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커다란 사진 한 장에

korman 2011. 3. 8. 17:03

 

 

 커다란 사진 한 장에

 

지난주 중반에 신문 1면을 장식하였던 커다란 사진 한 장이 아직 내 머리 속에 선명하게 머물며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이 사진은 각종 매체를 통하여 다른 나라에도 전달되었을 것이다.

"무릎을 꿇고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영부인".

 

요새는 전통적인 제례나 혼례, 명절 때의 인사 등 특별한 경우 외에는 보기 드물지만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조상님들과 부모님 그리고 스승님을 비롯하여 웃어른들 앞에서 효도와 존경의 표시로 스스럼없이 무릎을 꿇는 좋은 문화가 있다. 무릎을 꿇는 이유 중에는 믿음의 대상에 무언가를 갈망하는 종교 및 신앙적 이유도 있고 큰 잘못으로 누군가에게 간절히 용서를 구할 때 그리 하는 경우도 있으며 본의는 아니지만 타의에 의하여 꿇는 경우도 있다. 요새는 새해를 맞이하거나 혹은 자신을 아껴 주는 팬들에게 인사를 하느라고 연예인들이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으며 일반인들은 남자가 여자에게 결혼 프로포즈를 할 때 무릎을 꿇는다고 한다.

 

나에게 대한민국 자존심의 상징이 무어냐고 물으면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그 자체와 태극기와 애국가 그리고 대통령이라 대답한다. 모두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며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라의 대통령이 국기 및 국가와 동격이 될 수는 없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하는 것이고 그도 국기 앞에서는 머리를 숙여야 하며 국가를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밖으로 노출되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는 대한민국 그 자체를 담고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대한민국의 자존심 중에 하나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그가 노출된 장소에서 영부인을 대동하고 무릎을 꿇었다.

 

우리나라에는 누구에게나 종교의 자유가 있다. 이는 헌법에도 적혀있다고 한다. 따라서 대통령도 사적으로는 자신의 종교를 가질 수 있으며 또 각기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어왔다. 이는 우리나라가 특정 종교에 의한 종교국가가 아니라는 뜻이며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자신의 사적인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종교를 아울러야 하고 자신이 가진 특정 종교의 행사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말과 행동은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게끔 해야 하며 대통령이 참여하는 종교행사를 하는 주최 측에서는 이런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그 분이 주최 측과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일반인들도 특별한 경우에만 행하는 특정행동을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는 분에게 사전 고지도 없이 돌출적으로 행하도록 하였다는 것은, 아무리 나라와 국민을 위한 행사였고 종교적 용서와 갈망을 비는 자리였다고 하더라도, 어찌 보면 그 종교의 이기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 종교를 대표하는 분께서 정부가 타 종교와 연관되는 채권에 대한 법을 바꾸려는 데 대하여 대통령 하야 운운까지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 달 전쯤인가 신문에서 읽은 미국 교포의 글이 무릎 꿇은 대통령의 사진과 겹친다. 종교학과 철학을 공부하는 교포 2세 청년이 국내에 영어를 가르치기 위하여 잠시 머물렀던 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교의 (종교의 이름이 명기되었으나 여기서는 그냥 종교로 표현한다) 행사에 참여하고 돌아가 기고한 글이었다. 그는 그 글 첫머리에 "한국의 종교는 무섭다"고 표현하였다. 그는 그 이유에서 "한국의 종교는 너무 권력화 되었으며 권력화 된 종교는 이미 종교가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 나는 이 이야기에 무척 공감한다. 근래 들어 각 종교에서 그 세를 과시하기 위함인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간섭이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국가의 정책을 세우고 정치를 하는데 그들 의견도 중요한 몫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타 종교와 관련 되었다고 하여 정치인을 배척하고 정부요인을 배척하고 대통령 하야 운운하며 정부정책에 감 놔라 대추 놔라하고 간섭하려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종교와 종교인들이 종교를 통하여 자신의 마음과 몸을 정화시키고 성인들의 말씀을 자기 삶의 기본으로 수행하려 하는 일반 사람들의 지팡이 역할을 해야 한다면 그들 종교의 모토인 자비와 사랑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나 혼자 뿐일까.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공개되지 않는 사적인 자리에서는 툭별한 종교적, 신앙적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나라의 자존심인 대통령이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난 오래 전에 지금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아이에게 프로포즈를 빙자하여 남편 될 사람에게 절대로 무릎 꿇리지 말라고 이야기 하였다. 아무리 서양식이 유행하는 세대라 하더라도 서로 기대고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남편에게 무릎을 꿇게 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라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개된 장소에서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있는 이 한 장의 사진은 행사의 취지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온 국민에게 납득을 주는 처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즉흥적인 발상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그 영부인의 무릎을 꿇린 행사 진행자도 대통령 하야 운운한 사람과 더불어 납득할 수 있는 종교 지도자라고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이 행사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슬람채권과 동 채권에 맞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교지도자 한분이 대통령 하야 운운하는 과정에 행한 행사였고 이곳에서 행사 진행자의 돌출적인 제안으로 행사의 분위기상 타의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대통령과 영부인 및 그 수행원들이 모두 공개적으로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아무런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는 나에게는 그 사진 한 장에 청태종과 인조의 삼전도가 그려지는 것은 웬 일일까. 나의 이런 생각이 일고의 가치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2011년 3월 초이렛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