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이사 이야기-첫째

korman 2014. 6. 16. 17:38

 

            사진 : 인천 송도신도시 해돋이공원 

 

이사 이야기-첫째

 

2주 전 근25년을 살아왔던 아파트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였다. 내가 어렸을 때 이사를 자주 다닌 덕에 어릴 적 동네친구들이 없는 고로 내 아이들에게는 그런 일 없게 해 주고자 대학을 졸업할 때 까지는 움직이지 말자고 하였던 것이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손주가 셋이나 생길 때까지 그냥 눌러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길 기회를 맞았다.

 

요새는 이사 방법이 25년 전과는 매우 다르다. 그 때는 집주인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지만 요새는 주인이 귀히 여기는 것만 챙기고 나면 가만히 있어도 모든 짐은 이삿짐업체에 의하여 포장되고 새집으로 옮겨져 제자리에 놓이니 집주인은 그저 새집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자신의 방법대로 뒷정리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내 경우에는 “화장실에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우리 속담이 이삿짐 업체에 적용된다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

 

이삿날을 받아 놓고 서너 군데 이삿짐 업체에서 견적을 받았는데 금액의 차이가 20여만원 가량 되었다. 모두들 집에 와서 날짜를 따지고 짐의 불량을 살피고 새집의 층수를 묻고는 견적서를 주었다. 설명도 조건도 판에 박은 듯 모두 같았다. 그래서 그 중 다른 곳 보다 좀 싸고 친절해 보이는 곳과 거래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이 사람 30여분쯤 지나 전화를 걸어오더니 하는 말이 자기가 날짜를 착각하여 20만원을 적게 견적하였다고 올려달라고 하였다. 자신의 수첩을 꺼내 놓고 손 없는 날 따지고 작업일정 따지고 해 놓고서는 날짜를 착각하였다니 참 어이가 없었다. 기 견적을 받은 다른 업체들에게는 거절통보를 한지라 또 새 업체에서 견적을 받기도 번거로워 “당신 잘못이니 절반만 더 받으라” 하였더니 그건 순순히 그러겠다고 하였다. 어쩐지 다른 곳 보다 20만원이 싸더라니.

 

어쨌든 냉장고 귀퉁이가 약간 들어간 것 빼고는 눈에 뜨이게 손상되거나 분실 한 것 없이 모든 짐이 새집으로 들어왔다. 무겁고 덩치 큰 장이며 가전제품들은 업체 직원들에 의하여 내가 지정한 위치에 놓여졌다. 그런데 그 다음은 보따리를 끌러 모든 짐들을 놓여있던 제자리에 놓는 것이 문제였다. 애초에 업체 사람들 이야기는 자신들이 번호를 매겨 짐을 포장하고 정리하므로 옷이면 옷, 책이면 책 등 모든 것이 원래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되리라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막상 짐이 도착하자 이 분들의 목적은 옷은 옷장에 책은 책장에 그저 넣어져 있던 곳을 찾아 마구잡이로 집어넣고 자신들이 가져온 상자와 용기들을 회수하여 빨리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집어넣은 것을 나중에 다시 정리하느니 차라리 바닥에 쏟아놓고 그냥 가라고 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정신없이 상자를 끌러 마구잡이로 집어넣는 그들의 등을 떠 밀어 돌려보냈다.

 

이삿짐 중에는 에어컨이 있다. 애초 제조사의 서비스센터에 부탁을 하려 하였지만 이사업체의 이야기가 자신들과 일하는 곳도 같은 제조사 서비스센터이므로 따로 부르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설치할 때 별도로 들어가는 자재비와 규정 출장비만 지불하면 된다고 하여 그냥 맡겨두었다. 이사하는 날 누군가가 와서 에어컨을 분리하였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좀 미심쩍었다. 아무래도 해당 서비스센터사람이 아닌 듯싶었다. 그에게 소속을 물은 즉 자신은 분리만 하고 설치는 서비스센터에서 한다고 하였다. 이삿짐이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시간 약속 없이 오전 중에 설치하러 온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으며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에 의하여 동 서비스센터에서는 고객에게 그런 식으로 통보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점심때가 가까워져서야 공구상자를 들고 나타난 두 사람은 역시 내 예상대로 해당사의 서비스맨이 아니었다. 분리된 에어컨을 살피는 그들에게 설치비용을 묻자 다짜고짜로 스마트에어컨이라 가스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꽤 들겠다고 하였다. 무슨 가스를 넣어야 하냐고 하였더니 스마트에어컨은 가스가 일반에어컨과 달라 다른 가스를 넣어야 한다고 하였다. 암모니아가스 말고 친환경가스 이야기냐고 물으니 그렇다는 대답이다. “암모니아에서 친환경가스로 바뀐 지 오래 전이고 몇 년 전 부터는 모든 냉장고나 에어컨에는 같은 친환경가스가 들어간다는데 스마트 에어컨이라고 다른 가스가 필요하다는 소리 들은 바 없으며 내 에어컨은 지난여름에 사 잠시 사용하였으므로 가스가 빠졌을 리 없고 가스는 실외기에 들어가고 스마트 조절은 실내에서 하는데 어디다 무슨 가스를 넣을 것이며 또 계측기로 측정도 안 해 보고 가스가 없는 줄 어찌 아느냐”고 따져 물었다. 순간 분리하면서 가스를 다 빼버리지 않았나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내친김에 제조사 서비스센터에서 나왔냐고도 물었다. 순간 느닷없이 따져 묻는 내 질문에 당황하였음인지 그들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서비스센터를 부르면 자신들 보다 훨씬 경비가 많이 든다고 하였다. 난 주저 없이 그들을 돌려세웠다.

 

오후에 해당 서비스센터에 연락하였다. 약속한 시간에 도착한 그들은 계측기로 모두 체크하고는 가스는 더 넣을 필요 없고 스마트라고 다른 가스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며 단지 에어컨을 분리할 때 파이프에 들어있던 가스를 채집하지 않아 파이프에 들어가는 가스만 아주 조금 넣어주면 된다고 하며 설치비용에 대한 상세한 내역서를 프린트하여 주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분리시에도 연락하라 하였다. 그리하면 기계로 파이프의 가스도 채집하므로 그걸 다시 주입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설치를 다 마친 그는 나중에라도 같은 경우가 생기면 무엇을 체크하여야 하는지도 자세히 안내를 하고는 돌아갔다. 몇 년 전 일이지만 딸아이가 쓰던 피아노를 신혼집으로 옮겨주면서 이사업체에서 요청하는 가격이 너무 높아 제조사 영업점에 연락하였더니 그 절반 값으로 조율까지 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나, 상세한 내역에 정해진 금액을 현금보다는 카드로 결제 해 달라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부터 서비스센터에 연락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에어컨과 피아노는 제조사에게 연락하시라고.

 

2014년 6월 14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