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야구 이야기

korman 2013. 8. 18. 16:51


 

 

 

 야구 이야기

 

여름 무더위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야구경기도 한창 무르익고 있다. 후반기 경기도 많이 지나갔으니 야구팬들은 가을의 전설은 어느 팀이 쓸 것인가에 대하여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미국 및 일본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우리 선수들이 있고 국내 경기는 물론이려니와 미국, 일본의 경기도 케이블TV의 스포츠채널을 통하여 매일 중계가 되고 있으며 골프채널을 제외하고는 그 많은 스포츠채널들이 거의 모두 하루 종일 국내중계, 해외중계, 재방송, 야구뉴스 등 야구를 중심으로 방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 시즌이 끝나면 뭐로 방송을 이어갈지 궁금하기도 하다.

 

주로 중계방송을 보는 편이지만 나도 야구를 즐긴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연고지를 둔 팀을 특별히 응원하지는 않는다. 또한 국가 대항전이 아닌 한 딱히 이기라고 응원하는 팀도 없다. 그저 어느 팀이건 경기의 흐름을 즐기고 선수들이 잘 때리면 즐겁고 투수가 잘 던지면 좋다. 그런데 나는 철저한 야구팬은 되지 못하는지 같은 시간대에 축구중계를 하면 그 중계가 생방송인 경우 채널을 그 쪽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야구는 경기의 흐름이 자주 끊기고 움직임이 덜한 반면 축구에는 끊임없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 따지면 야구는 관중을 생각하는 경기는 못 된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공산권 국가에서는 야구를 가장 부르주아적인 운동이라 하였다는데 사실 아직 야구를 세계적인 운동이라 생각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여러 가지 국제규격화 되지 못한 사항들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야구장은 국제적으로 동일한 표준 규격이 없다. 아마추어들의 경기나 올림픽에서의 경기는 어떤 운동장 규격이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TV로 연일 중계되는 대표적 야구국가 한,미.일 3국의 야구장들 규격은 제각각인 것 같다. 외야의 길이도 다르고 담장 높이도 다르고 어느 곳에는 구석진데도 있어 단타성 공이 재수 없게 그 구석으로 들어가면 3루타가 되기도 하고 이쪽 운동장에서는 홈런성 공이 저쪽 운동장에서는 담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운동장은 투수에게 유리하고 어느 운동장은 타자에게 유리하다. 또한 정해진 시간 규정도 없다. 오늘 시작한 경기가 내일로 이어지기도 하고 선수들이 마음만 먹으면 빨리 끝낼 수도 있고 고무줄처럼 마냥 늘어지게 할 수도 있다.

 

야구는 좀 부도덕(?)하다. 각종 경기에서 늘 외쳐대는 페어플레이는 야구에서는 없는 것 같다. 야구에서는 선수들이 도둑질도 한다. ‘도루’가 그것이다. 뜀뛰기 잘하는 눈치 빠른 선수들은 베이스를 몇 번이고 훔쳐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베이스를 밟기 위하여 수비하는 선수에게 고의로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더블 플레이를 당하지 않으려고 고위적으로 2루수에게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점수를 내기 위하여 홈으로 뛰어들며 캐처에게 일부러 부딪쳐 부상을 입히기도 한다. 타자에게 의도적으로 위험한 공을 던지는 투수도 있다. 150km에 이르는 공을 타자의 머리에 던져 헬멧을 부수기도 한다.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물론 다른 종목에서도 선수들이 고의적으로 파울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야구처럼 선수가 사용하는 운동용구로 상대방을 일부러 위해하지는 않는다. 축구에서는 즉시 퇴장감이다. 물론 아이스하키처럼 격렬한 경기 속에 싸움도 많이 하는 종목도 있지만 그러나 그들은 그만큼 안전장구를 갖추며 싸움도 경기의 일부라고 심판이 판단하는 선을 넘지 않는 한 싸움이 일어나도 심판이 금방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야구에는 쉬는 시간이 많다. 공격하는 팀은 타자, 주자만 빼고 한회를 몽딸 쉰다. 이건 경기의 진행상 어쩔 수 없다. 부가하여 투수는 주자를 슬슬 견제하거나 투구시간을 조절하기도 하고 던지던 공을 바꾸기도 하면서 쉬고 타자는 배터박스에서 벗어나며 쉬고 감독 사인 본다고 쉬고 코치와 감독은 투수를 점검하거나 교체 하면서 선수들을 몽땅 쉬게 하고 공수 교대한다고 어슬렁거리고 심판이 공정치 못하다고 항의하며 감독이 선수들을 철수시켜 경기를 끊었다가 적당히 쉬고 다시 운동장으로 내 보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횟수나 시간의 제한을 받는 것도 아니다. 물론 다른 종목에서도 그런 일은 일어난다. 침대축구니 뻥축구니 하는 것도 시간을 끄는 작전이고 선수들을 쉬게 하려는 속셈으로 작전타임을 요구하는 구기 종목도 있으며 스스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개인 종목도 많다. 그러나 모두가 규정에 의한 제약을 받기 때문에 .야구처럼 횟수나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야구는 고무줄 같은 경기이다.

 

야구는 좀 지저분하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는 좀 덜한 것 같지만 미국야구 중계를 보면 경기하는 선수들이나 덕아웃에 있는 선수나 코치, 감독까지도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먹고 뱉는다. 풍선껌을 불며 경기하는 선수도 있고 아무데나 침을 계속 뱉어내는 선수들도 많다. 어쩌다 카메라가 덕아웃 바닥을 비추면 그곳은 완전히 쓰레기통속 처럼 보일 때도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서도 경기 중 뭔가를 씹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경기의 무료함이나 경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보려는 마음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다른 종목 선수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거늘 유독 야구선수들만 늘 입속에 무언가를 넣고 뱉어야 할까. 많은 미국 여성들이 축구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 간에 땀에 젖은 유니폼을 바꿔 입는 것을 보고 얼굴을 찌푸린다고 한다. 그럼 야구선수들이 입 속에서 뭔가를 끊임없이 뱉어내는 것은 어찌 보아줄까.

 

얼마 전 우리 프로야구경기 중 외야에서 공을 잡던 한 외야수가 벽에 부딪쳐 부상당하는 것을 보았다. 난 지금까지 야구장 벽에 선수 보호용 침대 매트리스 같은 것이라도 붙어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실상을 그게 아니란다.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도입 된지 30년도 더 흘렀고 연일 경기장마다 관중이 넘쳐난다는데 참 어이가 없다. 그러니 선수들이 벽을 타고 흐르는 멋진 플레이를 하고 싶어도 부상이 두려워 그리하겠는가. 그런데 그 안전시설 보강에 국고를 지원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프로야구구단이 활동하는 경기장에 그 돈 많은 구단들과 해당 지방정부는 뭘하고 연일 만원사례를 이어주는 관중이 지불한 입장료는 모두 어디에 쓰고 중앙정부가 보조를 해야 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늦은 밤에는 방송마다 그날의 모든 경기를 간추린 야구뉴스를 한다. 그리고 그 뉴스는 다음날 아침부터 오후 새로운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몇 차례 재방송한다. 그러나 다음날 재방송하면서도 어제 경기를 계속 ‘오늘 경기’라 방송한다. 어차피 편집방송을 하는데 ‘어제 경기’라는 멘트를 한 컷 만들어 놓았다가 다음날 재방송 때는 ‘어제 경기’라고 재편집하여 방송해야 하거늘 시청자들에 대한 성의 있는 방송이 아쉽다. 류현진의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에서는 자체광고에서 다저스 감독이 “위성이 말썽을 부리지 않고 한국의 시청자들이 다저스 경기를 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인터뷰를 내 보낸다. 그러면서 동 방송사의 중계는 “해저케이블을 사용하기 때문에 위성과 상관없이 상어가 케이블을 뜯어먹지 않는 한 한국 시청자들은 HD 화질로 중계를 즐긴다”고 답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화면 하단에는 “이어서 류현진 경기를 위성 생중계하겠습니다”라는 자막이 도도하게 흐른다. 참 헛웃음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즐긴다. 관중이나 시청자들이 야구를 보는 눈도 매우 높다. 그러니 대한민국야구도 사람들의 눈높이를 따라 올라 세계 정상에 우뚝 서기를 바란다.

 

2013년 8월 17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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