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중국의 에로스 문화 - 찐원쉐

korman 2023. 4. 2. 14:33

230323-230329 
중국의 에로스문화-찐원쉐-우석

이 책을 펼치며 내가 생각한 것은 ‘에로스 문화’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고대건 현대건 특정인들이 아닌 국가와 사화를 구성하고 있는 일반 구성원들의 보편성 있는 성문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치자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아니라 지배계층에 있었던 특권층들의 특별한 성취미와 일반인들의 성을 착취하는 막가파식 성희 또는 특권층이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성을 이용하던 사람들의 애절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근대에 들어서도 공산당 지배계급층의 성문화를 다루었으니 그것 또한 특권층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에 비디오로 대했던 홍콩의 영화들 중에 ‘금병매’, ‘소녀경’, ‘육보단’ 같은 에로 영화가 있었다. 중국의 고대 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 국내의 심의를 통과하여야 시장에 나올 수 있었던 시대라 남녀관계의 많은 부분이 삭제된 후에야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수 있었지만 이 책에 의하면 그 작품들은 다른 중국 고대 포르노 소설 중에서 매우 소프트한 측에 드는 것이라 한다. 저자가 이 책에 열거한 중국의 동종 소설들만 하여도 무척이나 많다. 그 시대에 우리나라에도 그런 소설이 존재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그 소설에 나오는 내용이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성문화라고는 할 수 없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가끔씩 이야기하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단어가 있다. 술자리의 사자성어라고 이야기 하여도 되려나? 우스갯소리로 가끔씩 입 밖으로 내는 말이기는 하여도 어째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자료를 찾아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가 그 내용을 알게 되었다. 주색을 밝히는 왕은 간신배가 만들어 놓은 주색잡기 놀이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 간신배가 왕에게 고하기를 인공 연못을 파고 그 파낸 흙으로는 산을 만들어 나무를 심고 연못에는 술을 가득 채워 술연못이 되게하고 산의 나무에는 고기를 매달아 고기숲을 만든 후 궁녀들을 불러다 연못의 술을 마시고 숲에서 안주를 따 먹으며 같이 즐기면 어떻겠냐고 간하였다 한다. 주색에 이 얼마나 고귀한 제안인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단어가 아님이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나이가 좀 듬직한 결혼한 여인을 높여 부를 때 여사(女史)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또한 당사자들도 이런 호칭을 듣는 것에 반가움을 느낀다. 자신의 지위가 높여져 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한자 그대로 풀이 하면 ‘여자女 사기史’라고 하니 여자 관료를 뜻한다고 하겠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가 관료가 되는 것은 자랑해 마지않을 일이다. 그러니 얼마나 중후한 명칭인가. 그런데 실상을 알고 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이 책이 그 여사에 대한 탄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국의 당나라 시절에 황제에게는 공식적으로 황후-4부인-9빈-27세부-81어처의 여인들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황제를 비롯하여 이런 지위의 여인들의 시중을 들고 보필하는 궁녀나 시녀가 3~4천명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황제가 하룻밤 머무는 데도 순서와 횟수가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르는 질서 또한 필요해서 이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여인들을 관리할 수 있는 여자 관료가 필요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여사’라는 관직이 탄생하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언제, 왜 이런 호칭이 도입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인터넷 사전을 찾아보니 그 몇 가지 의미의 말미에 좋은 의미로 ‘고대 중국에서, 후궁을 섬기어 기록과 문서를 맡아보던 여관(女官)’이라고 적혀 있다. 

중국의 황제들은 3~4천명의 여인들은 물론이고 몇 만 명을 거느린 황제도 있었다고 하니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으러 다닌 것도 다 이런 이유와 일맥상통하다 하겠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측천무후도 3천명의 남첩을 거느리고 남색을 즐겼다니 남자 황제 못지않은 호색여황이라 하겠다. 황제들이 이러할진대 그 주위에 있는 신하들은 어떠했을까? 출세를 위하여 몸을 갈고 닦아 황제를 득한 여인들도 많았고 형제자매나 친척 친지들도 가리지 않고 취한 황제나 고관대작도 얼마나 많았던지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근대에 들어서 중국공산당의 모택동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그의 부인 ‘강청’은 포르노 영화를 수집, 즐겨 보면서 이런 저런 남자들을 침실로 들였다니 공산이념에서도 ‘색’이라는 글자는 멀리하지 못하였던 모양이다. 하기야 ‘공산’이라는 게 모두 같이 생산하고 모두 똑 같이 나누는 것이라면 색에서도 그럴 법도 하지만. 

지금도 중국에는 ‘불륜은 가정의 상비약’이라는 표어 같은 말이 존재한다고 한다. 현대를 이끌어가는 모든 중국인들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북경의 천안문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뉘라서 알리요.  

2023년 3월 31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Weigfu2wQc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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