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05-231220
생의 마지막 당부 (One Last Thing)
웬디 미첼 / 아나 와튼 - 조진경 옯김 - 문예춘추사
이 책은 치매환자가 쓴 책이다. 두 사람이 공동 저자로 되어 있다. ‘웬디 미첼’은 2014년 58세의 나이로 치매진단을 받았다고 소개되어 있으나 ‘아나 와튼’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인지 소개되어있지 않다. 두 사람은 다른 책들도 같이 지은 것이 있으며 앞으로도 같이 할 것이라는 소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나 와튼’도 치매환자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웬디 미첼이 쓰는 글을 아나 와튼이 정리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신간으로 눈에 뜨이는 순간 연말에 올해의 마지막 책으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된 것은 치매환자가 지은 책이라는 데 치매에도 글을 쓸 수가 있었을까 하는 선입견과 내 어머니께서 세상을 뜨시기 전까지 치매 속에 계셨기 때문에 치매환자의 생각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치매를 초기부터 중증으로 진전되는 과정까지 보아온 나로서는 치매 환자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영국의 국민의료보험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도 저자는 치매라는 데 대하여 사회나 병원에서도 인식이 되어있지 않아 잘 알지 못하였고 자신이 치매 진단을 받자 그 중요성을 인식하여 개인적인 연구를 많이 한 것으로 적혀있다. 그래서 치매 연구에 대하여 대학에서 명예 건강학 박사학위를 받고 알츠하이머 홍보 대사가 되기도 하였다고 소개되어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각 동사무소에까지도 치매에 대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 어머니가 그러하실 때는 저자의 처지와 같이 사회의 인식이나 국가의 보살핌이 없던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책 이름, ‘생의 마지막 당부’에서도 느낌이 오듯이 저자는 치매 속에서 아름다운 죽음을 생각하고 있은 모양이었다. 책의 끝마무리에서도 저자가 사망하였다는 이야기는 없으니 아직 ‘생의 마지막 당부’는 끝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책 속에서 저자는 죽음에 대하여 어느 순간보다도 진지하고 존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기야 어느 누군들 죽음에 임하여 진지해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만 저자의 ‘죽음을 알아야 삶도, 이별도 아름다워집니다“라는 대목에서는 독자로써 숙연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와는 문화가 다른 외국인이 쓴 책으로 번역이 아무리 잘 되어 있다고 하여도 한국인으로써의 느낌은 많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책의 주제인 치매라는 병의 심각성에는 동감을 하지만 이 책은 올해 내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건성으로 읽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치매 진단을 받고도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썼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치매의 진전도가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 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게 느린 속도인 모양이다. 아니면 내 어머니 때와는 많이 다른 세상을 살기 때문에 그 속도가 매우 완화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저 심각하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고 건성으로 생각하면 또 그럴 수 도 있는 게 이 책의 내용이라 생각된다. 나에게 이 책은 전체적으로 무척 지루하였으니 그냥 건성으로 책장을 넘겼다고 말 할 수 있다. 마지막 장 까지는 넘겨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그래도 다 일기는 읽었다. 이 책에서 내가 기억해야 할 구절 하나는 ‘자정 5분 전’ 이라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표현이다. ‘삶을 영위할 수 없기 전에 세상을 떠나야 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표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한 때 998834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3일만 아프고 사망) 라는 우리의 표현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자정 5분 전’이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내년에도 올해의 건강이 계속되기를 바래본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 책의 초판 1쇄 발행이 2023년 12월 30일로 되어 있는데 나는 12월 20일에 이미 모두 읽고 책의 느낌에 대하여 적고 있으니 초판이 나오기도 전에 원고를 읽은 모습이 되었다.
2023년 12월 21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LOJxzeOjsUk 링크
Sunshine On My Shoul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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