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가정의 달 5월에

korman 2023. 5. 7. 18:40

가정의 달 5월에

매해 5월이 오면 모든 매스컴에서 뿐만이 아니고 정부기관이나 사회단체들을 비롯하여 일반 국민들까지도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표현을 쓴다. 5월은 봄이 무르익는 달이고 날씨도 보편적으로 상쾌하며 각종 아름다운 꽃들이 줄줄이 피어나기 때문인지 ‘어린이 날’을 시작으로 ‘부부의 날’까지 가정과 관련된 각종 기념일들은 모두 5월에 모여 있다. 물론 부모님과 견주어지는 스승의 날도 5월에 있다. 그래서 그리 불리게 된 것이라 생각되는데 따라서 사회적으로도 이런 5월은 1년 12달 중 가장 의미 있는 달이 아닐까 느껴지기도 한다. 가정이라는 단위 자체가 기본적으로 사회와 국가를 지탱하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정교육은 학교교육에 견주어 덜 중요하다 할 수 없으며 가정의 구성원들인 가족의 유대관계는 사회에서의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밑거름이라 하겠다.

내가 40대 초반쯤 되었을 때였다. 런던에 출장갈 일이 있었는데 일을 다 보고 돌아오는 비행기편 출발이 저녁 무렵이었다. 출장지에서 그런 짬이 생길 때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머무르던 호텔에서 가까운 전시회장이나 박물관 중 한 곳을 선정하여 돌아보는 것이다. 그 때도 계절은 5월의 봄이었고 마침 시간과 거리가 적절한 곳에서 봄꽃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짐은 호텔에 맡겨놓고 외지의 봄 향기를 맡으러 그곳에 들렀다. 평소에 나라 안의 꽃에 대하여 무뢰한이기는 하였지만 국내에서 친숙하게 많이 보아왔던 꽃도 있었고 그 보다는 처음 대하는 꽃들이 더 많았으며 각기 다른 꽃에서 한꺼번에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섞이어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을까 생각하였던 점은 내 기우였고 꽃은 섞여도 아름답듯이 그 향기도 전혀 이상하지는 않았다. 역시 꽃과 꽃의 향기는 동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국의 5월도 우리의 5월과 다르지 않구나 느끼면서 남은 시간을 위하여 전시장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들고는 햇빛이 잘 비치는 테이블에 잔을 놓았다. 다 알다시피 런던에서는 햇빛이 그립고 그날 그곳의 5월은 우리보다 기온이 낮아 볕이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꽃 전시회라 그런지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여성이었고 특히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많았다. 카페의 테이블 여기저기에서는 그런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꽃전시회에 대한 평가를 하고 계신 모양이었다. 홀로 테이블을 차지한 나는 여기저기 재미있는 광경들을 좇아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목운동을 하고 있을 즈음 하늘색 투피스로 멋을 낸 할머니 한 분이 비어있는 테이블을 마다하고 나에게 물었다. 같이 앉아도 좋겠냐고. 난 출장지에서 혼자 있을 때 그런 분들과 자리를 함께하는 게 늘 좋았다. 자식들과 일찍 떨어져 사는 서양 대부분의 노인들은, 물론 내가 먼저 말을 걸어도 대화를 거부하는 노인들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노인들처럼 누군가를 만나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내가 그런 노인들과의 대화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출장지에서 늘 앵무새처럼 늘어놓는 비즈니스에 쓰이는 통상적인 같은 말 보다는 대화영역의 범위가 넓어져 나의 모자라는 언어능력을 보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우선 내가 어느 나라 청년인지 궁금해 했다. 많은 외국인들이 묻고 있었던 당시의 당연시 되었던 국가 이름, 일본, 중국을 다행이도 그 할머니는 거론하지 않았다. 내가 그냥 Korea라고 대답하였을 때에는 “물론 남한이겠지?”라는 물음뿐이었다. 할머니는 한국에 대하여 많은 것을 물어왔다. 역사와 문화를 물어 올 때는 신통하지 않은 실력으로 답한다는 게 무척이나 어려웠던 반면 그래도 잘 이해하셨고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은 쉬운 말로 다시 물어왔다. 특히나 한국의 5월 날씨에 가서는 그저 Beautiful의 연속이었다. 내가 가끔 체험한 런던의 날씨에 견주어 할머니의 감탄사는 결코 과장된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모두 비슷하듯이 한창 대화가 무르익으면 자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할머니는 나의 나이를 묻더니 당신의 아들 나이와 비슷하다고 하며 상세한 호구조사를 거쳐 한 가지 자랑이 “내 아들은 꼭 1주일에 한 번씩은 나한테 전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연세를 물어본즉 내 어머니와 비슷하였다. 그 당시에 난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는 ‘아들이 일주일에 한 번 어머니에게 전화하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야?’하는 생각을 숨기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처럼 “좋은 아드님을 두셨습니다.”라고 대답하여 드렸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그런 게 자랑거리로 이야기가 되는 사회는 아니라 생각되었다. 나의 경우는 어머니의 주민등록상 주된 거처는 물론 형님 댁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어린 손주들이 보고 싶으셔서 내 집에 머무시는 날들이 많았던 때였다. 그러니 전화 한 통의 자랑을 이해 못할 수도 있었다.

매년 5월이 되면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그 할머니에 관한 것이다. 올해도 여지없이 그 할머니가 생각났다.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 가야겠다고 하는데도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어 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시기만 달랐을 뿐 지금 우리나라 사회에 나타나는 ‘전화 한 통이 그리운 고령화 사회’와 무엇이 다를까 생각되어진다. 휴일을 맞아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외.친손주들도 모두 같이 부모님 산소에 다녀와 저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때에는 지금의 내 손주들 나이 또래의 어머니 손주들을 돌봐주시던 건강하셨을 때의 어머니 모습과 치매라는 불치의 병 때문에 고생하셨던 모습이 동시에 떠오르며 5월의 지난 추억과 기억이 한데 어울려 지나가는 ‘가정의 달’이 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 나에게 어머니에 대한 곱절의 그리움과 함께. 나이를 먹을수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더해만 간다.

2023년 5월 6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LOJxzeOjsUk 링크

Sunshine On My Shoul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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