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동방예의지국

korman 2013. 11. 21. 11:19

 

  

 

 동방예의지국

 

최근 어떤 판사가 무단 방북하여 김일성 시신을 참배한 사람에게 동방예의지국임을 거론하며 무죄 판결을 내림으로 인하여 새삼 ‘동방예의지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었다. 그 판사가 비오는 날 김정은이라는 어린아이가 (그 앞에서 열심히 필기하던 늙은 군인들은 그리 생각하였을 것이다) 혼자만 거만하게 우산을 받쳐 쓰고 훈시를 하고 그 앞에서는 늙은 군인들이 비를 맞으며 열심히 그의 훈시를 받아 적는 사진을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 사진을 보았다면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를 다 하는 북한이야말로 동방예의지국이라 평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어떤 특정인을 가리켜 즐겨 쓰는 말 중에 존경, 존중, 예우, 예의라는 단어들이 있다. 존경이라는 말은 내 인생의 표상으로 삼고 싶은 사람에게만 붙일 수 있는 말이기에 아무에게나 함부로 쓸 말은 아니다. 따라서 존중이나 예우 및 예의가 필요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내 존경의 대상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생활하면서 나와 반대에 있는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는 미덕을 가져야 하며 상식에 어긋나지 않게 예의를 갖추어서 대하여야 하고 그에 걸맞은 예우도 해 주어야 한다. 술집에 마주 앉아 친구들끼리 목소리 높여 설전을 벌릴 때도 술판이 난장판이 되지 않게 하려면 최소한의 그것들은 필요한 요소들이다. 그런데 만일 그것이 사회와 국민들이 주목하는 공식행사라면 어찌하여야 할까?

 

엊그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있었다. 매스컴에 의하면 대통령 연설 도중 몇 번의 박수가 있었음에도 야당 쪽에서는 별로 박수치는 의원들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대통령이 퇴장할 때의 장면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과연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예의를 지키며 예우해 주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들은 어디를 가나 국회의원으로써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이 예의를 갖추어 예우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지지하건 아니건 간에 그들도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예우는 갖추어야 하지 않았을까? 대통령이 서서 악수를 청하는데 기본적인 예의도 지킬 줄 몰라 자리에 앉은 채로 거만하게 손을 내미는 의원들이 있었다. 술집에서도 같이 술 마시던 사람 중 누군가가 먼저 일어서며 악수를 청하면 친한 친구가 아닌 한 같이 일어나 악수를 하는 것이 예의이고 보통 사람들은 그리 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예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퇴장시에는 야당의원 중에서 한 분만이 일어섰다. 그 분은 자신이 일어선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예의와 예우는 대통령과 그 연설내용에 대한 지지여부와는 다른 문제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누군가 내 집을 방문하였다 돌아갈 때는 일어서서 인사를 나누고 배웅한다. 집주인이라고 앉아서 잘 가라 하지 않는다.

 

모 의원이 국회 마당에 세워둔 대통령 방문에 필요한 차량을 치우라고 발로 찼다하여 시비가 일어났다. 그 의원은 자신이 국회의원임을 밝혔는데도 경호경찰이 예우를 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국회의원으로 예우를 받으려면 우선 그 신분에 합당한 행동을 하고 예우받기를 바라야 하지 않을까? 말단 순경과의 시시비비를 떠나 우선 자신이 국회의원으로써 그런 시비에 연류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스스로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 일로 인하여 설왕설래하다 많은 의원들이 집단으로 본회의장을 퇴장하는 일도 있었다 한다. 방청석에는 우리나라의 선진화된 의회문화를 참관하러 온 남의나라 대통령도 있었다 하는데......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지금까지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이제는 모든 것을 특검으로 하자고도 한다. 하기야 설렁탕도 특제가 있고 순대국에도 특이 있다. 그런데 그게 먹어보면 양이 좀 많은 것 외에 그 맛이 그 맛이다. 특을 원하는 손님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냥 보통을 먹고 간다. 장사하는 입장에서도 특만 팔려고 하면 장사에 지장이 있고 특을 원하는 손님만 받다 보면 특이 보통이 된다. 과거에도 특검은 많았지만 그게 그거였다. 특만이 해결책이라 하고 예의와 예우는 모르쇠 하는 일련의 일들이 혹시 여자에게 패했다고, 설마 대통령이 결혼도 안한 여자라고, 여자의원들은 질투심에서, 남자의원들은 지금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없어진지 오래된 가부장적 생각에서 나오는 건 아니겠지.

 

한-러 의원친선연맹의 회장으로 있는 야당 대표가 정쟁과 무관한 외교행사인 러시아 대통령과 밥 먹는데도 불참하였다고 한다. 야당의 대표가 아닌 친선연맹의 회장 자격으로라도 참석했어야 할 자리였는데. 내 눈에는 이러한 예의와 예우를 외면하는 의원들의 태도가 참 옹색하고 옹졸해 보였다. 정쟁을 떠나 우선 상식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의원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방예의지국이 아닌가!

 

2013년 11월 20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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