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일본인과 에로스 - 서현섭

korman 2023. 4. 11. 22:02

230401-230409

일본인과 에로스 - 서현섭 - 고려원

이 책을 읽기 전에 ‘중국의 에로스 문화’ 를 읽었다. 16년 전, 2006년 12월에 상하이에 출장을 갔던 일이 있었다. 호텔 을 나와 황포강(黃浦江)가를 산책하던 중 아주 오래된 서양풍 건물사이 허름한 골목길에 버젓이 ‘SEX SHOP'이란 간판을 건 가계가 눈에 띄었다. 2년 전 같 은 곳에 머물렀지만 눈에 뜨이지 않았던 곳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지금 흔한 ’성인용품점‘이라는 점포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홍콩이나 서양 국가들로의 여행에서는 수없이 보아 왔음에도 의아하게 생각된 점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의 표상이기 때문이었다. 그 나이에 내가 순진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국가에서 성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물건들이 대중들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자체를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중국의 에로스 문화‘에서도 이런 곳의 풍경이 소개되었다. 다만 중국이라는 나라가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방 없앨 수도 있으니 지금도 그런 가계가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다.

 

가끔 서점에 들러 한가하게 이 책 저 책을 들춰보다 보면 비닐에 쌓여있는 특별한 책을 만나게 된다. 내용이 미리 공개되는 것을 바라지 않거나 미성년에게 노출되면 안 되는 내용의 책들은 비닐에 쌓여있다. 도색잡지 판매대가 아닌 정식 서점에서의 비닐책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길거리 편의점에는 아직 서적 판매코너가 없는데 내가 일본 출장이 가끔 있었던 80,90년대에 들러본 일본 편의점(모든 편의점은 아니었겠지만)에 가면 한구석에 비닐로 포장된 도색잡지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2013년 다시 오사카의 편의점을 찾았을 때 미성년인 듯한 아이들이 구석에 놓인 책들을 신나게 보고 있어 다가가 보았더니 비닐 속에 있었던 책들이 모두 벗겨지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노출되어 있었다. 그곳 편의점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의 편의점은 우리와 어찌 다른지 보려하였던 집사람이 19금 잡지를 펼쳐든 아이들을 보며 놀라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쯤 되면 일본의 성문화에 관한한 도색잡지쯤은 19금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 때 이래로 일본엔 가보지 않았으니 최근에는 어찌 바뀌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엔 그런 모습은 소개되지 않고 있다.

 

‘일본인과 에로스’라는 이 책은 ‘중국의 에로스 문화’처럼 역사상 특권층들의 성문화를 소개한 것은 아니다. 일본의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특권층이나 일반층을 막론하고, 전반적인 성문화를 소개한 책이며 특히 금기시 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펼쳐졌던 유곽의 분위기와 가이샤의 세계 및 나라를 위하여 외화벌이에 나섰던, 우리의 정서로 이야기하면, 가련한 여인들의 사연까지 광범위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 가련했던 여인들 중에는 나라 잃은 서러움에 돈벌이와는 무관하게 희생당한 우리나라 여인들의 더 가련했던 사연도 들어 있다. 단지 이런 문화를 일본인이 아닌, 일본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일본에서 생활을 오래한 한국인에 의하여 쓰였다는 것에서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장면에는 팔이 좀 안으로 굽는 느낌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성인들, 특히 50대 이상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은 일본인들의 성문화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을 간직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자유스럽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좀 무질서하다는 것이다. 성문화에 뭐 질서가 있고 무질서가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까만 그러나 그래도 기본적으로 지킬 건 지키고 가릴 건 가려야 하는 게 우리의 문화라면 일본은 예로부터 그 틀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우리의 성문화는 어떠한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에는 재미있는 시간 측정법이 소개되었다. 시계가 없던 일본의 예전 유곽에서 고객들이 기녀와 보내는 시간과 값을 어떻게 측정하는가를 놓고 향 하나가 타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기발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 당시 사찰에서 사용하던 향 막대 하나를 기본 시간으로 더 오랜 시간을 놀고 싶은 한량들은 향 막대 여러 개 값을 지불하면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세속적으로 이야기 하는 긴 밤, 짧은 밤이 향 막대 숫자로 정해지는 것이었다. 한편 유녀들에게도 각종 계급이 있어 제일 상층 유녀를 설중매라 불렀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는 고객의 신분을 가리기 위한 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설중매와 더불어 우리가 아는 한자어 중에서 화류계라고 칭하는 유곽용 한자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만든 유곽이 있던 곳이 꽃과 버드나무가 많았다고 하여 그리 불렀다고 하니 일본인들의 한자어 생성도 성문화와 관련이 깊은 것이 많은 모양이다.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를 그들은 신국(神國)이라 부른다고 한다. 국가 형성 자체를 신격화 하는 이야기로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라는 남신과 여신이 하늘에서 바닷물을 휘저어 하나의 섬을 만들고 여신이 “나는 아직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라고 이야기 하자 남신이 “나는 남는 부분이 있다”라고 하며 둘이 서로 (성적으로)결합하여 오늘날의 일본 열도가 탄생하였다고 하는데 저자는 일본 열도를 두고 ‘태초에 성이 있었다’라는 주제 하에 이름을 보아하니 두 신은 남매 같은데 이런 국가생성 신화에 따라 일본에서는 지금도 사촌남매간에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나 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조선통신사는 일본 방문 후의 기록에 “일본인들은 남녀가 혼욕을 한다며 금수와도 못하다”라고 적었다 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일반적으로 일본인들의 목욕 성향을 들어 어찌 그리 목욕을 자주하며 좋은 목욕탕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의 청결성에 대하여 놀랐다고 한다. 혼욕이 아니라도 일본인들은 목욕을 무척 즐겼다고 하는데 조선통신사들이 지적한 혼욕은 금수와도 못하다고 치고 우리는 조선시대에 얼마나 목욕을 자주 했으며 변변한 목욕탕 하나 가지고 있었는지 저자는 묻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러하지만 일본에서도 성문화에 관한한 변종이 많이 생긴 모양이다. 유곽뿐만 아니고 찻집이나 다른 시설물에서도 성을 사고파는 불법적인 행위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아직 지방에는 남아 있다는 우리나라의 티켓다방이라는 것도 이러한 변종에 속하겠다. 이 책에서는 그러나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성문화만 소개한 것은 아니다. 일본 문화에서 본받아야 할 점도 지적하고 있다. 그 중에서 ‘오·아·시·스’라는 일본 교육의 중심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교육 중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마라’하는 거야 기본으로 가르치는 일이고 ‘오하요 고자이마스(아침인사)’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 ‘시쓰레이시마스(실례합니다)’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의 앞자만 따서 만든 약자라고 한다. 서양식 교육을 우리보다 일찍 받아들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도덕과 윤리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리의 학교교육과 현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부모들의 가정교육을 일본의 오아시스와 비교한다면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많이 생각하게 된다.

 

2023년 4월 11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hm7sta3y18I 링크

Emmanuel | Michel Colombier | Piano So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