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국민 누구나 그 보다는 낫다

korman 2011. 6. 27. 22:37

 

 

 

 

국민 누구나 그 보다는 낫다

 

오늘이 6.25전쟁 61주년 기념일이다. 벌써 나도 그만큼의 세월을 흘렸다. 작은 세월이 아니거늘 치유되지 않은 전쟁의 상처는 아직 곳곳에 남아 오늘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고 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6.25사변 혹은 6.25동란이라 불렀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6.25전쟁이라 부르더니 요새는 한국전쟁이라 부르고 있다. 신문에 어느 분께서 한국전쟁이라 부르면 안 된다고 하는 글을 쓰셨다. 한국전쟁이라 부르면 북한이 일으킨 전쟁의 주체가 모호해 진다는 것이다. 다른 건 모르겠으되 한국전쟁이라 부르면 제3자의 입장이 되는 것 같아 그분의 말씀에 공감이 간다.

 

지금 그 치열했던 6.25전쟁만큼은 못 되더라도 온 나라가 그 포성만큼이나 서로 싸우느라 시끄럽다. 종이뭉치도 소화가 잘 되는지 큰 돈뭉치를 꿀꺽 하신 분들 때문에 그렇고 혀끝을 조심하라 하였거늘 대책 없이 그저 세치 혀로만 (실은 조동아리라 부르고 싶다) 즉흥적으로 등록금 반값을 외치고 있는 한량들 때문에 그렇고 밥그릇에 밥은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서로 많이 먹겠다고 큰 그릇을 들이미는 식충들 때문에 그렇고 다음 총선을 의식하며 애처롭게 TV 카메라를 쳐다보며 나라와 국민들을 생각한다고 외치는 고음종결자들 때문에 그렇다. 6.25의 포성이 멈춘 지도 반세기의 세월이 지났거늘 이런 분들의 허울 좋은 전쟁은 언제 끝나 나라가 조용하고 국민이 편안해 질는지 비목 밑에 잠드신 영영들은 무척 궁금해 하실 것 같다.

 

나는 가끔씩 우리나라 공공건물들 중에서 하나를 헐어 버리거나 다른 용도로 만들라고 하면 국민들은 어떤 건물을 택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난 주저 없이 국회의사당에 한 표를 던지겠다. 물론 우리나라의 국회를 없애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지금의 그곳에서 국민을 대표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수준에는 그 건물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사당 건물에는 사우나를 비롯하여 각종 편의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하니 차라리 그 분들은 다른 곳으로 가시라 하고 본 회의장은 고쳐서 체육시설을 만들고 국회 도서관이 잘 돼있다고 하니 학문하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더 좋은 일이 아닌가 싶다. 지금과 같은 싸움질이야 국회의사당 같은 거대한 시설이 없어도 어디에선들 못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TV에서 회기 중의 국회를 본다. 임자를 잃어버린 빈 의자가 흡사 잔디를 긁으며 작대기를 휘둘러 듬성듬성 흙밭이 들어나 있는 골프코스의 시작점이나 관리를 잘 못하여 운동장 중간 중간에 잔디가 죽어 있는 축구장을 연상케 한다. 빈 의자의 임자들은 한창 일 해야 할 시간에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물론 공무로 나라 일을 하기 위하여 부득이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가끔 신문이나 방송에 발표되는 국회 출석률이나 결석 이유를 보면 싱싱한 잔디로 보수해야 하는 운동장처럼 빈 의자의 주인들도 보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일반 회사에서 그리 빈 의자를 만드는 사원들이 많이 있다면 어찌 할까? 뉴스에서 접하는 선진국 의회들을 보면 언제나 의사당 안에 빈자리는 없어 보인다. 에로 영화의 제목처럼 무릎과 무릎 사이를 맞대고 있는 의원들도 있다. 물론 그들도 자리를 비우는 일이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국회 풍경과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의사당 규모나 시설 면에서도 우리의 그것에는 무척 뒤떨어진 듯 보이는데도.....

 

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맛비에 서해로 올라오는 태풍까지 겹쳐 오늘밤은 고층아파트의 베란다 유리를 조심해야 한다고 동사무소에서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작년에도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한밤에 몰아친 큰 바람 때문에 베란다 유리창이 떨어지고 방충망이 바람에 날려 고충을 겪은 집이 여럿 있었다. 그때 나도 유리창에 신문지를 끼워 흔들리지 않게 하고 유리에 테이프를 붙여 바람에 대비하였었는데 오늘 밤에도 그리 해야 할 것 같다. 가정에서도 이리 대비를 해야 하는데 보궐선거로 당선되신 어느 초선 의원님께서는 나랏일을 어찌 해야 하는지를 우선 배우기는커녕 단상을 점거하는 일부터 배우고 계셨다. 그게 국회의원의 일이라면 국민 누구나 그런 일을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며 누구도 그 보다는 나을 것이다. 오늘 그들의 싸움을 보는 보는 나 자신이 6.25전쟁에 흘린 영영들의 피에 부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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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6월 스무 닷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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