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소원의 고무풍선

korman 2008. 1. 19. 23:49
 

소원의 고무풍선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전국에서 다양하고 많은 행사가 열린다.

젊은 연인들을 위한 행사, 가족들을 위한 행사, 사회의 모임을 위한 행사 등등

그 주제도 다양하다.

그러나 그 모든 행사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연말연시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자리이며

새해의 희망을 여는 자리이기도 하다.

때로는 한강 유람선에서, 때로는 동해의 바닷가에서,

때로는 서해의 낙조를 보며.....


지난 연말 우리 부부도 그 행렬 하나에 동참하였다.

친구들의 모임에서 연말 부부모임으로 우리가 택한 곳은

인천앞 바다를 돌며 저녁을 먹고 이벤트를 즐기는 것

주최 측에서는 이를 디너크루즈라 불렀다.


저녁 7시 인천의 월미도에서 배를 탔다.

꽤나 큰 배의 1층 중앙 홀에 마련된 행사장의 무대에서는

크루즈의 전속 가수들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이 흥을 돋우고

홀 안은 미리 예약한 모임에 따라 좌석 배정도 잘 이루어져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승선 시간에 맞추어 모두 테이블을 채웠다.

그러나 이런 자리에도 꼭 코리언타임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가운데 준비된 20여명의 테이블은 배가 출항하는 시간까지

텅 빈 채로 남아 있었다.

사회를 담당한 사람은 먼저 온 여러 손님에게 미안하지만

배가 출항하면 그들을 태울 수 없으니 잠시만 더 기다리자는

양해의 말이 계속 이어가고 그들은 코리언타임 30분을 꼭 채우고야

별로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자리에 와 앉았다.

이천에서 부락모임을 하느라 늦었다고 했다.


그들이 도착함과 동시에 배가 출항하고

무대에서는 준비된 무용과 아크로 바트 등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각종 쇼가 펼쳐졌다.

그리고 테이블에는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하여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와인이 한 병씩 놓였다.

한마디 위하여를 외치며 쨍하고 잔을 부딪치고 마신 와인

와인인지 포도주스에 설탕을 더 타서 내온 것인지

TV에서 자주 보던 토종꿀 따서 한입 베어 물면 이렇게 단맛일까.


준비된 음식 줄 서서 가져다 별도로 판매하는 맥주를 곁들여

담소를 나누는 사이 무대에 준비된 쇼는 모두 끝나고

사회자는 모든 손님들에게 풍선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새해의 소원을 그 풍선에 적으라 했다.

밖으로 나가 불꽃놀이가 끝나면 마지막 행사로 풍선을 날린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문구를 적지 않았다.

풍선은 하늘로 오르다 터져 땅으로 떨어진다.

새해가 밝기도 전에 땅으로 떨어질 소원을 적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사장 안에는 창문이 없고 사회자의 중계방송도 없어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유치원 아이들처럼 오색 풍선을 하나씩 들고

안내자를 따라 올라간 곳은 유람선의 옥상

이미 유람선은 월미도가 저 멀리 보이는

바다 한 가운데로 나와 있었고 유람선의 주위는

칠흑이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 쪽에서 바라보이는 월미도 거리의 야경은

남산에서 본 서울 시내의 야경보다도 더한 아름다움으로

모든 이들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횟집의 간판들도 멀리서 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것임을......


화려한 불꽃놀이가 유람선 옥상에서 펼쳐지고

참가자 모두는 서로의 소망을 적은 풍선을 하늘로 날렸다.

나의 친구 부부들도 서로 덕담을 나누며 모두 날렸다.

그러나 나는 소원도 적지 않은 풍선의 끈을 놓으려는

집사람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리고 손톱으로 그것을 터뜨렸다.

의아해 하는 집사람에게 간단한 한마디

“풍선은 오르다 터지는데 그게 어디로 가겠어”


정월에 연에다 소원을 적어 연줄을 끊어 날리던 것은

우리의 오랜 풍습이며 전통이다.

이제는 이것을 풍선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이런 행사들은 이미 전국 곳곳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풍선들은 바다와 육지를 가리지 않고

하늘로 오르다 얼마 날지 못하고 터져 추락한다.


내가 풍선을 날리지 않은 것은 추락하는 소원이 싫기도 하지만

그 많은 것들이 터져서 어디로 갈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전에 연으로 날리던 것은 어디에 떨러져도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풍선은 고무로 되어있다.

고무는 자연화 되는데 수십년 아니 백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바다에 떨어지면 바다와 물고기에 문제가 생기고

땅에 떨어지면 산야와 농토에 문제가 생긴다.

그날 우리가 유람선에서 올린 풍선이 300개가 넘는다고 하였다.

어느 한 장소에서 보면 소량에 불과하니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전국에서 일년 내내 이어지는 행사를 감안하면

그리 작은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즐거움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많은 자연요소들이 망가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 지속되면 우리의 후손들은 언제까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은 우리가 좀 더 좋은 생활을 위하여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지만

후손들은 삶 그 자체를 위하여 다른 별로 이민을 가야하지 않을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교육한다.

이건 그 쓰레기와 다른 것일까.

모두의 즐거움을 위하여 하는 행사이지만

풍선을 날리는 것은 다른 것으로 대치하는

현명한 생각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8년 1월 열아흐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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