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바다는 가을 새벽에 해 뜨는 바다를 본다. 수평선 너머에서 여명을 가르는 해오름은 진한 오렌지색 노을로 온 수면을 덮고 방파제 앞 바위섬에 금세 아침 그늘 지더니 바다는 그 잉크빛 본색을 찾는다. 그래서 바다는 시간이 만드는 카멜레온의 수채화가 된다. 아침과 저녁의 노을도 일렁이는 너울도 너울 이랑에 피어나는 포말도 바위를 부딪는 대파도 모래알 흩뜨리는 잔파도 기억을 가진 날부터 내 세상 바다엔 시간의 흔적이 없다. 그래서 내 바다엔 인생의 희비가 없다. 아침에 보나 저녁에 마주하나 바다는 생각을 잊게 한다. 넘실대는 파도타고 눈동자는 여기 둥실 저기 기웃 둥근 수평선 끝을 그냥 멍하니 바라만 보면 그뿐 애써 무얼 생각지 않아도 좋다. 그래서 바다는 내 기억의 빈 공간이다. 그런 내 바다가 좋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