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창문 너머 학교 앞이 바라보이는 아침

korman 2012. 4. 8. 20:47

 

 

 

창문 너머 학교 앞이 바라보이는 아침

 

토요일 아침 창문 너머로 들려야 할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리지 않는다. 요새는 토요일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에 이른 아침 읽다가 접어놓은 신문 끝자락을 다시 펼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없는 아침은 잠에서 덜 깨어난 세상 같다고. 커피를 한 모금 넘기며 그저 무심코 들춘 신문 한쪽 귀퉁이에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학교 앞에서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그리고 그 때문에 아이들이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내용으로. 그러나 이 신문은 그저 속도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만 탓할 뿐 이를 위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위에는 학교들이 밀집되어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물론 남녀 중고등학교까지. 따라서 등하교시간에는 길거리는 물론 아파트 주위가 왁자지껄하다. 작은아이, 큰아이, 여학생,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들릴 때면 아이들이 목소리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 같다. 때에 따라 연주회에서 어설픈 청중 누군가의 핸드폰벨이 울리듯 짓궂은 아이들이 질러대는 툭 튀어나오는 소음으로 그 생각을 접게 하기는 하지만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늘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 중 초등학교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는 세상이 깨어 있음을 전해주는 청량제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나 역시 깨어있음을 느낀다.

 

가끔씩 신문과 방송에서는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 대한 위험성을 보도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의 속도위반이다.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그들이, 문제점을 제시한 그들이 전문가들과 더불어 해결책을 제시하고 공론화 시킨다면 좋은 점을 찾지 못할 것도 없어 보이건만 그러나 그 문제점만을 지적할 뿐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그에 대한 해결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잠시 학교 앞을 살펴보면 범죄를 예방하거나 위험을 살피기 위한 방법용 감시카메라는 설치되어 있지만 자동차 속도를 측정하는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별로 없어 보인다. 다른 지방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인천지역은 그렇다. 만일 학교 앞에 속도위반 단속용 카메라를 설치하고 일반 도로에서처럼 스티커를 발부한다면 어찌 될까. 학교 담장을 끼고 전후좌우 모두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자동차 길이 나 있음에 학교 정문 앞 좁은 길은 일방통행으로 만든다면 아이들에게 좀 더 넓은 안전지역을 확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아이들을 위협하는 것은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학교 앞에 난무하는 불량식품도, 사행성 시설물도 큰 문제이고 학교폭력을 비롯하여 학교 주위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학교주변 환경도 그러하다. 때문에 현재도 많은 안전시설이 보강되고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봉사단체도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런 저런 각종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나 안내판도 학교주변에 많이 설치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그리고 아이들과 관련된 나쁜 일들은 줄어드는 듯 보이지는 않는다. 그 대신에 학교 앞에 설치된 그런 현수막과 안내문을 통하여 아이들에게 또 다른 공해를 안겨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쿨존, 그린푸드존, 안전드림, 학교폴리스,

어머니폴리스, 워킹스쿨버스, 패트롤맘......

 

아이들을 보호한다고 한없이 늘어나는 이러한 이상한 말과 글들. 이를 표현하는 우리말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상업적인 광고문도 아니며 새로 만드는 상품의 이름도 아니거늘 꼭 이리 외국어를 섞어 이상한 말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하는지 참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어느 외국인에게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맡기려 함인지. 외국어를 잘하도록 가르치는 것에 이런 이상한 말들은 별로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생각은 어떠하실까.

 

2012년 4월 이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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