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잡다한 이야기

산중에서 길을 물었더니 - 서화동

korman 2023. 8. 15. 14:24

230726-230810

산중에서 길을 물었더니 - 서화동 - 은행나무

책을 손에 쥐고 우선 다른 책 보다는 훨씬 무겁다고 느꼈다. 아마도 우리나라를 대표하 는 33인의 큰스님들 말씀을 엮은 책이라 그런 것 같다. 사실 다른 책에 비하여 종이가  그 중요한 말씀만큼이나 좋고 두껍다. 쪽 수가 다른 책에 비하여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종이 때문에 두껍고 무겁다. 왜 33인을 선정하였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33인이라는 숫자가 나왔을 때 독립선언이 생각났지만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하였다. 어쩌면 불교계를 이끌어 나가시는 분들이니 의도적으로 그 숫자에 맞혔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이 왜 내 책꽂이에 놓여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러니 더더군다나 읽은 기억도 없다. 달라이라마를 비롯하여 가끔 우리나라 스님이 쓰신 에세이 단행본 정도는 사서 읽기는 하였지만 이렇게 여러분의 인터뷰가 기록된 두꺼운 책을 내가 샀을 리는 없는데 그 빛나는 금빛 책표지가 자꾸 눈에 들어와 보름 정도를 허비하며 읽긴 다 읽었다. 장마와 더위 속에서 그 장마와 더위를 이기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한다면 물음표가 열 개는 붙은 댓글이 달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은 책의 무게보다 더 무거웠다. 우선 평소에 보통사람들은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가 많았던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고 불교의 전문용어들이 다른 스님들의 에세이보다 많이 사용되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책장을 넘긴 부분도 많다. 처음에는 그런 단어나 문장에도 집중하였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기며 종교적인 면에 치중된 내용은 건너뛰고 그저 평범한 일상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것만을 골라서 읽은 것 같다. 불교 신자도 아닌 내가 전문용어나 종교에 치우친 이야기에 집중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의 저자가 있기는 하지만 그가 스스로 지은 책은 아니다. 우리 불교계의 고승 33인을 선별하여 모두 인터뷰를 하고 그분들의 말씀을 책으로 엮은 것이기 때문에 33인과 저자가 공동으로 저술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인터뷰 내용이다 보니 다른 스님들이 스스로 지은 에세이 보다는 종교적이거나 무거운 내용들이 많기는 하였지만 책을 다 읽었다하여 어설프게라도 독후감이라는 걸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저 표시해 놓은 책장을 다시 들추어가면서 그 분들이 한 말씀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무의미한 것이라 생각 된다. 그분들로부터 직접 세세한 가르침을 받아도 이해하고 받아드릴 수 있는 능력도 갖지 못한 이 중생이 어찌 그 분들의 어록이 담긴 잭 전체에 대하여 독후감이라는 걸 내세울 수가 있을까. 단지 이렇게나마 책에 대한 소개라고나 할까 하는 글을 끼적일 수 있는 것도 내게는 좋은 일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며 그 분들의 말씀을 잘 이해하며 기록을 하고 책으로까지 꾸며놓은 저자의 능력이 돋보였다. 

저자는 이 책에 소개된 33인을 불교계의 큰스님이라고 표기하였다. 그러나 그분들은 큰스님으로 불리우는 것에 탐탁함을 느끼시지는 않는 것 같다. 몇몇 스님은 큰스님이라 부르는 저자에게 “스님이면 다 같은 스님이지 큰스님이 어디 있겠냐”고 호통을 치시는 분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는 ‘지도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국민들과 국가가 올바른 길로 나갈 수 있게끔 지도를 하시는 분들이라 하여 주어진 이름이다. 그런데 개중에는 국민들로부터 지도를 받아야 할 피지도자 분들도 많이 있다. 국민들보다도 못하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런 분들에게 큰스님은 무슨 의미인지 묻고 싶다. 

2023년 8월 15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4a1KvY-woQ8 링크

Schubert / Liszt - Ständchen (Serenade) S.560-7 | Evgeny Kiss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