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민주주의 지수

korman 2011. 4. 22. 19:12

 

 

 

민주주의 지수

 

 

작년 말로 기억이 된다. 영국의 유력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자매지에서 세계 각국을 조사하여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167개국 중 민주주의의 표상이라는 미국(18위), 영국(19위)의 뒤를 이어 일본보다도 2단계나 높은 20위를 차지하였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주어진 평점은 10점 만점에 8.11점으로 지난번 발표 때에 비하여 8단계나 상승하였다고 하였다. 평점이 8점 이상이면 완전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된다는데 이제는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인정하는 완전 민주주의국가가 된 모양이다.

 

기초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민주주의 의사결정은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다수결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가끔은 담임선생님께서 지정도 하였지만, 학교시절 학급의 반장도 뽑고 전교 회장도 뽑았으며 나이 든 지금은 국회의원 및 대통령을 선출한다. 또한 헌법도 이 원칙으로 개정하며 대부분의 조직에서도 의사 결정시에 이 방법을 사용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지난 달 초에 각 동 경비실 옆 현관에 아파트 출입의 보안과 관련한 자동문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주민들의 투표가 있었다. 난 그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비밀번호를 누른다던가 보안카드를 사용하여 드나드는 것은 그것을 잘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보안에 도움이 되지만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출입이 불편하고 또한 자신이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누군가가 뒤따라 들어와도 그걸 제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안건은 주민들의 80% 이상이 찬성하여 가결되었다는 방이 붙었고 요새 공사가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찬성은 하지 않았지만 그리 통과 되었으니 우리 집에도 통신선 공사를 하라고 허락하였다.

 

토요일 아침에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른다. 주말 이른 아침에

찾아 올 사람이 없을 텐데 누군가 하고 문을 열었더니 30대 후반이나 되었을까 하는 낯선 사람이 6동에 산다고 하며 불쑥 서명을 해 달라고 무언가를 내밀었다. 무어냐는 물음에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자동문 공사에 대하여 반대를 해 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현 공사에는 각종 비리가 섞여 있고 관리소장이 사표를 내고 주민 협의회 회장이 도망가고 80% 이상 찬성이라는 것은 가짜다 등등 누군가가 지어낸 듯한 확인되지 않은 여러 ‘카더라통신’을 전달하며 그래서 반대 서명을 받으러 다닌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는 반대를 하였었지만 그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에게 입주민의 대다수가 찬성한 일에 개인이 이리 하지 마시라고 하고는 그를 돌려 세웠다. 그 후 그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다수결에 의하여 결정된 사항을 가지고 자기 의견에 반한 결정이라고 소수의 반대자가 이리 개인적인 행동을 하고 다닌다면 과연 이 사회는 어디로 갈까. 그런 행동도 민주주의의 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과연 그런 것이 민주주의국가의 국민으로 타당한 행동인가에 의심이 간다.

 

민주주의에 따르는 것은 국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자유다. 그리고 법치이다. 누구나 자유를 누리며 법을 잘 지켜나가야 완전 민주주의가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 자유라는 것은 무조건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인 줄 착각 할 때가 있다.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대의견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집집마다 찾아다니고 또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찬성한 사람들은 어찌 하여야 하나. 선거에 낙선한 사람들이 혹은 헌법 개정에 반대한 사람들이 길거리에 서서 다시 선거 철회와 찬성을 반대로 뒤집기 위하여 행인들에게 서명을 구걸한다면 과연 그것도 민주주의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니 국회에서도 도끼 들고 설치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국가의 민주주의 지수가 완전민주주의에 속한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겠으나 반대서명을 해 달라는 그 사람을 돌려세우면서 만약 정치인들을 포함한 우리 국민들의 민주주의 인식지수와 자유에 대한 인식지수 그리고 방종지수를 매긴다면 과연 어떤 지수로 기록될까 생각하여 보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 누군가가 "주민권리찾기모임" 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카더라통신'을 적은 괴 유인물을 현관에 밀어 넣고 살아졌다. 

 

* 참고로 북한의 민주주의 지수는 조사 대상 167개국 중 167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국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라는데.

 

2011년 4월 스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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