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함박눈 오던 날 아침

korman 2008. 1. 27. 14:11

 

함박눈 오던 날 아침

 

 

시계의 알람을 맞추어 놓지 않아도

의식적으로 더 자야겠다고 하여도

늘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간은 거의 일정하다.

그리고

잘 훈련된 일상의 흐름을 따라

안방을 나와 곧바로 현관문을 연다.

신문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커피를 끊여야겠다고 생각하고

거름종이를 챙기며 문득 쳐다본

새벽의 창문으로

함박눈송이가 날아와 부딪친다.

아파트 13층에서 바라보는 눈송이는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 올라간다.

 

 

채 어두움이 가시지 않은 밖을

내다보는 내 모습이

유리위의 실루엣으로 변하여

나에게 되돌아온다.

실루엣을 가르며 날리는

베란다 밖의 눈꽃은 더욱 만개하고

날이 밝았음에도 어느덧

눈발 사이로 보이는 아파트 앞동과 나 사이에는

하얀 망사천의 커튼이 드리워진 듯 하다.

 

 

문득

눈이 그치기 전에

바닷가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린시절

눈 오는 날은 솔밭사이에

눈사람을 세우고 바다를 바라봤다.

바닷가 언덕에서 바라보는 눈 내리는 모습은

끝없는 수평선과 어우러지고 백사장에 쌓이며

나에게 커다란 꿈을 갖게 하였었다.

마도로스의 꿈을.

 

 

지금 이 아침에

땅으로 떨어지다 하늘로 올랐다 하는

함박눈송이를 바라보며

진한 커피 한 모금으로

이루지 못한 꿈을 그리는 것은

또 다른 인생의 실루엣인가!

 

 

몇해 전 겨울 어느 일요일

집사람과 찾았던 바닷가

점심때쯤의 그곳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준비해간 컵라면에 물을 부었다.

백사장과 바다위로 내려앉는 눈을 바라보며

마주한 컵라면의 느낌을 

어느 시인이 있어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이 함박눈 내리는 아침에

문득 그 맛이 그리워진다.

신문을 펼치며

오늘 점심때까지 이 눈이 이어지면

컵라면에 물을 부으리라.

 

 

 2008년 1월 함박눈 오던 날 아침에 

 


 


  ♪ 맴도는 생각 - 이동원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례상 앞에서  (0) 2008.02.11
그들은 프로인가  (0) 2008.02.03
소원의 고무풍선  (0) 2008.01.19
원칙을 지키면  (0) 2008.01.09
활기찬 새해가 되십시요  (0) 200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