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영화 이야기

korman 2023. 3. 19. 11:21

옥구공원 물레방아

영화 이야기

영화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은 지가 무척 오래 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가끔씩 극장영화를 보기도 하였지만 지난 수년간은 극장에서 멀어져 있었다.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칭하기는 하지만 장르라는 게 있어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만 찾는 게 극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내 경우이긴 하지만 아무리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고 장사가 잘 되고 있는 영화라 할지라도 그게 내가 즐겨보는 장르가 아니라면 구태여 유명세만 가지고 극장을 찾지는 않는다. 국내 작품이던 외국 작품이던 내가 극장에 가기 어려운 점은 또 하나가 있다. 혼자 극장을 찾는 건 좀 쑥스럽고 기왕 가려면 집사람과 같이 가야 하는데 내가 보고 싶은 영화라 할지라도 집사람에게는 흥미가 없는 게 또 걸림돌이 되겠다. 그러니 TV의 영화채널에 의지하는 게 제일 좋다. 하도 재방송을 많이 하니 중간에 봐도 머릿속에서 편집을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편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전쟁이나 액션 영화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에 포함된다. 그렇다고 해서 SF액션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출연진들이 사용하는 무기도 재래식 무기가 등장하는 영화를 선호하며 시대를 벗어난 내용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 전쟁영화라면 2차대전 배경 정도, 더 나아간다면 중동을 배경으로 한 현실적 내용이 좋고 시대적 액션이라면 007이나 이와 유사한 무기를 넘어서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취미가 이러하니 TV의 영화채널을 본다고 하지만 그저 채널만 이리저리 넘기다가 스포츠나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로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래된 영화라도 여러 번 재방을 보는 경우도 있다. ‘쇼생크 탈출’이라던가 ‘터미널’ 같은 영화가 그렇다. 

글이나 책에도 붙여진 제목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차이나는 것을 느꼈다. 이처럼 어떤 작품에 대한 이목의 집중성은 그 제목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겠다. 그래서 영화에서의 작품명에 대한 중요성도 다른 어떤 요소들보다 그 영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그러니 영화의 이름을 짓는 것은 사람 이름 짓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일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외국 영화에 꼭 우리말 제목을 붙여야 국내 시장에 내놓을 수가 있었다. 따라서 그 외국 영화에 알맞은 우리말 제목을 짓는 것은 아무리 원제목을 번역한다 하더라도 적절한 말을 찾아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오래된 영화를 제외하면 TV의 모든 영화채널에서는 외국어 제목을 발음 나는 그대로 한글로 표기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제목이 가져다주는 작품에 대한 인식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현상은 작품에 걸맞은 한글 제목을 찾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있겠지만 어려움에 대한 일종의 기피현상이나 우리말에 대한 어휘력 부족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말 제목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면 차라리 원제의 한글표기와 더불어 원제를 원어로 표기하면 사전이라도 찾아볼 테지만 우리말 제목이 없는 것처럼 늘 원어표기도 없다.

가끔 우라나라 영화에 완전 외국어 작품명이 붙을 때가 있다. 그 중에서 내가 늘 생각나는 것은 ‘마더(Mother)’와 ‘파더(Father)’이다. 아무리 외래어, 외국어가 유행하는 시대라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직 정서적으로 어머니, 아버지를 침범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뜻을 가진 마더와 파더라고 하지만 여기에 어머니, 아버지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이상한 한글표기의 ‘파더’는 더욱 그렇다. 작품의 내용을 고려하여 그리 지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별로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내가 알기로 이 두 영화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한 것 같다. 차라리 우리말 그대로 어머니. 아버지로 지었다면 제목에서 오는 느낌만으로도 좀 더 좋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일 수도 있다.

가끔 액션영화를 볼 때면 끝 장면을 유추해 볼 수가 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비슷한 영화에서의 장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액션영화는 늘 권선징악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마지막 신이 모두 유사하다. 영화에서는 선과 악이 대두되는데 선쪽에 있는 주인공이 악인과의 대결에서 위험에 노출될 때가 있다. 악인은 그 순간에 재빨리 주인공을 제거하면 자신이 이길 수 있을 텐데 늘 잘났다고 주인공 앞에서 일장 연설을 하다가 입장이 뒤바뀌기 일쑤다. 밝혀지지 않은 범행도 그 순간 모두 스스로 자백하므로 인하여 충분한 증거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총격전에서 주인공이 발사하는 총탄은 예외 없이 악인들에게 명중되지만 악인들이 주인공을 향해 발사되는 총탄은, 설사 그게 기관총일지라도, 주인공을 비켜간다. 모두가 액션영화의 공통점이다. 주인공이 살아야 영화도 사니 늘 그렇겠지만. 그래서 난 어정쩡한 신작 액션영화보다는 차라리 오래된 서부영화가 좋다.  

전화기에 사용하지 않은 극장표 두 장이 들어있다. 작년 12월에 카톡선물로 받은 것이다. 집사람과 내가 공통으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영화가 없어 아직 극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 12월까지 유효하다니 급할 건 없지만 봄날이 오고 있으니 새 봄에 집사람과 극장 데이트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

2023년 3월 17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GcYLG6yMLFw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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