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꿀과 찬송가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겠지만 내가 집에 있는 날의 밤 시간에 빠트리지 않고 보는 TV 프로는 8시 혹은 9시 뉴스프로이다. 그러나 난 뉴스를 보면서 그 날의 특보사항이 없는 한 10여분쯤 지난 후에 보기 시작한다. 보기 싫은 얼굴들은 언제나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기 때문이다. 내 좁은 소견에는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것 같은데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늘 나라와 국민을 앞세우는 그들이 어째서 항상 뉴스의 시작을 알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 주 평일 날 어쩌다 잠시 아침 11시경의 TV를 보게 되었다. 국회에서 외무부와 국방부 장관을 출석시키고 대정부 질문을 하는 과정에 모 의원께서 외무부 장관으로부터 정부에서 아프칸 파병을 결정하게 된 경위를 듣고는 질문을 하는데 우리나라 각 부서의 수장에게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질문을 하는 건지 추궁을 하는 건지 죄인을 취조하는 건지 공중파 방송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으니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오버액션인지 카메라를 의식하며 발언하는 그의 모습에서 참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외교통상부장관을 물러가게 하고 국방부장관을 불러 세우더니 “국방부장관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거만한 자세로 물었다. “외교부장관과 같은 생각입니다” 라는 국방부장관의 짧은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들어가시오” 하고는 긴 연설에 들어갔다. 나라 일에 열중하여야 할 시간에 우리나라의 최고 수장 중의 한사람인 국방부장관을 나오라하고는 고작 그 질문뿐이라니. 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강제로 꺼진 후 긴 시간까지 그의 연설은 계속되었다.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는 그 시시껍질한, 누가 들어도 뻔한 이야기를 가지고. 그가 들어간 후 의장이 일어나 방청석에 초등학생들과 학부형들 의회직원 가족들이 와 있음을 강조하였다.
얼마 전 미국의 오바마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하는 도중에 공화당의 핵심의원 중 한사람이 대통령에게 “거짓말 장이”라 한마디 외친 것이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라 하여 자신이 속한 공화당에서 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버림 받았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 반면에 며칠 전 우리 국회에서는 대통령의 국회연설문을 국무총리가 대독한 일이 있었는데 대독 도중에 모당 의원들이 항의를 하며 모두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무리 대독이라 하더라도 엄연한 대통령의 연설인데 자신들의 마음에 들이 않는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연설 중간에 퇴장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이들 중 다수는 민주주의 표본으로 미국을 거론하리라 생각한다. 그런 그들은 미국의회로부터 무엇을 받아들였을까? 퇴장 이전에 더 공부하고 연구하여 대통령보다 더 좋은 정책을 만들어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고 대통령에게 대항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장관 청문회에서 자녀들의 학교를 위하여 주민등록법을 위반하고 위장전입을 행하였던 어느 장관 후보에게 자신 같은 여자는 자녀들에게 부모 노릇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냐고 역설하였던 모 여자의원은 자기 남편의 청문회에서 자신도 여러 차례 위장 전입을 하였음이 밝혀졌다. 그녀는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의원으로 건물만 쳐다봐도 숙연해지고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느껴야 할 의사당 안에서 무슨 심정으로 자신은 부모구실도 못하여야 하냐고 대한독립만세처럼 외쳤을까 묻고 싶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참 불쌍하게 생각되는 동시에 그 자리에 질문자로 나섰던 많은 다른 의원들의 삶은 그녀보다는 모범적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가수 조영남씨가 어느 TV 프로에서 자신의 어머니는 교회 권사였는데 피란생활에 가짜 꿀을 만드는 부뚜막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늘 찬송가를 불렀다고 하여 좌중을 웃겼다. 그런 그에게 정식 목사 안수 받으신 분이 어째 목회활동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사생활이 타의 모범이 되지 못하는데 누구에게 무엇으로 예수님 말씀을 전하겠냐고 진지하게 대답하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 비평을 하면서 나의 생활은 그것과 비교하여 떳떳한가 생각하게 된다. 물론 국회에 계신 분들도 그러시겠지만 항상 입만 열면 국민의 뜻이라 내세우는 그 분들이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제대로 알기는 아시는지 모르겠다. 그저 택시 타고 운전기사에게 몇 마디 말을 걸어 보던가 아니면 평범한 소줏집에 앉아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잠시 훔쳐 들으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이거늘 그들이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닐 테고 불현듯 조영남씨 어머니께서 찬송가를 부르시던 심정과 그 자신이 목회활동을 안하고 있는 심정을 그들에게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여본다.
2009년 11월 여드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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