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차이가 뭐예요?

korman 2012. 5. 18. 16:23

 

 

 

 

 차이가 뭐예요?

 

며칠 전 저녁 무렵 1층에서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랫집 작은 녀석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왔다. 그 녀석은 지금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데 형과는 연년생으로 보였다. 일전에 형이 영어학원엘 다닌다고 하여 만날 때 마다 “How are you?” 하고 인사를 건넸었는데 매번 아무런 대답이 없더니만 어느 날 그 녀석이 영어가 하기 싫다고 더 이상 학원에 안 다닌다고 하였다. 그런데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녀석에게 어디 갔다 오느냐고 물은 즉 영어학원에 다녀온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요 녀석에게 “How are you?" 하고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요 녀석은 자기 형보다는 영어에

좀 관심이 있었던지 ”I am fine and you?" 하고 예의 그 공식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48년 전 내가 중학교 들어가 처음 배웠던 그 공식이 아직 그대로 배워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왔다.

하기야 다른 나라에서도 그리 가르치는지 어쩌다 3국인이 걸어오는 전화에 인사를 건네면 예외 없이 그 공식적인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그러나 원어민들은 대답이 여러 가지다. 그래서 익숙지 않은 대답이 올 때면 다음 말을 어찌 해야 하나 지금도 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러니 지금 배우는 아이들은 공식에서 벗어난 대답이 돌아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릴 때 인식되었던 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바뀌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를 먹은 지금도 어느 외국인이 안부를 물어오면 예외 없이 그 공식적인 대답이 자동으로 나간다. 그러고 나서 원어민들처럼 좀 다른 대답을 할 수 없었던 나 스스로 교육의 힘은 참 위대하구나 생각하기도 한다.

 

승강기에 같이 오른 녀석에게 좀 더 말을 걸어 보았다. 이름이 뭐냐, 나이가 몇 살이냐 등등. 나도 그렇게 배웠듯이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금도 우선적으로 배우는지 곧잘 대답하더니만 이 녀석이 나에게 느닷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아저씨 예스(Yes)하고 야(Yeah)가 어떻게 달라요?”

순간 참 난감한 질문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같은 동에 사는 어떤 젊은 엄마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는 그래도 지금처럼 Yeah가 난무하던 시절이 아니어서 그냥 간단하게 대답한 적이 있었다. “뭐 네와 응의 차이쯤이나 아니면 미국식과 영국식의 차이쯤 될까요?”

그 때까지 내가 겪었던 미국아이들과 영국아이들의 차이에서 느꼈던 점이 있어 그리 대답하였었지만 지금 이 아이에게 그런 대답을 하여야 할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다행히 아이가 내려야 할 층에 승강기가 멈추고 아이는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아저씨 안녕” 하고는 재빨리 내려 버렸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사전부터 찾았다. 오늘 저녁이라도 다시 그 녀석이 같은 질문을 해 오면 어찌 대답해야 하나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는 간단하였다. “Yeah는 ”Yes의 구어체다“.

그런데 이게 아이의 질문에 답해야 할 맞는 대답일까 하는 데는 별로 공감이 가질 않는다. 가끔씩 아침에 듣는 EBS의 영어교육프로그램에 전화를 해 오는 분들 중에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분들이 꽤 많이 있다. 그 분들 중 대부분은 전화통화 조차도 처음 나누는 사이이면서 진행자의 질문에 Yeah라고 대답한다. 그러니 예전에 내가 어떤 젊은 엄마에게 대답하였던 차이점은 지금은 별로 현명한 대답은 못되는 듯 싶다. 그리고 나는 그 녀석의 질문에 현명한 대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오늘 저녁이라도 승강기 앞에서 또 그녀석과 마주칠지 모르게 때문이다.

이 질문에 누가 댓글 좀 달지 않으려나?

 

2012년 5월 열 여드렛날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칸느의 태극기  (0) 2012.06.05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0) 2012.05.24
초여름날, 세월의 술타령  (0) 2012.05.09
불신지옥  (0) 2012.04.25
단일민족국가의 필리핀계 국회의원  (0) 201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