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매미소리

korman 2009. 8. 31. 23:51

 

 

 

 

 

 

 

매미소리

 

나무속에서 1년 땅속에서 수년

한 여름 한 달을 위하여 어두움을 뚫고나와

도시의 소음에 이겨보겠다고

그리 모질게도 울어대던 그놈들이

오늘 갑자기 울음을 멈추었다.

 

인간의 잔인한 심성으로

까만 밤을 하얗게 밝힌다는 문학적 핑계 때문에

자연을 뒤집어

미물에게조차 어두움을 주지 않은 고로

밤조차 잃어버리고 울어 울어

어둑한 인간의 새벽을 깨우던 그놈들이

오늘 갑자기 울음을 멈추었다.

 

도시에 사는 놈들은

인간이나 그놈들이나

목소리 커야함은 같은 처지라 할는지

동네 과일 행상의 스피커 소리가 들리면

2002년 붉은 악마들의 함성보다도

더 힘차게 내지르던 그놈들의 울음소리가

오늘 우리 동네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짝을 찾았음인지

하얗게 밝혔어도

동정심 없이 내려앉은 밤의 차가움 때문인지

모두가 목청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놈들이 잠시 머물렀던 여름의 끝자락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는 붉은 고추가 널리었다.

 

종족번식의 본능으로

숫놈은

짝찾아 그리 한여름을 외치다

한 번의 교미를 이루고는

여름이 다 가기도 전에

자신들의 여름에 빛을 준 나무에게

스스로 거름이 되어 돌아가는 그놈들에게

오늘도 한 번의 또 다른 교미를 위하여

비아그라를 찾는 인간들은

무엇으로 비추일까.

 

 

그놈들에게 인간은

자신의 주검으로

만물을 이어가는 거름이기보다는

혼자의 영역을 영원히 간직하려

또 다른 생명을 업수이여기는

무지한 탐욕의 미물이거늘.

 

2009년 8월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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