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이사 이야기 - 둘째

korman 2014. 6. 22. 16:32

 

 

이사 이야기 - 둘째

 

이사를 한지 3주 정도가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새집에 아직 적응이 되려면 멀었나보다. 아니, 지난 25년간 한 집에서 숙달된 버릇들이 단 3주가 지났는데도 안 고쳐진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모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된 환경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동물이 인간이라는데 지난 25년 동안에 길들여진 버릇이 고쳐지는 데는 얼마큼의 시간이 지나야 할지 궁금하다.

 

우선적으로 불편한 것은 방향이다. 지난번 집에서는 모든 것이 오른쪽 방향으로 쓰기 좋게 되어 있었는데 새 집의 그것들은 철저하게 그 반대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늘 오른편에서 오른손을 우선적으로 사용하였던 버릇에는 참 난감한 변화이다. 냉장고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스레인지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치가 바뀌었으며 오른편 안쪽으로 열리던 모든 문은 철저하게 왼쪽으로 열게 되어 있다. 그러니 문의 모든 손잡이가 반대편에 달려있다. 심지어 늘 오른쪽으로 돌려 점화하던 가스레인지조차도 새집에 붙어있는 그것은 왼쪽으로 돌려야 불이 켜지게 되어있고 신통하게도 손잡이를 눌러야 물이 나오던 수도꼭지마저도 올려야 나오는 것으로 바뀌었다. 어찌 이렇게 철저하게 반대로 되어 있는지 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러니 나 보다는 주방을 사용하는 집사람이 더 불편을 느낀다.

 

불편한 것은 또 다른 곳에도 있다. 벽에 붙어있는 전기 콘센트가 그것이다. 25년 전에 벽에 설치된 콘센트는 모두가 중근 원 중간에 핀구멍 두 개가 나란히 뚫려있다. 또한 당시의 가전제품에 부착되었던 플러그는 핀과 전깃줄이 일자로 되어 있어 보통 두 개의 플러그를 꽂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기기에 붙어있는 플러그와 선이 주먹을 꺾어 쥔 것처럼ㄱ자 형태의 모양으로 바뀌면서 핀의 구멍이 나란한 모양에서 대각선으로 바뀌고 따라서 새집의 모든 매립콘센트의 핀구멍 또한 대각선 모양을 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바뀐 후에 구매하였던 외부 연결용 코드들의 핀구멍은 대각선으로 되어 있어 그 모양을 사용하는데 아주 낫선 것은 아니지만 늘 벽에 꽂아 쓰고 빼고 하던 핀이 나란히 된 것에 익숙한 몸은 어찌 할 수 없어 새집의 그것에 플러그 핀을 우선적으로 나란히 가져다 누르는 버릇은 한동안 지속되어질 것 같다.

 

현관의 잠금장치가 열쇄를 사용하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다. 많은 집에서 디지털 번호키를 현관에 붙여놓고 있지만 지난 25년간 외출 시에는 늘 열쇠를 가지고 다니던 버릇은 새로운 현관문에 붙어있는 번호키의 번호를 무엇으로 정하느냐 에도 고민이 되었다. 수시로 드나드는 아이들도 다 쉽게 외워질 번호여야 하지만 무엇보다 집사람이 잊지 말아야할 번호를 선택해야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번호의 선택은 집사람에게 맡겼다. 이곳은 내 집뿐만이 아니고 길거리에서 건물 내로 들어오는 문에도 그런 게 붙어있어 또 하나의 번호를 외워야 한다. 그러다 보니 외부인의 건물 출입을 제한하는 효과는 있지만 택배를 비롯하여 밖으로 시킨 물건을 배달 받을 때는 건물로 들어오는 입구부터 열어주어야 하니 그것도 불편이라면 불편이다. 벌써 3주가 지났지만 외출을 하면서 열쇄 챙겼나 주머니에 손을 넣는 버릇은 여전하다. 그리고 건물을 나설 때마다 번호키가 고장 나면 집에 어찌 들어가나 하는 기우와 함께 외부 사람들의 출입을 점점 더 차단해야 안심이 되는 단절되어 가는 사회의 변화가 가슴 한켠을 허하게 한다.

 

이제 이사를 하면 공부를 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현관 열쇄부터 보일러 조절까지 같은 종류의 기기들도 메이커에 따라 사용법이 달라, 새로 접하는 많은 것들이 공부 안 하고는 제대로 사용하기가 어려우니 한동안은 집에 부착된 각 기기의 매뉴얼을 들쳐보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매뉴얼을 보면 이해가 되는 나이이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면서.

 

2014년 6월 22일

하늘빛