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집에 책은 있어야 한다?

korman 2023. 2. 16. 19:34

코엑스몰의 별마당 도서관

집에 책은 있어야 한다?

 

2월도 중순을 넘어서고 있으니 새해가 시작되고 생각하였던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올해는 특별히 뭘 이룩해야 하겠다고 결심한 바 없으니 그저 ‘벌써 두 달이 지나가는구나’ 생각하는 게 고작이지만 그래도 작년에 이어 책 읽는 것만은 이어가고 있으니 이것 하나만이라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다. 올해 지금까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독후감이랍시고 써 놓은 책이 4권이니 연말까지 작년만큼은 읽게 될 것 같다. 간혹 새 책을 사기도 하지만 책꽂이에는, 비록 두 번째 읽는 것이라도 처음 읽었을 때 독후감을 쓰지 않아 그것을 쓰기 위해서라도, 아직 읽어야 할 책들이 남아 있으니 게으름만 피지 않는다면 올해도 단 하나의 결심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결심이 게으름에서 흔들리는 것이니 단정하는 것도 안 될 일이지만.

 

독후감이라는 걸 써 놓은 다음엔 책꽂이를 바라본다. 다음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함이다. 그런데 가끔씩 책꽂이의 아랫단 윗단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게 있다. 이 책들을 꼭 집에 놔둬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두 번째 읽는 책들은 구입한지 벌써 여러 해 지난 것들이며 한 번 더 읽겠다고 책꽂이에 꽂아 뒀다기 보다는 방이나 거실의 모양새를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비단 내 집이 아니라도 우리나라 많은 가정엔 책꽂이가 존재하고 그 곳에는 이미 많은 책들이 끼워져 있다. 새 책을 사더라도 세워서 꽂을 공간이 남아있지 않아 위쪽에 뉘어서 얹어놓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그 책들을 수시로 꺼내서 다 읽고 있을까 생각하면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책도 순환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내 집에 놓여있는, 두 번씩 읽은 책들에 내 손이 세 번째 가지는 않을 터, 집에서 세월만 계속 맞이하면 나중에는 재활용으로 내버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잘못된 생각으로 아직 도서관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넓지도 않은 집안이지만 그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책 없는 빈 책꽂이를 바라볼 용기가 없는 모양이다. 처음부터 책꽂이가 없었다면 모를까.

 

서양 사람들은 우리보다 독서를 많이 한다고 한다. 장거리 출장을 다니며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는 서양인들을 많이 보아왔다. 일본인들도 기차나 전철에서 책을 많이 읽는 모습이었는데 몇 년 전에 갔던 일본에서는 전철 안에서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 모두들 거북이 목을 하고 뭔가 열심히 들여다보고는 있었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요새 우리 전철 안에서 가끔 책 읽는 분의 모습이 보일 때면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지곤 한다. 서양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본지 오래 되었으니 아직 그들이 예전처럼 책을 열심히 읽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들도 스마트폰 열풍을 이겨나가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책이라는 실물을 챙기지 않아도 같은 책을 좀 싸게 E-Book이라는 것으로 구매하여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읽을 수도 있고 읽는 게 귀찮으면 예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사람도 있으니 그저 이어폰만 끼고 있으면 책 한 권을 다 읽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니 전철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모두가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이런 모습에 좀 있으면 책 자체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앞서기도 한다. 하기야 나도 전철에 책 한 권을 들고 오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책 무게가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는 핑계거리가 있을지라도.

 

한 10여 년 전쯤이었을 것 같다. 미국인 집에 초대를 받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보통 영화에 등장하는 그런 가정집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집에도 그렇지만 내가 들러 본 그 집에는 책꽂이 같은 게 없었다. 집 주인이 구경을 시켜준다고 2층 아이들 방까지 보여 줬지만 공부하는 책들은 그들의 방에 있었으나 우리처럼 책을 보관하는, 책이 꽉 차있는 책꽂이는 보지 못하였다. 나중에 같은 동네에 사는 조카에게 물어보니 자기들이 보고 또 보아야 하는 꼭 필요한 책들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 취미로 읽는 책들은 한 번 읽은 후 도서관에 기증하는 게 그들의 책 보관 방법이라고 하였다. 그러고 보니 조카네 갈 때마다 책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모습이기는 하였는데 조카네 집에도 우리 같은 책꽂이는 없었다. 아무리 그들의 문화가 그렇다고 하여도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억지에서 비롯되는, 도서관에 기증하지 않는 자신을 옹호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집사람에게 물었다. “이 책들 몇 권 되지는 않지만 놔두면 그저 재활용 쓰레기밖에 되지 않을텐데 세월이 더 흐르기 전에 도서관에 가져다줄까? 집도 좁은데.” 돌아온 대답은 “그래도 집에 책은 좀 있어야죠~~” 속으로 대답했다. “읽지도 않는 책, 다 읽은 책 쌓아 놓고 있으면 뭐하나?” 그리고는 또 한쪽에 따로 꽂혀있는 음악 CD들과 다큐멘터리 시리즈 DVD를 바라보았다. 유튜브에 밀려 CD플레이어나 DVD플레이어를 사용하지 않아 그것들이 고장 난 것도 모르는 채 방치되어 있는 것들을....

 

2023년 2월 16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Ptk_1Dc2iPY 링크

Canon in D (Pachelbel's Canon) - Cello &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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