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강요된 건강교실

korman 2023. 6. 7. 11:03

다낭 한강의 용교(龍橋)

강요된 건강교실

천주교 신부들이 입는 것과 비슷한 검은 옷에 군화처럼 생긴 신발을 신고 여행객들 앞에 선 그는 흡사 영화의 주연배우와 액션이나 특정 행동을 전담하는 대역배우를 합쳐놓은 것 같았다. 그의 설명은 나처럼 무뢰한에게는 거의 전문 의료인의 수준이었으며 행위는 달인에 가까웠다. 난 그의 연기를 보면서 오징어를 잘 굽던, 아니 구워지는 오징어의 변화되는 모습을 행동으로 잘 표현하여 갈채를 받았던, 그러나 지금은 세상에 없는 코미디언 한 분이 떠올랐다. 가이드 소개로는 그는 정부에서 직접 특별 관리하는 특정 약재를 위하여 베트남 정부에서 고용한 한국인 안내원(판매원)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다면 배우 모집 수준의 오디션을 통과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옵션이라고는 하지만 자유스러울 권리는 없고 참여의무만 있는 듯하였다. 아니 강제동원 혹은 좀 과장하면 구금이라는 표현이 더 나을 듯싶다. 아무튼 모든 일행은 흡사 작은 교실의 문이 닫히고 선생님 앞에 앉은 학생들처럼 그의 앞에 다소곳이 앉았다. 그는 담임교사이고 가이드는 보조교사였다. 요새 TV 케이블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한약재와 그 약재를 이용하여 만든 상품에 대한 강의를 듣기 위함이었다. 그런 강의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는 무관심하려 하였지만 들리니 들을 수밖에 없었고 보이니 볼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잠시 나갔다가 안 들어오면 다음 행선지로 떠나는 버스에 태워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 특별한 약재를 이용하여 그들이 만들었다는 상품이 거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는 특정 질환에 대하여 특별 강의에 돌입하였다. 아마도 일행의 대부분이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이고 노년층들은 거의가 그 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분들이 상비약을 복용한다고 생각하여 계획적으로 하는 행동인 듯싶었다. 뒷자리에 앉은 부모님과 같이 온 듯한 젊은 사람은 그의 강의에 대한 실효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는지 아니면 의식적으로 그를 외면하기 위함이었는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 또한 그랬다.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약재에 대한 언급이 없음에도 그 질병에 대한 한국 방송들의 영상뉴스를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위험을 강조하고 상품을 어필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삼고 있었다. 내가 순간적으로 ‘저 영상물에 대한 저작료는 지불하였을까?’ 생각할 즈음 그는 그 행위에 특화된 액션배우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 질병으로 인하여 지팡이를 짚게 된 노인들의 흉내로 시작한 그의 액션 연기는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나 혹은 생활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목격하게 되는, 걸음걸이를 회복하기 위하여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거의 복사판처럼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그런 연기에 웃음을 짓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얼마나 관찰을 하고 연습을 하였으면 저리도 흉내를 잘 낼까 생각하며 보이니 보고는 있었지만 나에게는 별로 유쾌하거나 웃음을 지을만한 요소는 되지 못하였다. 혹 그의 연기를 보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가족 중에 그런 분이 있는 경우가 있을지 모르는데 그냥 말로 설명하여도 누구나 다 알아들을만한 행위를 구태여 저리 자세히 흉내까지 내어야 할까 생각되었다. 그의 모습은 코미디언이 굽던 오징어의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다가왔다.

강의를 열심히 들은 학생들이 앉은 테이블에 보조교사인 가이드가 상품을 한 무더기씩 가져다 놓았다. 물론 무척 고가인 그 상품을 선뜻 사려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보조교사가 어설픈 전문가 흉내를 내었다. 그 모습은 흡사 남대문시장의 ‘골라 골라’를 떠올리게 하였다. 마치 누군가가 사주지 않으면 교실에서 내보내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한참이나 흐르고 뒷자리에 앉았던 한 분이 드디어 학생에서 손님으로 나섰다. 그러나 그 뒤에도 그들의 목표가 미달되었음인지 한참이나 이어지는 추가 강의를 듣고 나서야 우리 일행은 교실문을 열고 복도로 나올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외상도 되고 구매금액을 빌려주기도 하며 즉시 계좌이체도 되는 한화 결제 시스템도 있었다. 단, 상품이 국내로의 택배는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그 상품은 국내에서는 의약품으로 취급되는 것이며, 의약품이던 건강보조식품이건,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무관심하였던 그 약재에 대하여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하여 보았다. 물론 국내에서도 그 약재가 포함된 ‘환’이 많이 나와 있었다. 그러나 약재 자체에 대해서는 그가 그토록 강조한 만병통치에관한 신뢰도는 없었다. 한국에서 건너간 여행객들에게만 강요되는 건강비법인 듯 생각되었다.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떤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 상품을 그런 곳에서 구매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그런 게 필요하면 국내의 믿을만한 업체에서 나오는 상품을 담당 의사와 상의 후 선택하는 게 자신에게 돌아올지 모르는 더 큰 위험을 방지하는 방법이 아닐는지 생각하는 순간이 되었다. 집에 온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가 약장사를 하였는지 건강보조식품장사를 하였는지 알쏭달쏭하다.

다낭에서의 강요된 건강교실을 생각하며....

2023년 6월 5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LOJxzeOjsUk 링크

Sunshine On My Shoul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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