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공원 야화(夜花), 밤 벚꽃.
창경궁. 일제가 우리의 창경궁을 격하하기 위하여 궁 내에 동물원을 만들고 자신들의 국화(國花)인 벚꽃(그들의 사꾸라)를 잔뜩 심어 놓고는 창경궁을 '창경원'이라 부르게 하였다. 그 창경원의 동물원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예전 창경궁으로 복원하면서 일제가 심어 놓았던 그 많던 벚꽃나무는 모두 제거되었다고 한다.
동물원이 있었을 당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는 야간개장을 하였다. 사람들은 먹을 것을 싸들고 낮이나 밤이나 벚꽃 구경을 한다고 거의 인산인해였다. 일본에서도 벚꽃이 피면 사람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가족들이나 친한사람들이 단체로 꽃구경을 가는데 그들은 그것을 화견(花見)이라 부른다고 한다. 우리는 그냥 꽃구경이라고 할 뿐, 아직 일본의 그 한자어를 쓰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지금 여의도 국회의사당 뒷길의 벚꽃이 한창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벚꽃은 우리의 국회의사당을 덮고 있다. 일본의 국화인 사꾸라가 버젓이 대한민국국회를 덮고있으며 사람들은 일본의 표현대로 화견을 하기 위하여 그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걸핏하면 죽창가를 내세우며 토착왜구니 친일파니 시비거시는 분들도 일본의 국화로 뒤덮인 대한민국의 국회의사당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 "꽃은 꽃으로만 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실지 모르겠다. 또 혹자는 그곳의 벚꽃 DNA는 우리나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벚꽃이 일본의 국화가 아닐 수는 없다. 몇 년 전에 안쓰는 철길을 메워 생긴 우리동네 철길공원에도 벚나무가 많이 심어져 지금 한창 꽃이 피어 있다. 그러나 지나간 해에도 무궁화 핀 것은 보지 못하였으니 무궁화는 심지 않은 것 같다. 지역마다 벚나무를 심고 벚꽃을 앞세워 축제를 여는 것을 보면 마치 벚꽃, 사꾸라가 우리나라의 나라꽃으로 생각되어진다. 꽃은 모두 아름답다. 내가 벚꽃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또 어떤 꽃이 우리나라 국회 뒷마당을 장식하고 있다 한들 그게 무슨 큰 문제겠나. 그러나 일본의 나라꽃이 다른 곳도 아닌 우리의 국회의사당을 한 두 그루도 아니고 뒷마당을 몽당 뒤덮고 있는 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 아닌가? 그곳의 벚나무들은 원래 자연적으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심은 것이라 알고있다. 언젠가 우리의 나라꽃을 북한 사람들이 틈만나면 단체로 흔들어 대는 진달래로 바꾸자고 주장하신 의원님도 계시는데 뭐가 대수일까만 대한민국의 국회 뒷마당을 온통 뒤덮고 있는 일본의 국화, 사꾸라에 죽창가를 즐겨 찾으시는 분들과 진달래의 그 의원 분은 어찌 생각하실까 궁금하다. 창경궁의 벚나무는 일제가 심은 것이라 뽑아야 하고 국회 뒷마당의 벚나무는 우리가 심었으니 괜찮다는 이론은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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