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길 끝나는 곳에서 길을 묻는다 - 임헌갑

korman 2023. 9. 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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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나는 곳에서 길을 묻는다 - 임헌갑 - 웅진닷컴

이 책은 인도에 관한 책이다. 난 인도에는 가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인도에 관한 관심은 많다. 그래서 인도 여행기도 여러 권 읽었다. 일반적인 여행기도 있었고 역사나 문화유적 혹은 각종 인도적 건축물 등 전문서적 형태의 테마를 가진 여행기도 있었다. 이 책이 인도에 관한 책이긴 하여도 일반적인 여행기에서는 벗어나는 책이다. 인도내의 특별한 존재들을 만나 그들의 생활을 취재,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그 존재감을 세워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1993년부터 매년 한 해의 절반 이상을 인도에 체류한다고 했다. 그러니 그는 인도인이 다 되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인도에 관한 책도 여러 권 저술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책에 의하면 그는 다른 작가들이 인도를 경험하고 기록한 방법과는 다른, 지극히 인도인 같은 수단과 방법으로 인도의 보통사람들 조차 선택하기 어려울 환경까지도 가리지 않으며 범접하기 쉽지 않은 특수계층의 인도인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1993년부터 얼마나 많이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으면 이 책에 등장하는 그 분들의 대부분은 이미 여러 번 만나 서로 얼싸 않을 정도의 친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연간 6개월씩 인도에 체류한다고 하니 그만하기도 하겠고 인도인과 별로 다르지 않는 생활에도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되는 특수 계층의 사람들은 바울(BAUL)이라 불리는 장르에 속한 사람들이다. 인도의 서벵골지역과 방글라데시에 존재하는 음류시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그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늘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기이한 모습과 복장을 하고 있으며 여기 저기 늘 방랑을 하며 춤추고 노래한다고 하니 일종의 문화예술인 같기는 한데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꼭 히피의 원조 같은 느낌이 든다. 한편 이들도 신을 경배하며 늘 신을 찾아다닌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종교인에는 속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인도에는 신분을 상징하는 카스트 제도가 아직 존재한다고 한다. 4개 층으로 구분된 이 신분제도의 가장 위에는 브라만(Brahman:사제·성직자)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BAUL이 이 브라만 층에 속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 혹은 그 계층에 있는 사람들도 바울 군에 속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인도의 다른 일반적인 역사 문화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단지 바울을 찾아다니는 것만이 그의 인도 생활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지식백과에 음류시인으로 소개되는 바울은 종교적인 사람도 있고 철학적이거나 문학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공통점은 모두 시인이며 작곡자이며 가수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싱-어-송-라이터 (Sing a Song Writher)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백과 자료에 의하면 방글라데시의 바울의 노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특히 인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명의 바울 중 한 곳에 정착되어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만의 성전을 지어 제자를 길러내고 있는 사람도 있으며 나름대로 해외공연도 많이 다니며 부를 축적한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의 한 귀퉁이에는 바울의 재산은 한 개의 현으로 된 악기 엑타라와 작은 북이 전부일 뿐 언제나 길 위에서 방랑하는 것이 바울이라 했는데 나름대로 재산이 많은 바울들도 있는 모양이다. 유튜브에서 바울의 노래를 찾아 들어보았지만 모두 그게 그것처럼 들렸다. 나 자신 책은 읽었으되 바울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 스스로 이 책을 두고 “이 책은 여느 값싼 기행문이나 여행기 따위가 아니다. 무슨 종교적 순교처럼, 아니면 어떤 열광 속에 빠져들어 미쳐나다시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지 않으면 이룩할 수 없는 일종의 구도서이다.”라고 적었다. 책 한 권의 내용이 온통 인도에서 한다하는 바울들의 이야기뿐이니 자칭 구도서라 평가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다른 사람들의 글을 “값싼 기행문이나 여행기 따위...”로 표현한 것에는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나저나 저자가 이야기하는 ‘구도서’의 의미를 몰라 여기저기, 어학사전까지 찾았는데 아직 그 정확한 뜻을 찾지 못하였다. 진리나 종교적인 깨달음의 경지를 구한다는 求道에 書를 붙인 한자 뜻 그대로 이해하면 되려나? 그것도 모르는 자가 이 책은 왜 읽느냐 물으면 뭐라 대답해야 할는지.....

2023년 9월 2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yINx_rRaxrM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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