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하늘아래 만나 땅위에 헤어지기 - 전성호

korman 2023. 1. 31. 16:43

230120 - 230129

하늘아래 만나 땅위에 헤어지기 - 전성호 - 도서출판 금토

코로나가 좀 수그러들고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 때문에 실시하고 있던 입국규제를 철폐하자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여권의 수요도 늘어 발급 받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한다. 내 여권도 코로나 이전에 이미 기한이 만료된 상태지만 지금 급하게 해외 나갈 일 없으니 무관심하고 있다. 받을 사람들 다 받고 나면 며칠 걸리지 않던 정상상태로 돌아 갈 테니 필요하면 그 때 신청하면 될 일이고 지금 신경 쓸 필요는 없다.
     
2개 국제 민간 기구에서 여권이 필요한 200여 국가 및 지역에 대하여 매년 발표하는 세계 각국의 ‘여권의 힘 (Passport   power) 순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Henley Passport Index에서는 2위, 그리고 Arton Passport Index에서는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러 가지 평가항목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해당국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다른 나라들이 비자를 면제하거나 입국을 간소화 해 주는지에 대한 항목도 포함되어 있으니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만큼 편하게 외국을 드나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이 순위에서 우리나라의   여권은 매년 그 힘이 상승하더니만 이제는 늘 최상위 순위에 머물러 있다. 이 결과는 그만큼 국가의 신용도나 국격이 국제적으로 상위권에 올라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내가 여권을 처음 가진 때는 1982년 이었지만 그 때만 하여도 우리나라에 여행자유화라는 건 없었다. 그 후 출장이란 걸 핑계로 여기저기 비행기는 많이 탔지만 다른 나라를 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비자를 받아야 했던 국가들이 많았다. 또한 당시 서양의 선진국 중에서는 까다롭게 비자 인터뷰하는 국가들이 여럿 있었고 상대국 기관이나 회사들에게서 받은 공인된 초청장을 요구하는 국가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런 걸 준비해서 비자를 받느라 경비는 물론 시간이 많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특수비자가 필요한 일이 아닌 한 이런 저런 절차 없이 그저 여권만 들고 비행기를 타면 대부분의 국가에 제약 없이 입국할 수 있으니 여행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혜택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해외여행자유화는 88올림픽 기념으로 1989년부터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책은 1998년에 씌어진, 여행당시 고등학교 늙은 총각 국어선생님의 ‘배낭여행기’, 그러나 책 표지에 배낭여행 10년이라 적혀 있으니 이 선생님은 여행 자유화가 실현되자 잽싸게 배낭을 꾸린 모양이다. 군대 다녀와서 선생이 되었고 선생에게 주어진 여름, 겨울 긴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해외여행에 나섰다니 그 보다 좋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보통 내가 읽은 여행기는 한 나라의 이곳저곳을 심층적으로 둘러보고 적은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책에는 대륙과 대륙을 잇고 이 나라 저 나라를 여러 곳 연결해 놓았다. 내가 가본 곳도 있고 아직도 내 여행 버킷리스트에 있는 곳도 많다. 글 중의 이야기를 보면 이 한권의 여행기로는 채우지 못할 나라들과 이야기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 나중에 또 다른 여행기를 출판했나 인터넷을 찾아보았지만 잦지 못하였다.

저자가 이 책 안에 적어 놓은 여행지 중에서 내가 다녀온 곳이 여러 군데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짧게 그는 길게, 그리고 나는 겉핥기 그는 골목까지 누볐으니 비교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같은 곳에서 그의 경험에 내 경험이 겹치는 대목에서는 나의 그곳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여행자유화이후 한동안 배낭여행자들의 여행기가 서점에 넘쳐나기도 하였다. 그런 배낭여행을 하려면 우선 몸이 구속되지 않아야 하고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며 시간과 비용 또한 걱정할 정도는 아니어야 한다. 아직도 배낭여행은 그 자체가 내 버킷리스트에는 있지만 실현은 불가능한 나이가 되었다. 아니 배낭에 바리바리 짊어지고 발품을 팔아 돌아다니는 배낭여행에 대한 꿈은 이제 실현이 불가능 하겠지만 그저 여행사에서 교통편과 호텔만을 연결해주고 돌아볼 곳은 자신이 정하는 자유여행이라는 것은 아직 버킷리스트에서 지울 때는 아닌 것 같다.

이 여행기는 국어선생님이 썼다고 해서 문장이 좀 국문학적으로 무거운 면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으나 넘기는 책장마다 나이를 가리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여 저자가 가르치는 반에는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들은 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여행에 제약을 받았음인지 여행기가 많이 출판되지는 않은 것 같다. 또한 방송, 유튜브, 인터넷 등을 찾으면 어느 나라 어느 곳인들 정보가 수없이 제공되고 여행기 못지않은 여행에 대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가 넘쳐나니 딱히 예전처럼 서점에 나온 여행기를 찾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난 새로 나온 여행기, 내가 진작 가봤어야 하는데 가보지 못한 곳, 저승에서라도 가보고 싶은 쿠바여행기를 주문하였다. 정가 15,000원이라 적힌 책을 책값은 안 받고 택배비 4,000원만 내면 보내준다는 곳으로. 다음 읽을 아주 예쁜 책이 오늘 내손에 쥐어졌다.

나도 진작 여행기, 아니 여행 일기나 쓸걸.....

2023년 1월 30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PWkAOXU3ar4 링크

The End of Winter (겨울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