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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한 개의 심장을 그곳에 두고 왔다 - 전경일

korman 2023. 2. 7. 17:07

230202-230207

쿠바, 한 개의 심장을 그곳에 두고 왔다 - 전경일 - 다빈치북스

책 이름이 참 멋있다. 보통 사람들은 심장이 한 개 뿐이다. 그래서 그 심장이 정지하면 죽음을   맞이한다. 작가는 콩팥처럼 심장을 두 개 가진 모양이다. 그러니   한 개를 그곳에 두고도 멀쩡하게 살아 돌아와 여행기를 썼다.  쿠바를 생각하면 누구라도 뭔가 자신의 소지품 중 하나쯤은 그 곳에 남겨뒀으면 하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30년을 벼르다 그 곳에 갔다고 하였다. 쿠바는  오래전부터 내 여행 버킷리스트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난 아직 그곳엘 가지 못하였다. 그래서 TV에서 쿠바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는 되도록 많이 보는 편이다. 물론 유튜브에서도 가끔 찾아보긴 하지만 최근에 발간된 여행기 중에서 ‘쿠바’라는 이름에 이끌려 이 책을 얼른 골라잡았다. 아울러 책값을 지불하지 않고 소유할 수 있다는 공짜 개념도 있었지만.

요즈음 전국 어디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듯이 내가 사는 지역에도 지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상거래 카드가 있다. 이 카드에는 카드 소지자만 이용할 수 있는 쇼핑몰이 있는데 최근 발간된 서적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것이 이 책이다. 15,000원이라는 책값은 무료. 단, 택배비 4,000원만 부담하면 새 책을 보내준다고 하였다. 다른 서적 사이트를 검색하였더니 정가에서 10% 에누리한 금액으로 지금 팔고 있었다. 책값도 내지 않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간접여행을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한정된 숫자라고 해서 얼른 주문하였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이 책은 같은 조건으로 계속 공급되고 있다. 시 당국이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하여 책값을 대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언급은 없다) 책이 이렇게 공급되면 작가와 출판사는 무슨 이득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은 우선 일반적인 책보다 키가 작다. 그리고 종이가 좀 두껍다. 또한 줄당 글자 수도 그리 많지 않으며 페이지당 줄 수도 많지 않다. 그리고 사진도 많이 들어가 있다. 많은 페이지에 글 없이 사진만 있다. 그러니 책만 읽으면 하루도 안 걸릴 책이다. 글자 수가 적으면 책 무게도 가볍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종이가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써서 그런지 책의 무게는 제법 나간다. 이런 이야기가 독후감을 쓰는데 왜 필요할까 생각하면 맞는 생각이지만 이 책의 내용 자체가 일반적인 여행기처럼 장소와 때에 따라 가볍고 무겁고 심각하고 유머러스하고 상세하고 등등 느껴지는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섞여있는 것이 아니라고 내용 자체가 너무 가볍게 쓰였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여행기를 읽는 다기 보다는 가벼운 여행 스케치를 읽었다는 느낌이 들어 불필요한 요소를 가미하여 보았다. 잘 쓰인 한 권의 쿠바여행 안내서를 읽는 게 더 알차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독자들을 위한 글 쓴 사람들의 목적이 각각 다르지만 여행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역사나 문화적 배경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헤밍웨이 · 체 게바라와 함께한 여행’이라고 책 안쪽 첫 페이지에 기술하였다. 책을 읽기 전 난 책의 제목에서 한 개의 심장을 두고 올 정도이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낭만과 정렬과 고건물과 클래식 카와 비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살사와 룸바 등 때문에 심장을 두고 왔다는 줄 짐작했는데 막상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은 그것들이나 헤밍웨이 때문에 심장을 두고 온 것이 라기 보다는 오늘의 쿠바를 있게 한 쿠바혁명의 영원한 영웅 ‘체 게바라’ 때문인 것 같다은 느낌을 더 갖게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체 게바라의 혁명에 관한 이야기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였다. 그는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체게바라의 혁명은 성공한 혁명이고 우리나라의 혁명은 실패한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이름도 실패한 혁명 속에 모두 거론되었다. 또한 쿠바에 남아있는 한국인의 자손들에 대하여 두 분을 소개하였는데 모두 혁명에 가담한 분들의 자손이었다. 쿠바의 혁명이 성공하였다고 가정한다면 그들은 왜 아직도 혁명 당시나 지금이나 똑 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 그들에게 물어 들은 답, ‘행복하다’라는 대답이 진심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대답이다. 지상낙원이라는 북한을 떠올렸다. 혁명이 실패한 나라의 그가 혁명이 성공한 나라에 편하게 여행을 갈 수 있는 경제적 원천은 어디에 있었을까? 얼마 전에 BBC에서 방영한 프로에서 혁명이 일어난 후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운영하던 산업시설들이 아직도 그대로 버려져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로의 혁명은 성공하였는지 모르지만 국가와 국민의 빈곤 퇴치혁명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이 아닐까? 

그는 쿠바가 못사는 것은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이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었다. 그 자신은 미국에서 공부하였다고 이력에 나와 있다. 그러나 그 제재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내가 읽은 느낌에 그는 또 북한에 대한 제재가 부당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생각과 사고와 표현이 너무나 자유스러운 자유국가이고 나는 여행기를 읽고 있으니 이런 이야기 길게 할 바는 못 되지만 쿠바에서는 못 고치는 클래식 카가 없다고 설명한 단원에서 ‘한국의 자동차회사에서는 어떻게 정부를 움직여.....이 고차원적인 상술은 누가 개발해...’라고 읊은 대목에서는 정말 고개를 갸우뚱해 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도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을 텐데. 요즈음 다큐멘터리를 보면 한국차가 클래식 카 틈에 섞여 아바나의 거리를 질주하는 장면이 수시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부당하게 쿠바의 정부도 움직인 것이 되겠다. 혁명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간에 국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국민들을 잘 먹고 평등하게 잘살게 하는 것이다. 사상적 혁명에 성공한 지도자가 존경을 받는 게 아니고 나라의 경제를 튼튼하게 하고 부강한 국가를 만든 지도자가 존경을 받아야 한다.

30년을 기다려 간 쿠바에서 그는 심장을 두고 온 대상을 잘 못 찾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독후감을 쓰는 한 독자의 개인적 생각이니 작가도 내 글에 개의치 않을 것이지만 글의 일부를 사용하여도 저작권 침해가 된다 하니 더 인용하다가는 쿠바도 가기 전에 하나밖에 없는 내 심장을 잃을까 염려되어 그만 글을 접어야겠다. 

2023년 2월 7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Hyy-JRJYM28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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