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낙엽 쌓인 등산로에서

korman 2009. 12. 19. 14:40

 

 

 

 

 

낙엽 쌓인 등산로에서

 

또 한해가 간다고

아쉬움과 희망을 이야기 하는 글들이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마다 넘쳐나고 있다.

경제적 한파로 인한 어려움으로

길거리의 분위기는

시내 한 복판 구세군의 종소리와

어디선가 간간이 들리는 성탄노래 외에는

연말을 느낄 빌미가 없다.

그저 달력을 쳐다보는 마음속에

섭섭함만이 있을 뿐.

 

아침나절

동네에서 가까운 야산에 오르다

등산로에 쌓인 낙엽을 밟으며

문득

이 길이

살아가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했다.

길은 길이거늘

산이야 기본적으로 오름이 있고 내림이 있건만

낙엽 밑에는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산에 오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그 밑에 잔돌도 있고 큰 돌부리도 있고

나무 덩굴도 있어

방심하면 걸려, 미끄러져 넘어진다는 걸 알지만

그들도 어디에 그게 있는지는 모른다.

그저 조심할 뿐.

하지만

처음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은

낙엽 쌓인 산길에서

그저 운치만을 느낄 뿐

내포된 위험은 생각지 못할 것이다.

 

70이 되기 전에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하였던가.

70 이전에 이 세상을 등지던

예전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죽을 때에도 인생이 뭔지 모른다는 의미이겠지.

큰아이 결혼 날짜를 잡아 놓으니

이 녀석이 태어나고 내 지나온 세월이

슬라이드가 되어 지나간다.

애비가 인생에 대하여 뭘 많이 알아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깊은 뜻을 전할까.

저녁상에 소주 한잔 부으며 내가 한 말은

아침나절에 산길을 오르며 생각한

낙엽 쌓인 등산로였다.

그리고

책방에서 잠시 훔쳐본 어느 스님의 한 말씀

인생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때문에 (because of)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비록

부족하다 할지라도 (in spite of)

그것을 보충하기 위하여 사는 것이라고

그래야 자기 인생을 사랑하고 행복해진다는.....

 

2009년 12월 열 아흐렛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