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눈병 이야기

korman 2013. 12. 10. 15:16

 

 

 눈병 이야기

 

지난 주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던 날 저녁에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나가려는데 언뜻 TV에서 “요새 실내생활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눈 건조증에 의한 눈병이 많이 발생하니 외출 시에 주의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소주 한 잔 하고 밤늦게 집에 돌아와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자 눈곱이 많이 끼어 있고 눈이 불편하더니만 오후가 되자 충혈 되면서 눈물이 자꾸 흐르는 것이 어디서 눈병을 얻어 온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미세먼지가 호흡기에는 물론 눈에도 나쁠 거라 걱정이 되었는데 TV에서 나온 말이 내게 금방 다가왔나 하는 생각에 동네 안과를 찾았다. TV에서의 말이 맞는 것인지 안과에 들어서자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기환자가 그리 많은데도 불구하고 문을 열어놓은 2번 진료실의 의사는 아무런 환자도 진료하지 않고 있었고 난 대기환자들과는 무관하게 접수와 더불어 그에게 배당되어 금방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1,2번 의사에게 순번대로 고루 배정이 되었다면 1시간은 좋이 기다려야 할 상황이었지만 금방 진료를 받으라니 이런 행운이 어디있나하고 그의 진료실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게 행운은 아니었던지, 나를 진료한 의사는 내가 의자에 앉기가 무섭게 검안기를 한번 들여다보고 눈 아랫살을 손가락으로 한 번 내렸다가 놓고는 그저 자기 혼자말로 알아듣지 못할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간단히 “눈병입니다. 간호사! 안약 좀 넣어드려. 나가보세요” 그게 끝이었다. 채 30초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뭔가를 물어봐야 할 것 같아 입을 벌리려는데 그것을 감지하였는지 그는 “설명은 간호사에게서 들으시고요” 하였다. 환자가 병증에 대한 설명을 의사에게서 못 듣고 간호사에게서 뭘 들으라는 건가 의아해 하는 순간 간호사는 눈병에 조심해야 할 사항들이 적힌 쪽지를 들려주며 밖에 있는 벌건 불빛에 눈을 감고 꺼질 때 까지 대고 있으라 하였다. 누가 눈병인 걸 몰라서 안과를 찾았나?

 

아무튼 심각한 건 아니니까 그리 하였겠지 하는 마음으로 처방전을 받아 2일치 약을 지었다. 그런데 그게 2일 동안 약을 먹고 눈에도 넣고 하였지만 그저 약간의 차도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일 뿐 시각적으로 별로 나은 것이 없어 보여 토요일에 다시 그 안과를 찾았다. 그런데 주말이라 그런지 나를 진료한 2번 의사는 없고 1번 진료실의 의사 한 명만이 환자를 보고 있음에 한 시간은 더 기다려서야 그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처음부터 2번 의사와는 달랐다. 검안기에 눈을 대라고 하고는 내게 눈동자를 위로 아래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등등 주문을 하고 손가락으로 눈아랫살을 내리고 자세히 관찰을 하였다. 그리고 “눈병이 맞기는 한데 어디서 유행성 눈병이 감염되어서 그런 게 아니고 몸이 피곤하면 입술이 부르트는 것처럼 눈이 피로하면 눈도 부르트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그런 것"이라고 하면서 2일 전과는 약 처방을 달리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처방이 다르다는 것은, 내 눈병을 두고 두 의사의 진단 결과가 달랐다는 말이 되는데 과연 누구의 진단이 옳은 것인가? 또 다시 2일치 처방전을 받아들고 나왔다. 그리고 2일이 지난 오늘 아침에는 눈이 좀 뻑뻑한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육안으로는 다 나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1번의사의 진단이 옳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인가?

 

좀 다른 이야기지만 난 사실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의학프로그램이 왜 일반 TV에 방영되는지 참 의아했지만, 예전에도 시청자들은 생각지도 않고, 자신들이 다년간 임상실험하고 연구한 결과도 아니면서, 서로의 유명세로 설왕설래 하였고 요즈음도 심심하면 이름깨나 있는 의사들이 TV에 나와 비타민C를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좋다느니 그게 안 좋다느니 종합비타민을 먹어야 좋다느니 안 좋다느니 옥신각신하며 국민을 혼돈스럽게 하고 있다. 신뢰가 가는 자신들 스스로의 연구 결과나 의학적 데이터도 없으면서 어떤 의사는 그저 “비타민C를 자신과 친척이 많이 먹어보니 좋더라. 그래서 되도록 많이 먹어야한다”고도 했고 (그의 말대로라면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수천배를 먹어야 한다) 어떤 의사는 외국 의사들의 연구결과를 들어 비타민C나 종합비타민은 그렇게 먹는 게 아니라고도 한다. 어찌 되었건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모두가 의학적으로, 의사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며 아니면 말고 식의 발표라 생각하였는데 간단한 것 같은 눈병에 두 의사의 각기 다른 진단이 비타민 의사들을 떠 올리게 하였다. 또한 2번 의사가 내 눈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오해(?)가 없었을 터인데 하는 의사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1번 의사가 의학박사로 먼데서도 찾아오는 의사라 하여 이력을 보니 그에게 환자가 많을 듯도 하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심각한 병에는 최소한 3명 정도의 다른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 모양이다.

 

이제는 완전히 나았겠지 하고 오늘 다시 안과를 찾았다. 토요일에 이어 1번 의사에게 안내되었다. 그는 오늘도 한참동안 검안을 하고 살피더니 거의 다 낫기는 하였지만 아직 깨끗하지가 않으니 2일치 약을 더 먹고 수요일에 최종 판단을 하자고 하였다. 친구들 모이던 날 당구를 치던 중 내가 3쿠션을 쳤는데 다른 편 친구 둘이는 2쿠션이라 무효라고 우겨댔다. 내가 눈병이 났다고 카톡을 보냈더니 한 친구가 자신들이 우겨 째려보다가 눈병이 생긴 거 아니냐고 답을 해 왔다. 1번 의사가 눈이 부르트는 현상이라 진단하였는데 그렇다면 째려보는 것도 눈병의 이유 중 한 부부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는 게 이기는 거라 하였으니 다음부터는 우긴다고 째려보지 말고 부처님 말씀대로 자비를 베풀어야겠다. 그래도 게임비가 달려 있는데.......아! 중생이여!

 

2013년 12월 9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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