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가을의 담배꽁초

korman 2009. 11. 22. 15:38

 

 

 

가을의 담배꽁초

 

이제 늦가을이라 불러야 하나. 내가 사는 동네에도 첫눈이 내렸고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곤 하는 11월 하순에 접어들었으니 초겨울이라 불러도 될 터이지만 동네 나뭇가지에는 아직 떨어져야 할 바랜 잎사귀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들을 벌써 겨울로 넘기기 보다는 가는 세월이 아쉽기만 하니 그냥 늦가을로 잡아두고 싶은 마음이다.

 

올해에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비가 심심치 않게 그러나 큰 피해는 주지 않을 만큼 내렸다. 건조한 날씨 때문에 가을로 접어들면 늘 산불을 조심하자는 공익광고가 각종 언론에는 물론 동네 현수막으로 내 걸리곤 하였는데 올해는 예년에 비하여 좀 덜한 것 같다. 조금씩 내렸던 비로 인하여 산야가 물기를 간직하고 있는지 산불이 났다는 소식도 작년에 비하여 그리 들리지 않는다. 물론 겨울로 넘어가며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는 다른 이름의 타사 아파트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경계선에는 각종 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곳에서 근 20년 살았으니 나무들도 그만큼의 세월을 지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두 아파트 사이에는 나무 아래로 낙엽이 수북히 쌓인다. 그런데 며칠 전 그곳에 불이 났다. 지나는 사람들과 아파트 경비하는 분들이 황급히 불을 꺼 그냥 낙엽이 좀 타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불이 난 원인이 누가 버리고 간 꺼지지 않은 담뱃불이라 하니 마른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조그마한 불씨 하나가 큰 불로 이어지는 결과는 자명한 일이라 하겠다.

 

내 집쪽에서 매일 아침에 승강기를 타고 1층에서 내리면 승강기 문 앞에 가느다란 담배꽁초가 놓여있다. 같은 종류의 담배인 것으로 보아 매일 저녁에 같은 사람이 승강기 앞까지 담배를 물고 들어와 승강기를 타기 직전 문 앞에 버리는 모양이다. 아주 종종 불이 꺼지지 않은 것이 버려져 혼자서 끝까지 타 들어간 꽁초가 회색빛 화석의 모양을 하고 놓여있기도 한다. 화재의 위험이 있어 관리사무소에 연락하였더니 승강기 입구에 아주 정중한 계몽문구가 붙여졌다. 그리고 그 문구가 떨어져 나갈 때 까지 한 달여 동안은 승강기 앞에서 꽁초가 살아졌다. 그러나 제 버릇 개 못준다던가. 오래되어 문구가 없어지자 꽁초는 다시 놓여졌다. 그럼 지난 한 달 동안 그(녀)는 꽁초를 어디에 버렸을까. 아파트로 들어서는 현관 옆에는 꽁초를 버리게 만든 쓰레기통이 놓여 있음에도 그(녀)는 들어서는 문 옆 후미진 곳에 그걸 버려오고 있었다. 그곳은 1층이라 나뭇잎이 날려 쌓이는 곳인데 그 사람은 화재의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까.

 

차를 운전하다 보면 창밖으로 꽁초를 버리는 운전자가 대단히 많다. 불을 끄고 던지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냥 꺼지지도 않은 꽁초를 휙 던져 아스팔트와 불꽃놀이를 한다. 산과 들로 이어지는 길에서 만일 이 꺼지지 않은 꽁초가 길가의 건조한 낙엽위로 던져진다면 이는 여지없이 큰 불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 산야가 우거져 있기는 하지만 자연발화가 되는 일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된다. 외국의 큰 산불도 자연발화보다는 방화 때문이라 하지 않는가. 실제로 지금까지 발생하였던 그 많은 산불의 원인은 인위적인 요인이 대부분이라는데 끄지 않고 버린 담배꽁초는 그 요인의 가장 상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인고속도로 상에서 노출된 작재함에 실려 있는 짐에 불이나 운전자가 발을 동동 구르던 모습을 보았다. 이는 필시 자신이 피우다 밖으로 버린 담배꽁초가 바람에 날려 적재함으로 떨어졌던지 아니면 앞차에서 버린 것이 그곳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꽁초를 밖으로 던졌다 하더라도 불을 확실히 끄고 버렸다면 그리되지 않았을 터인데 참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흡연자들은 흡연지역과 권리가 법에 의하여 통제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물론 그들에게도 담배를 필 권리는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 가을 생각 없이 버린 꽁초가 산불의 원인이 되었다는 소식은 접해지지 않길 바란다.

 

2009년 11월 스무 이튿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