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詩가 있는 국토기행 - 이근배

korman 2023. 3. 22. 12:24

230303-230314 (1권)

230315-230320 (2권)

詩가 있는 국토기행 - 이근배 - 중앙M&B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역사 유적이나 사찰 및 서원 등을 돌아보고 그곳에 대한 자연의 비경, 역사적 배경, 얽혀있는 인물, 관련이 있는 문학작품 등을 열거한 책들은 이미 여러 권 읽었다. 저자에  따라 어떤 분야에 좀 더 주안점을 두었느냐 하는 내용면에서의 차이점은 조금씩 있다 하더라도 책마다 중복된 점은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내가 느낀 것은 내가 이미 읽은 이런 종류의 다른 책들과는 독자의 입장에서 조금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 때 ‘유홍준’씨가 집필한 ‘나의 문화유산을 답사기’라는 책을 들고 그 책에 나오는 순서대로 자신이 스스로 답사를 떠나던 독자들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책은 시리즈가 길었다. 심지어 북한까지도 답사를 한 후 책이 발간되었으니 아마 한반도의 문화유적은 모두 대상이 되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나도 그 책을 시리즈로 읽기는 읽었지만 책의 루트를 따라 여행한 적은 없었다. 이 책도 단행본은 아니고 모두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리 글을 줄여 쓰더라도 작가가 소개하고 싶은 중요한 전국의 대상지역을 모두 소개하기에 한 권은 부족하였던 모양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답사 장소에 대한 역사나 시대적 배경, 장소와 연관된 인물의 세세함을 빠트리지는 않았지만 그 소개함이 읽는데 지루함을 주지는 않는다.

이 책은 양양 낙산사 홍련암에서 시작된다. 강원도 바닷가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실타래를 풀듯 강원도 내륙을 거쳐 경상도를 지나 제주에 이르고 보길도를 거쳐 땅끝마을에 상륙하여 전라도 땅을 딛고 충청도에 올라 경기도를 향한다. 그리고 경기도를 지나 강화도에 이르고 다시 경기북부를 통하여 서울의 북한산에 오른 후에야 그 실타래의 끝을 보인다. 유홍준씨는 특별허가를 받아 북한지역도 답사를 하였지만 이 책은 휴전선을 넘지 못하고 휴전선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서울로 발길을 돌린다. 각 장의 말미에 책 출간 당시의 그곳에 이르는 길과 지역 먹거리를 잠깐 소개하는 페이지가 첨부되어 있지만 이야기는 모두가 옛날이 배경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유사한 책들에 비하여 이야기가 지루하지는 않았다. 내가 읽었던 유사서적들과는 달리 현재는 대중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예전 한자어들이 많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읽는데 무거움이 없었다. 아마도 되도록 한자어를 현대에 맞게 풀어 독자들의 이해심을 도울 수 있게 쓴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특별한 옛날이야기는 아니다. 책에서 소개한 지역이나 인물들 중에는 학창시절에 배운 그러나 지금은 까맣게 잊고 있는 장소와 인물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 장소와 관련된 인물들이 남겨놓은 작품에 주목하였다. 물론 다른 책과 중복되는 장소와 인물들도 많았고 그곳의 주인공들이 남겨 놓은 작품 또한 지금도 잠시 흥얼거리며 흉내를 낼 수 있는 시조도 있지만 이 책에서 그런 작품들의 소개는 독자들이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대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다. 다른 유사한 책에서 작품을 소개할 때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은, 우선 한자로 원작을 기록하고 다음으로 한글로 그 한자의 우리말 음을 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작품의 한자를 풀어 원작의 뜻을 첨부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앞의 두 과정은 생략하고 그 뜻만을 풀어 시나 시조형태로 엮어 독자에게 전달한다. 따라서 나 같은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작품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절약되고 또 한자나 한자음에서 나타날 수 있는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인 것 같다. 물론 전문가 입장에서는 좀 섭섭하다 할 수도 있겠다. 책 제목이 ‘詩가 있는 국토 기행’이니 작가의 입장에서는 독자들이 책 속에 소개되는 작품들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작품의 한자 원문과 음을 붙여 넣는다고 그것들을 애써 기억하려는 독자들은 많지 않음을 또한 고려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가는 곳마다 스스로 그 곳에 어울리는 시를 지어 장 말미에 적어 넣었다. 물론 작가가 작품을 쓰는 전문 문학인 이기는 하지만 소개하는 장소나 인물에 어울리는 시가 어찌 그리 술술 생각 날 수가 있을까 몹시 부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도 그런 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글에 대한 고뇌를 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만 그저 뭔가 생각날 듯 머릿속에서 맴돌다 사라지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진정 부러움의 대상이라 하겠다.  

2023년 3월 21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bKZxrRNp16s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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