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02 - 240128
나만 옳다는 착각 - Christopher J. Ferguson (김희봉 옮김) - 선순환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오래 걸리고 가장 지루하였던 책이다. 책 무게도 많이 나갔고 글자는 작았지만 페이지 수는 많았다. 비슷한 페이지수의 책보다 많이 무겁다. 그 이유는 쪽수 보다는 책장의 두께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페이지수가 다른 책보다는 다소 많기는 하지만 책의 무게를 좀 줄일 수는 있었을 텐데 눈에 뜨이지도 않고 만지면 그리 느껴지지도 않는 종이가 무거움을 가져오는 모양이다.
이 책은 미국의 심리학 교수가 쓴 책이다. 작가의 의도는 책이름 그대로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생각이 옳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렇게 지루함을 느꼈을까? 아마도 책의 흐름이 일반적인 에세이 모양이 아니고 전문서적에 가까운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되었다. 작가가 독자들이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하였는지 몇 장 넘기자 ‘책은 중간에 읽기를 그만두면 안 된다’고 썼다. 물론 자신의 책을 지칭한 것은 아니고 다른 이야기 중간에 나오는 대목이지만 난 사실 중간에 이 책을 포기하고 싶었다. 에세이 형태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의 전문성은 너무 무겁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학이나 어떤 전문적인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 책은 우리와 다른 생각이나 문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인이 주로 미국이나 유럽의 사건들에 주어진 각종 관련 자료나 수치의 예를 들어가며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나타낸 책이다. 군중심리에 곧잘 적응이 되는, 그래서 그런데서 나온 결론들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 혹은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하든 그런 사건에서의 내 생각이 무조건 맞는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전문가의 입장에서 열거한 책이지만 그렇게 지루함을 느끼면서도 마지막장의 글자까지 모두 읽기는 하였다. 그래서 이 책 한 권을 읽는데 한 달이나 걸렸다. 때로는 천천히 또 때로는 대각선으로, 또 때로는 몇 줄 읽지도 않고 책을 덮기도 하였다. 그래서 작가가 책속에 소개한 기억해야 할 명언을 이 글에 소개 할 수가 없다. 만일 같은 제목의 글을 우리나라 사람이 썼고 책속에서 지적되는 모든 사건이나 관련 자료들이 우리나라 것이었다면 아마도 지루함이 좀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무튼 내용 중에 기억되는 말은 없지만 책 제목 하나만 기억해도 살아가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생활에서 사람들은 타인들과 의견충돌이 많다. 최근에 나도 동네와 관련된 단체 회의에 참석하면서 그런 걸 많이 느꼈다. 참석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찬성하는 안건에 혼자 계속 자신의 생각을 꺾지 않는 몇몇 특정인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회의가 있을 때마다 늘 그랬다. 나에게는 그들이 그리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고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쯤 되면 정말 착각 속에 사는 게 아닐까 생각되었다.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에서 나오지 못하고 늘 그 틀에 갇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융합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표지라도 소개해 주고 싶다.
누구나 자기의 개성적인 생각과 고집은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이 늘 맞는 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야 하는 자리에서 혹은 가족들과의 대화에서도 꼭 필요하고 늘 떠올려야 하는 한 마디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만 옳다는 착각”.
2024년 2월 2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ApCL2GomTD4 링크
Passacaglia - Handel/ Halvor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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