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울림 속으로/우리 종 공부하기

납형법(蠟型法)

korman 2008. 7. 12. 15:56

일본은 임진왜란 등 각종 전쟁이 있을 때마나 많은 수의 우리 범종을 약탈해 갔다. 일본 산구현(山口縣) 주길신사(住吉神社)에 소장돼 있는 범종을 비롯해, 신라 범종이 6개나 있고, 고려 범종은 23개가 넘게 소장돼 있다.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 등 우리 나라에 남아있는 신라 범종이 단지 5개인 것에 비하면 일본인들의 탐욕스러울 만큼 집요한 우리 범종에 대한 소장력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이 만든 범종이 적은 것도 아니고, 또 범종 주조 기술이 없었던 것도 아닐텐데, 일본인들이 우리 범종을 이처럼 탐냈던 이유는 무엇일까?그 이유는 우리 범종이 지니고 있는 긴 여운과 맑고 아름다운 소리, 범종 표면을 수놓은 아름다운 문양들을 일본인들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리는 가볍고 밋밋해 긴 여운을 남기지 못하고, 문양이라야 선을 얽기 설기 그어놓는 것 같은 줄 몇 개가 전부인 일본의 범종. 기술은 없지만 최고의 범종을 절에 모시고 싶은 절박함. 약탈을 통해서라도 이를 해결하고자 했던 일본인들의 애잔한 마음이 일면 짐작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일본 범종이 우리 범종을 따라 올 수 없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것은 ‘납형법(蠟型法)’이라는 우리만의 독특한 범종 제조기술 때문이다. 벌꿀의 ‘밀랍’을 이용하는 기술이 우리와 일본 범종 기술의 차이를 하늘과 땅만큼이나 벌려놓은 것이다.

우리 범종의 제조에 이용된 납형법(蠟型法)은 진흙으로 먼저 내형을 만드는 것은 회전형법과 같다. 그러나 내형을 만들고 나서 그 위에 밀랍으로 만들고 싶은 범종과 똑같은 범종을 만든다. 물론 범종 표면의 아름다운 문양들도 밀랍으로 아름답게 조각하고 새긴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진흙을 바른다. 진흙이 마르면 표면에 숯불로 열을 가해 밀랍을 녹이고, 그 빈틈에 주물을 부어 범종을 완성한다. 이 방법은 범종의 두께를 고르게 조절할 수 있고. 또 밀랍으로 다양한 문양들을 조각해 남길 수 있다. 상원사종과 에밀레종이라 애칭으로 유명한 성덕대왕신종의 같은 훌륭한 범종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출처 : http://ek0628.com.ne.kr/nab.htm

'역사의 울림 속으로 > 우리 종 공부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생구제 원력 서린 범종  (0) 2008.09.06
MI10LP-0188~0192 한국의 범종  (0) 2008.07.12
청림사 銅鐘이 내소사로 간 까닭  (0) 2008.07.05
범종의 용  (0) 2008.07.05
일본의 한국 종  (0) 200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