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칸느의 태극기

korman 2012. 6. 5. 10:46

 

 

칸느의 태극기

 

 

프랑스 칸느에서 열리던 영화의 제전이 끝났다. 한국 영화도 기대작 속에 2편이나 들어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공교롭게도 그 두 편의 감독 이름이 같았다.

 

심사 결과를 발표하기 며칠 전 감독이 자기 작품에 대하여 대외적으로 이야기 하는 공식적인 자리가 있었다. 신문기사에 의하면 우리의 두 분 감독님 중 한 분께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에 대하여 다른 나라의 전 수장들에 빗대어 좀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돈과 관련된 작품을 출품한 감독이었다. 그러나 그는 국내에서는 그런 자기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일이 없는 것 같다. 동 작품으로 칸느에 갈 때 국내에서도 많은 공식적인 자리를 가졌을 테고 그런 자신의 소견을 말 할 기회도 많았을 텐데.

 

영화제가 열리는 칸느 바닷가에는 세계 각국의 깃발이, 전 세계 국가 수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숫자이지만, 자국의 영화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며 지중해의 미풍에 적당히 흔들리고 있다. 그 중에 우리나라의 태극기도 있다. 그 깃발들이 펄럭이는 바로 아래 모래사장에는, 비록 어디서 퍼다 인공적으로 깔아놓은 모래라고는 하지만, 늘씬한 비키니의 혹은 토플리스의 미녀들이 햇빛과 모래 사이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흉내 내며 뭇 남성들의 시선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깃발들 아래에는 고개가 모래밭 쪽으로 가 있는 시꺼먼 안경을 쓴 남자들이 많이 몰려있다. 그 속물들 속에 섞여 그러다가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강대국 깃발들 틈에서도, 물론 우리보다도 못한 나라들의 깃발도 있긴 하지만, 기죽지 않고 펄럭이는 태극기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그 태극기를 여러 번 바라본 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운집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것도 외국에 나가 아무리 작품의 성격이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출품작과 영화세계를 이야기하기 위하여 꼭 우리의 국가 수장에 관한 한 마디가 필요했을까 하는 데는 고개가 좀 갸우뚱 해 진다. 국내에서는 아무리 물어봐도 이렇다 할 이야기를 하지 않던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서 국내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거나 험담을 늘어놓는 일은 가끔씩 있어왔으며 외국에 나가 정계은퇴 발표를 하고는 국내에 와서는 모르쇠 하신 분들도 우리나라 대통령을 하였으며 국내 인쇄매체에는 자신의 생각에 대하여 전혀 언질이 없던 분이 외국의 잡지 같은 것에 기고를 하여 그게 국내에서 이슈화되기도 하였다. 그 때마다 많은 국민들은 국내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왜 하필 외국에 나가서 저런다니 하는 말들을 많이 하였으며 나는 그들이 국내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국내에 우선하지 않고 왜 국외에서 그리하여 국내로 말이 들어오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디에서건 누구나 사적인 자리에서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늘 하는 것이고 특히 술자리 같은 곳에서는 가장 맛있는 안주가 사람 씹는 것이라 하였으니 지중해를 바라보며 절친한 분들과 칸느의 해산물을 안주삼아 와인을 마시다가 사적으로 한 이야기라면 이해가 되겠으나 그런 자리가 국내도 아니고 외국의 공식적인 자리라면, 그것도 국내에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가 국제행사에 나라를 대표하여 참석한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이야기라면 작품을 설명하는 한 과정이었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에는 좀 나처한 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내가 직접 듣지 못하였고 그저 그가 그런 말을 하였다고 짧게 기술한 신문기사와 뉴스만 접하였으며 그의 정치사상이나 그가 거론한 국가의 수장들에 대하여도 신문에 난 것 외에는 잘 모르니 나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이 나에게 모르면 주접떨지 말라고 하여도 뭐라 못 하겠지만 난 그저 그게 누구이건 밖에 나가 내가 조국이라고 부르는 나라와 그 수장과 혹은 국민에 대하여 의도적인 부정적 언사나 행위는 하지 말지 하는 바람이다. 한 사람의 우리 관광객은 물론 이려니와 특히 나라를 대표하는 공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곳에는 그의 조국인 대한민국뿐만 아니고 그가 언급한 나라에서 온 감독들과 심사위원들도 있었다. 그들도 자국의 국가수장에 대하여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 같은 이야기를 하였는지 모르겠다. 누구나 할 말은 많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자국에 흠가는 이야기라면 국내에서 먼저 거론하면 안 되었을까? 칸느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한 번쯤 가슴이 뭉클하여 하고자 하였던 그 말은 그냥 국내로 가지고 왔으면 안 되었을까? 우리가 지금 하고 싶은 말 하였다고 예전처럼 아무도 모르게 검은 지프차에 실려 가는 세상에 사는 것도 아니고 북한과 같이 폐쇄되어 그 실상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제사회에 고발하여야 할 실정도 아니거늘.

 

 

표현의 자유라 하니 국내건 국외건 어디서 무슨 말을 하였건 무슨 상관이냐고 하면 그냥 웃을 수밖에.

 

2012년 6월 2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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