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못다한 야구이야기

korman 2013. 9. 15. 13:26

 

 

 

             인천문학경기장 KBS 중계화면

 

못 다한 야구 이야기

 

“야구 이야기”를 제목으로 친구들 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한 친구가 야구장 가자는 댓글을 달았다. 생각해 보건대 친구들과 어울려 간식거리 사 들고 잠실야구장 찾은 때가 꽤나 오래 되었다. 그런데 친구들과 야구장은 여러 번 찾았지만 9회 말 까지 다 보고 나온 기억은 없다. 늘 7회 정도가 되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용차를 움직이지 않는 한 집이 인천인 나는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끝까지 보고 나오면 귀가하는 차편이 문제가 되고 반대로 인천 문학구장에서 보면 친구들 돌아가는 시간이 또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경기의 향방이 7회 정도에서 결정이 나 있으면 아쉬운 것이 없으나 한창 치고 받고 달리는 와중에 자리를 털어야 하면 참 아쉽다. 친구들과 뒤풀이도 하고 헤어져야 하는데 시간 때문에 경기를 다 보지 못할 때는 선수들이 참 야속하다. 공수 교대 시에는 TV 막간 광고 시간을 벌어주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내가 볼 때는 선수들의 노력에 따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요소가 참 많이 있기 때문이다.

 

야구처럼 공격과 수비가 분명하게 나누어지는 경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야구의 4촌쯤 되는 크리켓 경기가 그런 것 같은데 두 경기 모두 수비하는 선수들은 공격을 하고 싶어도 그리하지 못하니, 수비를 하다가도 상대의 허점이 생기면 그 점을 이용하여 즉각 공격을 할 수 있는, 그래서 이길 수도 있는 다른 종목보다는 신사적인 점도 있다. 점수 차가 많이 나는 경기에서는 이기고 있는 팀이 번트를 대지 않는다던가 혹은 도루를 하지 않는 것은 상대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고 상대방의 빈볼에 벤치클리어링을 할 때도, 박찬호의 이단 옆차기도 있지만, 서로 상대팀 선수들을 잘 알고 있는 선임들이 전면에 나서서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다고 하니 악 속에 신사도가 존재하는 경기도 야구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아마추어에서의 콜드게임도 그런 맥락이겠지만. 야구가 시간 개념이 없는 고무줄 경기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크리켓경기는 한 경기가 하루 종일 걸릴 때도 있다고 하니 이에 비하면 야구는 양반이겠지만 두 경기 모두 세계화가 되질 못하는 원인 중에는 고무줄 경기 시간도 그 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며칠 전 대만에서 있었던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중계를 보다가, 우리나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우리 팀이 하고 있는 경기장이 아직 공사 중인 것처럼 허술하여 경기와 안전에는 지장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TV에 비치는 우리나라 야구장들은 대만의 그것보다는 나은 것 같지만 우리 선수들이 활약하는 미국 경기를 볼 때마다 모든 경기장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우리나라의 그것 보다는 무척 밝다는 느낌이 든다. 나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전국 야구장들에 거의 대부분 칠해진 탁하고 진한 초록색과 무질서하게 붙어있는 광고판, 그리고 내야 관중석과 경기장을 구분하는 미국보다 높은 벽이 경기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둡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나라 야구장에 칠해진 그 진한 초록색이 선수들의 눈에는 가장 좋은 색이라는 신문기사를 오래 전에 본 기억이 있는데 그렇다면 TV에 비쳐지는 야구의 종주국이라는 미국 야구장들에는 왜 많은 곳이 진한 하늘색을 칠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운동장 규모나 디자인에 차이가 있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우리나라 야구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밝아졌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예전 고등학교를 비롯하여 실업야구에서는 타자가 바뀔 때 마다 맑고 청아하고 약간은 소프라노적인 여자 장내 아나운서가 “다음은~ 3번타자 센터필더~~ OOO~~~”라고 소개를 하였었다. 이 목소리 듣는 것 또한 야구장의 묘미였는데 요새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 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굉음소리를 내는 풍선막대와 치어리더의 음악소리에 그 애가 끓는 듯한 소리가 묻혀버려 내 귀에는 안 들리는지 모르겠는데 프로야구에서도 그 요란한 기획된 응원전에 앞서 매끈한 파도의 흐름을 타다 끝에서는 딱 끊어 지는듯한 그 묘한 목소리를 듣게 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야구의 광팬도 아닌 내가 그저 주접떤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이 가을에 어느 팀이 최고의 팀이 될 것인가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고 외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선수들이 최소한 포스트시즌에라도 오르기 바라지 않을 수 없다. 누구라도 그런 마음으로 일 년 내내 야구를 즐기지 않을까?

 

2013년 9월 14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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