학(白鶴)의 깃털에 실려 온 연서(戀書)에
잃었던 사랑을 애틋이 찾았다하여
백학도(白鶴島)라 하였던가
흰 나래에 실려 왔다하여
백령도(白翎島)라 하였던가.

인당수에 잠긴 심청의 효심은
연화(蓮花)가 되고
흐르는 파도는 용왕님의 마음이었나
그 마음타고 떠돌다 닿은 곳
연봉(蓮峰)
환생(幻生)의 봉우리 되었네.

연심(戀心)의 백학이 나래를 펴고
심청의 효심이 연화(蓮花)된 곳이련만
인당수에 잠긴 장산곶 머리맡은
영혼 없는 그림자를 닮았음인지
구름에 휘감긴 지척의 북녘 땅이
망망대해 건너의 남녘보다
한없이 멀기만 하네.

거기에 백령도가 있구나.

2015년 5월 30일
친구들과의 백령도 여행에서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hbJcBMfqATI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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