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끝을 조심하라 하였거늘

korman 2013. 7. 17. 20:12

 

 

끝을 조심하라 하였거늘

 

벌써 5년쯤의 시간이 흘러갔다. 아이들이 장성하여 모두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어느덧 각자의 가정을 가질 나이가 되었기로 나도 소설에 나오는 한 장면을 한번 흉내 내 볼까하는 생각으로 쓰고 고치고 하며 며칠을 보내고 완성한 긴 편지를 새봄을 맞으며 아이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적이 있다. 편지에 적은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특히 아들인 큰아이에게 강조한 것 중 하나가 “세 끝을 조심하라”였다. 세 끝이란 “혀끝, 손끝 그리고 남자의 X끝”을 말함이며 말조심, 노름조심 그리고 외도조심의 의미로 늘 어른들이 자식들에게 들려주던 말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누구라도 이 세 끝을 잘못 놀리면 본인의 인생을 망치는 것은 물론 가정이 파괴되고 타인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살아가는데 늘 염두에 두어야 할 말이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다.

 

옛날에는 재산이 좀 있거나 세도가 있어 능력이 되는 남자들은 그 세 끝 중에서 X끝에 대해서는 좀 너그러운 편이었다고 생각되지만 손끝을 잘못 써 패가망신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고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혀끝을 잘못 놀려 정적의 모함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역심으로 몰려 본인은 물론이려니와 조상과 자손 그리고 일가친척까지도 몰살을 당하는 비운을 겪기도 하였다. 근대에 들어와 반공이 국시의 첫째로 되었던 시절이나 자유당 정권 및 군사정권 시절에는 일반 국민도 말 한마디 잘못으로, 물론 많은 사건이 시대적 잘못이었지만, 큰 고역을 치르고 범죄자가 되기도 하였고 밤에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모 인기 작가가 과거에 혼외로 놀렸던 그 끝이 송사로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세간의 이목을 받았던 일도 있었고 치유를 한다고 일반인들이 모르던 사실을 토해내어 스스로 불행을 자초한 가수도 있었다. 일반인도 그러하지만 공인임으로 스스로 그 끝을 더욱 조심했어야 하였거늘.

 

아시아나 항공이 잘못되어 사망자가 발생하였다는 뉴스를 진행하던 모 방송국 진행자가 중국인 사망자들을 두고 ‘한국인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하여 중국인들을 분노케 하였다. 이는 원고에는 없었던 사견이었다고 이해하고 싶지만 문제는 영향력이 매우 큰 방송의, 그것도 모두가 최고 지성으로 생각하는, 뉴스 진행자의 애국적인(?) 소신 발언은 패가망신은 아니더라도 본인은 물론 국가 이미지까지도 손상시키는 혀끝이 되었다는데 있다. 방송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의 뉴스와 관련한 개인적 멘트는 시청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진행자의 소견은 진실과 객관성을 근거하여 이루어 져야 한다. 따라서 그 뉴스진행자의 주관적인 한마디는 많은 중국인들에게 상처를 안겨주었을 것이고 심지어는 우리나라에 대한 반한감정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미국 방송에서 조정사들의 이름을 비하하여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양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세 끝은 조심해야 하겠지만 방송국과 방송인이 기본적으로 한국과 중국을 구분도 못하고 이름의 발음이 맞는 것인지 취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인터넷의 떠도는 잡기를 그대로, 그것도 뉴스시간에 방송하였다는 것은, 물론 조종사와 동양인을 의도적으로 비하하는 것이겠지만, 이는 끝을 조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냥 ‘무지의 소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요새 어느 국회의원께서 자신의 유식을 알리려 함이었는지 책 한권을 들고 나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라 칭하여 현 대통령을 비난하였다. 이나이 먹도록 처음 듣는 단어라 그 뜻이 궁금하였는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란 뜻이란다. 그러니 현 대통령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참 그 혀 놀림에 내 혀끝이 차진다. 또 어느 의원께서는 총선 때 SNS에 ‘그년’이라 썼다가 말썽이 나자 오타가 났다고 해명 했다 한다. ‘그년’을 쓰려다 오타가 나서 ‘그녀’가 되는 일은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없을 텐데. 국정원 댓글 사건도 손끝에서 나왔다. 그러니 요새 손끝은 노름만 지칭한다고 해서는 안 되겠다. 작년인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 도중에 한 공화당 중진 의원이 “거짓말” 이라고 외쳤다가 대통령을 모독했다고 하여 같은 공화당 의원들에게서도 배척당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요새 우리 국회의원들께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혀끝을 조심하지 않는 막말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요새는 일부 공인들이 너무 상스러운 표현을 한다고 누군가 비평을 하면 그 당사자들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들먹인다. 물론 우리나라는 자유국이다. 난 대한민국이 공산국가와 대치하는 유일한 분단국이지만 세계에서 제일 자유스럽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대한민국이 ‘국제 언론감시 민간단체인 프리덤 하우스’가 발표하는 언론자유 평가에서 197개국 중 64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분단국의 특수성을 감안한 조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종북과 관련된 심한 말을 하여도 별 제재를 안 받고 국회의원들의 쌍말도 감내하는 우리나라가 어째서 64위 밖에 안 되는지 모를 일이다. 언론자유국의 최상위국들에는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어떤 말을 하는지, 만일 그들의 국회의원들이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막말을 하면 어찌될지 참 궁금하다. 자유라는 것은 자유를 박탈당하였던 사람만이 그 의미를 알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늘 자유 속에 있으니 그 진정한 의미를 말까만 그러나 ‘자유’라는 말을 혹자는 ‘내 맘대로’라 해석하지 않나 생각되어진다. ‘방종’이란 말도 있다.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이 제헌절이다. 국회에서 그리 막말을 쏟아내고 계시는 분들, 제헌절의 의미를 되새겨 앞으로는 혀끝을 조심하셨으면 한다.

 

2013년 7월 17일

제헌절에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